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진압 옹호한 경찰서장에 ‘나쁜X’ 누리꾼 무죄

피해자인 경찰서장이 자초…격한 표현 있어도 공공의 이익 위한 것 기사입력:2010-02-18 13:10:22
[법률전문 인터넷신문=로이슈] 2008년 촛불집회 때 인터넷사진동회에 경찰을 옹호하는 댓글을 올린 사람이 현직 경찰서장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실명을 거론하며 ‘나쁜X’라는 글을 올린 40대가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인터넷사진동호회 회원인 J(45)씨는 2008년 7월 사진동호회사이트 시민기자단 갤러리에 올려져 있는 촛불집회 사진 아래에 댓글로 촛불집회 진압을 하고 있는 경찰을 옹호하는 댓글을 게시한 사람이 서울 남대문경찰서장임을 알게 됐다.

이에 J씨는 자유게시판에 서장의 실명을 공개하며 “나이도 어린 것이 43살에 벌써 남대문서장하는거 보면 출세한 모양이네요. (중략). 전경들에게 나 같은 시민들 곤봉과 방패로 마구 패라고 시키고...나쁜X”이라는 글을 올렸다.

민변 소속 변호사들이 2008년 6월27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촛불집회 현장에서 '인권지킴이'로 활동하는 이준형 변호사가 경찰이 후려친 방패에 맞아 두개골 골절상 등 심각한 부상을 입자 "이명박 정부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며 강력 항의했다.
◆ 1심, 명예훼손 인정…벌금 50만 원 선고유예


이로 인해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고, 1심인 수원지법 안산지원 형사4단독 정덕수 판사는 지난해 4월 “공익을 위한 것으로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피고인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벌금 50만 원에 대한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그러자 J씨는 “촛불집회에 대한 경찰의 과도한 진압 및 촛불집회 기사에 경찰을 옹호하는 댓글을 단 사람이 과잉진압에 대한 책임이 있는 남대문경찰서장이라는 점을 알리는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해 글을 게시한 것으로 피해자를 비방할 목적이 없었다”며 항소했고, 반면 검사는 “1심 형량이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 항소심 무죄…‘나쁜X’라는 격한 표현 있어도 비방 인정 어려워

항소심인 수원지법 제4형사부(재판장 김경호 부장판사)는 지난해 12월 J씨의 항소를 받아들여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한 1심 판결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촛불집회가 국민들의 주된 관심사 중 하나이던 당시의 사회적 상황과 분위기에서 일반 시민들이 시민기자단으로 커뮤니티에 올린 촛불집회 관련 사진이나 글에 경찰의 입장을 대변하는 댓글을 다는 사람이 촛불집회 진압의 지휘책임자인 남대문경찰서장이라는 점은 공공성과 사회성을 갖춘 공적 관심사안”이라고 밝혔다.

이어 “또 일련의 경위에 비춰 피고인이 글을 게재한 것은 공인으로서 경찰서장인 피해자가 자초한 면도 없지 않고, 또 촛불집회 진압을 지휘하는 핵심적 위치에 있는 경찰서장이 경찰의 입장을 대변하는 댓글을 달고 있음을 알리고, 그 진압방식에 대한 문제제기를 주된 목적으로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게시한 글의 말미에 ‘나쁜X’라는 다소 격한 감정적 표현이 부가돼 있기는 하나, 피고인의 주요한 동기 내지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인 이상 일부 격한 표현만으로 피해자를 비방할 목적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무죄를 이유를 설명했다.

◆ 대법원, 검찰 상고 기각

사건은 검찰의 상고로 대법원으로 올라갔으나, 대법원 제2부(주심 전수안 대법관)는 경찰서장의 실명을 거론하며 비방한 혐의(명예훼손)로 기소된 J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8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심의 판단을 살펴보면,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1심 판결을 깨고 무죄를 선고한 것은 수긍이 가고, 검찰이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명예훼손죄에 있어서 비방의 목적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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