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사형제 또 합헌…재판관 의견 분석

“극악범죄에 대한 정당한 응보를 통해 정의 실현…입법목적 정당” 기사입력:2010-02-25 22:10:07
[법률전문 인터넷신문=로이슈] 헌법재판소가 지난 1996년에 이어 14년 만에 또 사형제도에 대해 합헌결정을 내렸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25일 광주고법이 사형제도를 규정한 형법 제41조 등에 대해 제청한 위헌법률심판에서 “사형제는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며 재판관 5(합헌)대 4(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재판관 별로 보면 민형기, 송두환 이강국(소장), 이공현, 이동흡 재판관 등 5명이 합헌의견을 냈고, 반면 김종대, 김희옥, 목영준, 조대현 재판관 등 4명의 위헌의견을 개진했다.

재판부는 “사형을 형벌의 한 종류로 규정하고 이를 집행함으로써 극악한 범죄에 대한 정당한 응보를 통해 정의를 실현하고, 당해 범죄에 의한 재범의 가능성을 영구히 차단함으로써 사회를 방어한다는 공익상의 목적을 가진 형벌로 입법목적은 정당하고, 궁극의 형벌인 사형은 입법목적 달성을 위한 적합한 수단”이라고 밝혔다.

◆ 최소침해성

또 “사형은 무기징역형이나 가석방이 불가능한 종신형보다도 범죄자에 대한 법익침해의 정도가 큰 형벌로서, 인간의 생존본능과 죽음에 대한 근원적인 공포까지 고려하면, 무기징역형 등 자유형보다 더 큰 위하력을 발휘함으로써 가장 강력한 범죄억지력을 가지고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또한 잔혹한 방법으로 다수의 인명을 살해한 범죄 등 극악한 범죄의 경우에는, 범죄자에 대한 무기징역형 등 자유형의 선고만으로는 형벌로 인한 범죄자의 법익침해 정도가 당해 범죄로 인한 법익침해의 정도 및 범죄자의 책임에 미치지 못하게 될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해 피해자들의 가족 및 일반국민의 정의 관념에도 부합하지 못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결국, 사형은 무기징역형 등 자유형에 비해 일반적 범죄예방목적 및 정당한 응보를 통한 정의의 실현이라는 목적을 달성함에 있어서 더 효과적인 수단이고, 위와 같은 입법목적의 달성에 있어서 사형과 동일한 효과를 나타내면서도 사형보다 범죄자에 대한 법익침해 정도가 작은 다른 형벌이 명백히 존재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사형제도는 최소침해성 원칙에 어긋난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한편, 인간이 만들어낸 어떠한 사법제도도 결점이 없을 수는 없는바, 형사재판에 있어서의 오판가능성은 사법제도가 가지는 숙명적 한계라고 할 것이지 사형이라는 형벌제도 자체의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따라서 오판가능성 및 그 회복의 문제는, 심급제도, 재심제도 등의 제도적 장치 및 그에 대한 개선을 통해 오판가능성을 최소화함으로써 해결할 문제이지, 이를 이유로 사형이라는 형벌의 부과 자체를 위헌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 법익균형성

재판부는 “사형제도에 의해 달성되는 범죄예방을 통한 무고한 일반국민의 생명보호 등 중대한 공익의 보호와 정의의 실현 및 사회방위라는 공익은 사형제도로 발생하는 극악한 범죄를 저지른 자의 생명권 박탈이라는 사익보다 결코 작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다수의 인명을 잔혹하게 살해하는 등의 극악한 범죄에 대해 한정적으로 부과되는 사형이 그 범죄의 잔혹함에 비해 과도한 형벌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사형제도는 법익균형성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 사형제도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규정한 헌법 제10조에 위배되는지 여부

