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중 재건축주택 강제철거 재물손괴죄 안 돼

대법, 재물손괴죄 인정해 인정해 벌금 선고한 원심 파기환송 기사입력:2010-03-04 15:22:41
[법률전문 인터넷신문=로이슈] 재건축아파트 조합원이 철거에 동의하지 않아 소송에 휘말린 아파트를 재건축조합이 강제로 철거했더라도 형법상 ‘재물손괴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 금천구에 있는 모 아파트 재건축주택조합장인 A(61)씨와 재건축 시공사 2곳 현장소장 등 6명은 2008년 5월 관할구청에 신고하지 않은 채 아파트재건축을 위해 철거에 동의하지 않는 9명의 아파트를 크레인과 불도저 등을 동원해 무단으로 철거했다.

◆ 1심과 항소심 “재물손괴죄 해당”

이로 인해 이들은 재물손괴 혐의로 기소됐고, 1심인 서울남부지법 형사11단독 이정희 판사는 지난해 5월 유죄를 인정해 재건축조합장 A씨에게 벌금 200만 원을, 시공사 현장소장 등 나머지 5명에 대해서는 각각 벌금 100만 원씩을 선고했다.

그러자 이들은 “재건축사업으로 철거할 예정이고 가집행 판결에 의해 인도 집행이 완료돼 아무도 거주하지 않는 아파트를 철거한 행위는 재물손괴죄가 되지 않는다”며 항소했으나, 서울남부지법 제1형사부(재판장 박대준 부장판사)는 지난해 8월 항소를 기각하고, 유죄를 인정한 1심 판결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조합의 정관은 ‘재건축을 위한 사업계획승인을 받은 이튿날부터 건축물을 철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이는 조합의 건축물 철거권한 등에 관한 선언적 규정에 불과할 뿐, 조합원이 철거에 반대하며 스스로 건축물을 인도하지 않는 경우에도 조합이 법적 절차에 의하지 않고 자력으로 건축물을 철거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비록 이 사건 아파트가 재건축사업으로 철거될 예정이고 법원의 가집행 판결에 의한 인도 집행이 완료돼 아무도 거주하지 않는다는 사정만으로는 피고인들의 강제 무단 철거가 재물손괴죄가 되지 않는다는 주장은 이유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게다가 관할구청으로부터 ‘철거신고서를 제출하는 등의 절차를 밟은 후 아파트 철거를 시행하라’는 행정지시를 받았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은 채 무단 철거를 강행하다가 과태료 처분을 받기도 했던 점 등을 종합하면, 조합이 피해자들을 상대로 낸 인도 청구소송 1심에서 승소한 사정만으로는 강제 철거행위가 위법성이 없었다고 볼 수 없다”고 유죄로 판단했다.

◆ 대법 “정당행위로 재물손괴죄 아냐”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제1부(주심 이홍훈 대법관)는 조합원 동의 없이 재건축 아파트를 강제 철거한 혐의(재물손괴)로 기소된 조합장과 시공사 현장소장 등 6명에게 유죄를 인정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남부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고 4일 밝혔다. (2009도8473)

재판부는 “재건축사업은 재건축지역 내에 있는 주택의 철거를 전제로 하는 것이어서, 조합원은 주택 부분의 철거를 포함한 일체의 처분권을 조합에 일임했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조합이 조합원인 피해자들을 상대로 아파트 소유권이전등기 및 인도 청구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 ‘철거를 위해 아파트를 인도하라’는 가집행선고 판결이 내려졌고 이후 확정됐다”며 “따라서 조합이 아파트를 철거하기 전에 관할구청에 신고하지 않았더라도 이는 건축법에 따른 제재대상이 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형법상 재물손괴죄의 성립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피고인들의 행위가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속단하고, 공소사실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1심 판결을 유지한 것은 정당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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