[법률전문 인터넷신문=로이슈] 85억 원의 공사비가 투입된 부산 해운대 인근 상가건물이 완공을 코앞에 두고, 토지를 경락받은 토지소유자로부터 건물을 철거하고 토지를 인도하라는 요구로 건물등기부에 이름도 올리기 전에 허물어질 운명에 놓였다.
J사는 신축건물의 공정이 95%가 완료된 상태에서 자금부족으로 공사가 중단된 부산 해운대구 중동 소재 9층짜리 상가건물을 2001년 12월 인수했고, J사는 당시 70억 원의 공사비가 들어간 이 건물에 이후 15억 원을 추가로 투입해 현재는 사소한 부분의 마무리 작업 외에는 건물이 모두 완공된 상태다.
이 건물 부지로 쓰이는 토지는 건물과 별도로 근저당권이 설정됐다가 2006년 6월 임의경매 절차를 거쳐 소유권이 S씨에게 15억5200만 원에 넘어갔고, 이에 S씨가 완공을 목전에 둔 이 건물을 철거하고 토지를 인도하라며 J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 1심 “권리남용이나, 건물철거 및 토지인도 의무 있다”
1심인 서울중앙지법 제17민사부(재판장 김영혜 부장판사)는 2008년 7월 S씨가 J사를 상대로 낸 토지인도 등 청구소송에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J사가 토지 소유자인 S씨에게 건물을 철거하고 토지를 인도할 의무가 있다”고 보면서도 “J사는 토지를 인도하는 날까지 S씨에게 매달 640만원의 토지임대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비록 결론은 S씨의 손을 들어줬으나, 건물철거 및 토지인도 청구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이라는 J사의 주장도 일부 받아들인 것이며, 토지임대료 부분은 조정ㆍ화해를 통해 원만히 해결해 보라는 취지가 담긴 것으로 볼 수 있다.
재판부는 “건물철거 및 토지인도 청구는 원고에게는 별다른 이익이 없는 반면, 철거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이 매우 큰 점, 철거될 경우 많은 수분양자들이 손해를 보게 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원고의 청구는 피고에게 고통을 주고 손해를 입히려는데 있어 객관적으로 사회질서에 위반된 것으로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1심 변론 과정에서 법원이 조정ㆍ화해를 시도하면서 J사가 S씨로부터 토지의 시가를 훨씬 초과하는 27억 원에 토지를 매수하는 내용의 화해권고결정을 했으나 S씨가 받아들이지 않아 무산됐다.
◆ 항소심 “권리남용이므로 건물철거 및 토지인도 구할 수 없다”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제16민사부(재판장 강영호 부장판사)는 지난해 6월 “원고의 청구는 사회질서에 위반된 행위로 권리남용에 해당돼 원고는 피고에게 건물철거 및 토지인도를 구할 수 없다”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 건물은 현재 사소한 부분의 마무리 작업 외에는 건물이 모두 완공된 상태이므로 만약 이를 철거한다면 상당한 철거비용이 소외될 뿐만 아니라 그동안 투입된 공사비(85억)에 비춰 철거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이 매우 큰 점, 또 이미 상당수의 점포가 분양돼 철거되면 분양받은 사람뿐 아니라 하도급 공사업체들도 공사대금을 받을 수 없어 큰 피해를 입게 된다”고 밝혔다.
또 “원고가 이 건물을 철거하고 새로 건물을 신축하더라도 고도제한으로 9층보다 훨씬 낮은 6층 이하의 건물에 불과하고, 게다가 원고는 경매과정에서 이미 95%가 완공된 건물로 새로운 건물의 신축이 사실상 어렵다는 것을 알면서도 토지를 취득한 후 고가로 다시 매도할 목적으로 토지를 매수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특히 “1심 변론 과정에서 법원이 화해ㆍ조정을 시도하면서 토지 시가를 훨씬 초과하는 27억 원에 토지를 매수하는 내용의 화해권고결정을 내렸음에도 원고가 이의를 제기한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원고의 건물철거 및 토지인도 청구는 피고에게는 피해가 극심한 반면 원고에게는 별다른 이익이 없고, 설령 이익이 있더라도 피고가 받을 손실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다”고 설명했다.
◆ 대법 “상대방 손해 현저히 크더라도 권리남용이라 할 수 없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제1부(주심 김능환 대법관)는 “S씨의 건물철거 및 토지인도 청구를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본 원심 판결에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며 원고 패소 부분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4일 밝혔다. (2009다58173)
재판부는 “권리행사가 권리남용에 해당하려면 권리행사의 목적이 오직 상대방에게 고통을 주고 손해를 입히려는데 있을 뿐, 행사하는 사람에게 아무런 이익이 없는 경우이어야 하고, 그 권리행사가 사회질서에 위반된다고 볼 수 있어야 한다”며 “비록 권리행사에 의해 얻는 이익보다 상대방이 잃을 손해가 현저히 크다고 해도 그런 사정만으로 권리남용이라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 건물 신축에 투입된 공사비가 85억 원인 반면, 원고는 경매를 통해 불과 15억 5200만 원에 토지를 취득해 이 건물의 철거로 인한 원고의 이익보다 피고의 손해가 현저히 크고, 건물이 철거되면 수분양자나 공사대금을 받으려는 하도급 공사업체들이 피해를 입게 됨은 물론 사회경제적으로도 큰 손실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그러나 “원고가 피고에게 토지를 고가로 매각하기 위해 경락받은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원고가 9층 건물을 철거하고 지을 수 있는 건물이 6층 이하 높이의 건물이라고 해도 결코 원고에게 아무런 이익이 없는 경우라고 보기도 어려우며, 또한 원고가 화해권고결정에 응하지 않았다고 해서 오직 피고에게 손해를 입히려는 것이라고 보기 힘든 점 등에 비춰 볼 때, 건물철거와 토지인도를 구하는 원고의 청구는 권리남용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그럼에도 원심은 건물철거 및 토지인도 청구가 권리남용이라고 판단했으니, 이는 권리남용에 관한 법리오해 등으로 인해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이다”며 “따라서 원고 패소 부분을 깨고,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케 하기 위해 서울고법으로 되돌려 보낸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향후 J사와 S씨의 화해ㆍ조정 없이 대법원의 파기환송 취지대로 판결이 확정되면, 이 사건 상가건물은 완공을 코앞에 두고 건물등기부에 이름도 올리기 전에 허물어질 처지에 놓였다.
해운대 85억 상가건물 완공 앞두고 철거 운명 왜?
대법, 토지소유자 요구는 권리남용이라고 판단한 원심 파기환송 기사입력:2010-03-04 17: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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