재판부는 “사형이 극악한 범죄에 한정적으로 선고되는 한, 인간존엄성의 활력적인 기초를 의미하는 생명권 제한에 있어서 헌법 제37조 제2항에 의한 헌법적 한계를 일탈했다고 볼 수 없는 이상, 사형제도가 범죄자의 생명권 박탈을 내용으로 한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규정한 헌법 제10조에 위배돼 위헌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또한 “사형제도는 형벌의 경고기능을 무시하고 극악한 범죄를 저지른 자에 대해 그 중한 불법 정도와 책임에 상응하는 형벌을 부과하는 것으로서 이는 당해 범죄자가 스스로 선택한 잔악무도한 범죄행위의 결과”라며 “이러한 형벌제도를 두고 범죄자를 오로지 사회방위라는 공익 추구를 위한 객체로만 취급함으로써 범죄자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한 것으로 봐 위헌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사형제도는 무고한 일반국민의 생명보호 등 극히 중대한 공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서 생명권 제한에 있어서의 헌법적 한계를 일탈했다고 할 수 없는 이상, 법관 및 교도관 등이 인간적 자책감을 가질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사형제도가 법관 및 교도관 등을 공익 달성을 위한 도구로서만 취급해 그들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는 위헌적인 형벌제도라고 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 합헌의견 낸 이강국 재판관의 보충의견

이 재판관은 “우리나라의 전체 국법질서 속에서 비상계엄하의 군사재판의 경우와 민간재판의 경우에 선고하는 형의 종류를 제한하거나 구분하고 있지 않으므로, 헌법이 비상계엄하의 군사재판에서 사형 선고를 인정하는 이상, 민간재판에서도 사형 선고를 용인하고 있다고 해석해야 한다”며 다만 “사형의 선고는 정의와 형평에 비추어 불가피한 경우에만, 그것도 비례의 원칙과 최소 침해의 원칙에 따라 행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 합헌의견 낸 민형기 재판관의 보충의견

민 재판관은 “사형제는 적지 않은 문제점도 내포하고 있으므로, 입법자는 사형제의 전면적인 폐지나 존치와 같은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하기 보다는, 동서고금을 통해 사형제가 악용된 역사적 경험을 고려해 형벌로서의 사형에 대한 오ㆍ남용을 불식하고 과잉형벌의 지적을 면할 수 있도록, 사형 대상 범죄를 축소하거나, 존치된 사형 조항도 국민적 여론과 시대상황의 변천을 반영해 최대한 문제의 소지를 제거하는 등 점진적인 방법을 통해 제도를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 합헌의견 낸 송두환 재판관의 보충의견

송 재판관은 “과거 몇몇 정치적 사건에서 사형이 선고되고 집행돼 후일 정치적 사법살인으로 평가되는 사례들이 사형제도의 폐해를 크게 부각시키고 있는데, 근본적인 문제는 사형제도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형제도의 남용 및 오용에 있으므로, 사형제도의 남용 및 오용의 가능성을 없애기 위해, 법정형에 사형이 규정된 형벌조항들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 사형이 선택될 수 있는 범죄의 종류를 반인륜적으로 타인의 생명을 해치는 극악범죄의 경우로 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사형제도의 폐지 또는 유지의 문제는 헌법재판소의 위헌법률심사를 통해 해결되는 것보다는, 내외의 의견수렴과 토론을 거쳐 국민의 선택과 결단을 통해 입법적으로 개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공을 국회에 넘겼다.

◆ 일부 위헌의견 내 조대현 재판관

조 재판관은 “형벌로서 범죄자를 사형시키는 것은 법익침해에 대한 응보에 불과하고, 살인자를 사형시킨다고 피살자의 생명이 보호되거나 구원되지 않는다”며 “이처럼 사형제도는 인간의 생명을 보호하거나 구원하기 위한 것이 아니므로, 지고(至高)의 가치를 가지는 인간의 생명을 박탈해야 할 만큼의 필요성을 갖추었다고 보기 어려워, 사형제도는 인간의 생명을 박탈하기에 필요한 헌법 제37조 제2항의 요건을 갖추지 못해 헌법에 위반된다”고 지적했다.

