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비방한 시민단체 무죄…“비판 보장돼야”

대법, 백원우 의원 명예훼손 혐의 유죄 인정한 1심 판결 깨고 무죄 선고한 원심 확정 기사입력:2010-02-05 02:23:55
[법률전문 인터넷신문=로이슈] 지역구 시흥 출신인 민주당 백원우 의원에 대한 비방 글을 시흥시청 홈페이지 게시판 등에 올리고, 비방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거리에 내걸어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시흥시발전위원회 회장과 대책본부장이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경기도 시흥시발전위원회 회장인 L(83)씨는 2008년 7월4일 시흥시발전위원회 홈페이지에 민주당 백원우 의원을 겨냥해 ‘시흥시 국회의원과 시의원을 규탄한다’는 제목으로 “17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허위경력날조로 시흥시민들을 속이고 당선되고, 18대 선거에서도 시민을 술책으로 속이고 우롱해 당선돼 현재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돼 조사를 받고 있다”는 글을 올렸다.

L씨는 또 “시흥시 갑구 국회의원(백원우)은 자기의 업적을 부풀려 시민을 속이고 있다. 개발제한구역 토지를 단 한 평도 해지시키지 못했음에도 320만 평을 해지시켰다며 시민을 속이고 당선됐다”고 주장했다.

이 글에는 “시흥시 국회의원은 18대 국회의원 선거전 17대 실천이라는 홍보자료를 통해 ‘월곶~광명 간 철도노선건설을 위해 1조 1600억 원의 예산을 확보했고, 이에 건설교통부가 추진하기로 전격 결정됐다라고 거짓 사실을 유포해 시흥시민들의 환심을 샀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L씨는 또 이날 시흥시청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같은 내용의 글을 올렸다. 뿐만 아니라 L씨는 이 같이 백원우 의원을 비방하는 내용이 담긴 플래카드를 시흥시 곳곳에 내걸었고, 전단지도 만들어 배포하기도 했다.

이 위원회 대책위원장인 Y(48)씨도 2008년 7월5일 시흥시 관련 카페 2곳에 위 내용이 담긴 글을 올렸다.

◈ 1심, 명예훼손 혐의 유죄로 인정해 벌금 200~300만원

이로 인해 L씨와 Y씨는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고, 1심인 수원지법 안산지원 형사6단독 이정훈 판사는 지난해 3월 이들의 혐의를 인정해 L씨에게 벌금 300만 원, Y씨에게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다.

이 판사는 “피고인들은 피해자를 비방할 목적이 없었고 공익을 위한 행위라고 주장하나, 표현이 악의적인 점, 불특정 다수인에게로 무한전파될 수 있도록 공표한 점, 적시된 사실은 피고인들이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진위를 쉽게 알 수 있는 공개적인 내용이란 점 등을 고려하면, 피해자의 정치적 행적에 대해 의견을 개진하고 평가함으로써 유권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나 올바른 판단 기준을 제시하는 정당한 행위를 했다기보다는 피해자를 비방할 목적으로 함부로 공표한 것”이라고 밝혔다.

◈ 항소심 “무죄…비판 목소리 너무 엄격하게 제한해선 안 돼”

하지만 항소심의 판단은 달랐다. 수원지법 제3형사부(재판장 오기두 부장판사)는 지난해 9월 유죄를 인정한 1심 판결을 깨고, L씨와 Y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먼저 허위경력날조에 대해 재판부는 “당시 백원우 의원은 허위경력 표시로 인해 공직선거법위반으로 검찰수사가 계속되고 있는 상태였던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들의 표현에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었더라도, 전체적인 표현의 내용에 비춰 볼 때 허위사실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개발제한구역해제와 관련, 재판부는 “백원우 의원의 17대 임기 동안 개발제한구역이 해제된 면적은 230만 평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2002년부터 건설교통부 지침에 따라 개발제한구역 해제를 위한 후보지 선정이 진행됐던 점에서 백 의원이 이를 ‘해제시켰다’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피고인들이 ‘단 한 평도 해지시키지 못했음에도’라는 표현은 다소 과장된 표현이긴 하나, 전체적인 표현의 취지상 허위사실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시흥시에서 출마하는 국회의원들은 시민의 숙원인 개발제한구역 해제 및 전철사업 추진 등에 대해 과장되거나 허황된 공약을 내세우기도 했고, 백 의원도 다소 과장되거나 허황된 공약을 내세우기도 했던 점, 이에 피고인들은 국회의원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행태에 대해 지적하고 시정하도록 촉구하는 과정에서 이 사건 행위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들이 적시한 부분은 시흥시민들의 공적인 관심사인 백원우 의원의 공적인 활동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고, 피고인들이 이와 관련해 어떠한 사익을 추구하지 않은 점, 국회의원들이 내세운 공약의 실천 여부 등을 검증하기 위해 다음 선거 때까지 기다려야 하고 임기 동안에는 어떠한 비판도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면 오히려 민주주의사회 유지에 필수불가결한 표현의 자유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현역 국회의원과 대립적인 관계에 있는 국회의원선거출마후보예정자 등에 의한 비판과는 달리 피고인들과 같은 시민단체 또는 선거구민 등에 의한 비판의 목소리는 이를 최대한 보호하는 것이 오히려 공익실현에 기여한다고 할 것이므로 너무 엄격하게 제한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런 점 등을 종합할 때 피고인들이 게재한 내용은 대체로 진실에 부합하는 것이거나 비판적인 의견을 표명한 것에 지나지 않는 것이고, 설령 진실인지 여부가 다소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해도 피고인들로서는 그것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무죄 이유를 설명했다.

◈ 대법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 위법성 조각”

사건은 대법원으로 올라갔으나, 대법원 제3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고, L씨와 Y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4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적시한 의견은 시흥시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업적을 과대하게 부풀리거나 다소 허황되고 과장된 공약을 내세우고 있음을 지적하는 취지로서 그 표현의 취지상 비방의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그 표현행위의 상대방인 시흥시민들에 대한 관계에서 객관적으로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어서 위법성이 조각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1심 판결을 깨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명예훼손죄에 있어서의 위법성조각사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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