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전문 인터넷신문=로이슈] 한나라당과 보수진영이 ‘좌편향된 튀는 판결’의 진원지로 법원 내 개혁성향 판사들의 학술연구모임인 ‘우리법연구회’를 지목하며 해체를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까지 우리법연구회 회장을 맡았던 부산지법 문형배 부장판사가 정면 반박하고 나섰다.
문 부장판사는 19일 자신의 블로그(착한사람들을 위한 법이야기)에 ‘우리법연구회 해체 주장의 논리적 오류 3가지’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우리법연구회 해체가 이른바 ‘좌편향된 튀는 판결’을 막는 방법이 될 수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 “반박하면 사법부 구성원에게 부담될 것 같아 그동안 애써 참았으나..”
문형배 부장판사(사진=블로그) 문 부장판사는 먼저 “우리법연구회 해체를 주장하는 분들에게 반박하면 논쟁이 확산되고 논쟁이 확산되면 사법부 구성원에게 부담이 될 것 같아 그동안 애써 참았으나, 해체 주장이 나날이 정도를 더 해가고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아 몇 가지 반론을 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들의 주장은 ▲튀는 판결을 하는 판사는 우리법연구회 회원이거나 그 영향권 내에 있다 ▲우리법연구회는 튀는 판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튀는 판결을 막으려면 우리법연구회는 해체되어야 한다는 3단계 논리구조를 취하고 있다”며 “논리적 오류를 지적하겠다”고 말했다.
◈ 튀는 판결을 하는 판사는 우리법연구회 회원?
그런 다음 문 부장판사는 “최근 사법부 독립 침해 사태의 빌미가 된 강기갑 의원 무죄 판결, PD수첩 무죄 판결, 전교조 시국선언 무죄 판결, 전교조 통일교육 무죄 판결, 어느 것도 우리법연구회 소속 판사가 하지 않았다”고 상기시켰다.
그는 “어떤 의원은 서울남부지법에 우리법연구회 소속 판사가 많으니 강기갑 의원 사건 무죄 판결이 우리법연구회의 영향을 안 받았다고 볼 수 없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며 “판사들이 독립적으로 일하고 자존심이 강하다는 것을 모를 리 없는 판사 출신 의원이 그런 주장을 하니 뾰족하게 해명할 방법은 없다”고 판사 출신 한나라당 이주영 의원을 직접 겨냥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우리법연구회의 영향이) ‘없었다는 점’을 증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영향이 있었다’는 점을 주장하는 측에서 입증해 달라”고 이 의원에게 입증책임을 부여했다.
우리법연구회 홈페이지
◈ 우리법연구회 활동이 튀는 판결에 영향을 미치는가?
문 부장판사는 또 용산참사 사건 2심 재판부가 미공개 수사기록의 열람, 등사를 허용한 결정에 우리법연구회가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논리적으로 반박했다.
그는 “2심 재판부는 합의부이므로 재판장의 성향을 두고 결정의 당부를 논하는 것은, 고등법원 배석판사의 권한과 능력을 무시하는 주장”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5년 전에 우리법연구회를 탈퇴한 (2심) 재판장은 ‘민사판례연구회’ 전 회원이기도 한데 5년 전 우리법연구회 활동이 2심 재판부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단정할 수 있느냐”며 “그럼 용산참사 사건 1심 재판부도 똑같은 결정을 내렸고 그 재판부 구성원 중 어느 누구도 우리법연구회 회원이 아닌데, 이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어 “반면, 화물연대 간부들의 폭력시위 사건에 대해 대전지법 형사부가 중형을 선고했고, 조선일보를 비롯한 거대 신문은 이를 균형 잡힌 판결이라고 소개했는데, 그 판결에 관여한 재판장 역시 우리법연구회 회원이었고, 민주노동당 당직자가 국회에서 농성한 사건과 관련해 유죄 판결한 서울남부지법 판사 역시 우리법연구회 회원”이라며 “우리법연구회 활동과 판결의 성향은 상관관계가 없다”고 강조했다.
문 부장판사는 “최근 한나라당에서 자료집을 통해 편향된 판결 내지 결정을 했다고 지적한 판사는 전직, 현직 포함해 10명 이내”라며 “그 숫자가 우리법연구회 회원 숫자의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점으로 볼 때, 절대 다수 회원들의 판결은 편향됐다는 주장조차 못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아울러 “저만 해도 부산판례연구회, 우리법연구회, 노동법분야 연구회에 가입하고 있고, 그 중 부산판례연구회에서 가장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데 제가 선고한 판결에 무슨 문제가 있다고 가정할 경우 그것이 우리법연구회 활동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 있겠느냐”며 “저는 대통령 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에게 투표한 적도 있는데, 이런 사람이 회장을 맡은 바 있는 우리법연구회가 좌편향돼 있다는 주장도 어쩐지 자연스럽지 못하다”고 꼬집었다.
◈ 우리법연구회가 해체된다고 해결되는가?
문 부장판사는 “권력자가 법원의 판결이 좌편향됐다며 비판하는 사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며 우리법연구회 해체가 이른바 ‘좌편향된 튀는 판결’을 막는 방법이 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예를 들어 제1공화국 시절 유병진 판사가 재판장으로 있는 재판부가 6ㆍ25전쟁 부역자에게 무죄 판결을 선고했을 때, 제4공화국 시절 이범렬 판사가 재판장으로 있는 재판부가 시국사건에 대해 무죄판결을 선고했을 때, 제5공화국 시절 시국사건에 대해 무죄판결을 선고했을 때, 해당 판사들이 얼마나 시련과 고초를 당했는가는 역사를 조금만 공부해보면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문 부장판사는 “그러나 그 때는 우리법연구회가 창립되기 전이고, 향후를 가정해 우리법연구회가 해체된다고 하더라도, 권력자가 관심을 갖는 사건에 대해 무죄 판결이 선고될 수 있다는 점은, 헌법이 3권 분립의 구조를 취하는 이상 불가피할 것”이라며 “우리법연구회의 부존재가, 튀는 판결을 예전에도 막지 못했고, 앞으로도 막지 못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 “사법의 정치화는 경계해야 하고, 정치의 사법화 역시 경계해야”
문 부장판사는 그러면서 “사법의 정치화는 경계해야 하고, 저 자신도 늘 이 점을 명심해 왔으며, 앞으로 더욱 경각심을 가지겠다”며 “마찬가지로 정치의 사법화 역시 경계해야 하고 이것이 적절하게 견제되지 않는다면 법치주의의 근간이 훼손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좋은 판사가 되려고 우리법연구회에 가입한 저로서는 우리법연구회 해체 주장이 좋은 판사가 되지 말라는 말씀으로 들려 섭섭하다”고 우리법연구회 해체 주장에 답답함도 드러냈다.
그는 끝으로 “그렇다고 우리법연구회의 해체를 주장하는 분들의 애국심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의심하는 것은 아니다”며 “다만, 우리법연구회가 객관적 사실과 다르게 인상과 이미지에 의해 왜곡 또는 과장돼 있는 만큼, 좀 더 냉정하게 토론을 해보자는 뜻에서 부족한 글을 올리게 됐다”고 글의 취지를 설명했다.
문형배 부장판사 “무죄 판결 판사들 시련과 고초”
“우리법연구회 해체가 튀는 판결 막을 방법 될 수 없다” 기사입력:2010-02-20 13: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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