◆ 위헌의견 낸 김희옥 재판관

김 재판관은 “형벌의 하나로서 생명을 박탈하는 것이 타인의 생명을 부정하는 등의 극악무도한 범죄에 대한 응보나 특별예방 또는 일반예방이라는 형벌의 목적에 기여하는 바는 결코 명백하다고 볼 수 없다”며 “따라서 사형제도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천명하고 생명권을 보장하는 헌법 체계에서는 입법목적에 대한 수단의 적합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형벌의 일반예방적 기능은 굳이 범죄인의 생명을 박탈하지 않더라도, 예컨대 가석방이 불가능한 무기형 등의 자유형을 통하여도 달성할 수 있다”며 “생명을 박탈하는 형벌은 오판의 효과적인 시정을 통한 형사사법적 정의의 실현을 포기하는 것이 되므로 인권과 정의를 보장하고자 하는 실질적 법치주의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또 “사형제도를 통해 확보하고자 하는 중대 범죄에 대한 형벌로서의 기능을 대체할 만한 무기자유형 등의 수단을 고려할 수 있음에도 이를 외면하고, 범죄인의 근원적인 기본권인 생명권을 전면적이고 궁극적으로 박탈하는 지나친 제도이므로 피해의 최소성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위헌의견을 냈다.

이와 함께 “나아가 사형제도는 법률에 따라 사형을 선고해야 하는 법관, 이를 집행해야 하는 교도관 등 직무상 사형제도의 운영에 관여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사회적ㆍ법적 평가가 용인되지 않는 상황에서 인간의 생명을 계획적으로 빼앗는 과정에 참여하게 함으로써, 그들 역시 인간으로서의 양심과 무관하게 단지 국가목적을 위한 수단으로만 전락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그들이 인간으로서 가지는 존엄과 가치 또한 침해하는 제도”라고 지적했다.

◆ 위헌의견 낸 김종대 재판관

김 재판관은 “1997년 12월30일 사형을 집행한 이래로 13년 동안 단 한건도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사실상 사형폐지국이 됐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형을 집행하던 때보다 개인과 사회가 범죄로부터 더 심각한 위협을 받게 됐다고는 볼 수 없고, 우리사회는 사형제가 시행되던 때 못지않게 안정적인 국법질서가 유지되고 있음이 실증되고 있으므로 사형제의 일반예방적 효과를 내세워 사형제의 합헌성을 주장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또 “사형제도가 위헌이 돼 폐지되면 무기징역형이 최고형으로 기능하는데, 지금의 무기징역형은 사면, 형의 감경, 가석방이 가능하므로 최고형으로써 기능 할 수 없다”며 “따라서 아주 명백하고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범인을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할 수 있는 자유형이 최고형으로 도입되는 것을 조건으로 사형제는 위헌적 제도로서 폐지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 위헌의견 낸 목영준 재판관

목 재판관은 “생명을 박탈하는 사형은 오판임이 발견됐을 때 회복할 수 있는 어떠한 수단도 없는 반면 사형제도에 의한 입법목적을 달성하면서도 이러한 위험성을 예방하기 위한 형벌수단, 즉 가석방이나 사면ㆍ감형이 허용되지 않는 절대적 종신형제 또는 유기징역의 상한을 폐지하거나 올리는 방안 등 사형제도를 대체할 만한 수단을 고려할 수 있음에도, 이를 외면하고 범죄인의 생명권을 궁극적으로 박탈하는 것은 피해의 최소성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말했다.

또 “사형은 악성이 극대화된 흥분된 상태의 범죄인에 대해 집행되는 것이 아니라, (교화를 통해) 이성이 일부라도 회복된 안정된 상태의 범죄인에 대해 생명을 박탈하는 것이므로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 위배된다”고 덧붙였다.

목 재판관은 “나아가 사형 집행을 위해서는 법관의 사형판결 외에도 법무부장관의 명령이 필요하고, 사형을 집행하는 실무자는 물론 검사, 검찰청서기관, 교도소장 또는 구치소장이나 그 대리자가 참여해야 한다”며 “사형제도는 직무상 사형제도의 운영에 관여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그들의 양심과 무관하게 인간의 생명을 계획적으로 박탈하는 과정에 참여하게 함으로써, 그들이 인간으로서 가지는 존엄과 가치 또한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사형제도가 우리 헌법에 위반되고 실효성을 상실해 폐지돼야 한다고 하더라도, 이를 대신해 그러한 흉악범을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하는 실질적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며 “절대적 종신형에 대하여도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 반한다는 반론이 있을 수 있으나, 사형제도를 폐지하기 위한 단계적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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