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 말라’ 의사표현 명백해야 ‘반의사불벌죄’ 성립

대법, 친동생을 비방해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70대 벌금 50만 원 확정 기사입력:2010-01-18 11:24:13
[법률전문 인터넷신문=로이슈]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해 처벌할 수 없는 범죄인 ‘반의사불벌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범인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피해자의 명백한 의사표시가 있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처벌할 수 있는 ‘친고죄’(강간, 간통 등)와 달리 ‘반의사불벌죄’(폭행, 협박, 명예훼손 등)는 피해자의 고소가 없이도 처벌할 수 있으나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 의사표시를 하거나 처벌 의사표시를 철회하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거나 기소 후인 때에는 공소기각 판결을 선고해야 한다.

L(70)씨는 2008년 7월 서울 송파구 가락동 동생이 사는 빌라 현관 출입문에 동생의 불량한 고등학교 학창시절과 군복무 시절 부끄러운 행적을 적어 훈계하는 편지를 부쳐놓았다.

편지에는 “동생이 고등학교 1학년 때 자전거를 훔쳐 구속됐을 때 (내가) 무릎 꿇고 사정해 풀어줬다”, “군대 가서도 늑막염이라고 엄살 부려 군부대 의무대 선임하사에게 돈을 주고 제대시켰다. 불량하고 더러운 놈아 양심이 있으면 지금이라도 반성하고 사죄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결국 L씨는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고, 서울동부지법 형사7단독 장찬 판사는 지난해 7월 “피고인이 공연히 사실을 적시해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L씨에게 유죄로 인정해 벌금 50만 원을 선고했다.

그러자 L씨는 “동생이 첫 번째 경찰 진술조서 작성시 상해에 대해서만 처벌의사를 밝혔을 뿐, 명예훼손에 대해서는 처벌을 희망하지 않는 의사표시를 했는데도, 공소기각 판결을 하지 않은 것은 위법”이라며 항소했다.

그러나 항소심인 서울동부지법 제1형사부(재판장 최복규 부장판사)는 지난해 10월 L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 판결을 유지했다.

피해자인 L씨의 동생은 경찰에서 첫 진술조서를 작성할 당시 ‘형이 집에 찾아와서 저에게 상해를 가한 것만 처리해 줬으면 한다’고 진술했으나, 두 번째 진술조서를 작성하면서는 ‘형이 저희 집에 편지를 붙여 명예를 실축했다는 내용을 얘기하면 복잡하다고 생각돼 고소 내용에서 빼려고 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그 내용도 고소하고 싶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진술을 법리에 비춰 보면, 피해자가 피고인에 대해 명예훼손의 공소사실에 대한 처벌을 희망하지 않는 의사를 표시했다거나 처벌을 희망하는 의사를 철회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피고인은 다중이 왕래하는 빌라 복도 현관 출입문에 위와 같이 피해자 동생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내용의 편지를 붙여 타인이 이를 열람할 수 있는 상태에 놓아둠으로써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유죄를 인정했다.

사건은 대법원으로 올라갔고, 대법원 제2부(주심 양승태 대법관)는 동생의 과거 행적을 공개한 혐의(명예훼손)로 기소된 L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5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8일 밝혔다.

재판부는 “‘반의사불벌죄’에서 피해자가 처벌을 희망하지 않는 의사표시나, 처벌을 희망하는 의사표시의 철회를 했다고 인정하기 위해서는 피해자의 진실한 의사가 명백하고 믿을 수 있는 방법으로 표현돼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형이 집에 찾아와 저에게 상해를 가한 것만 처리해 줬으면 한다’는 내용의 경찰 진술조서만으로는 피해자가 피고인에 대해 명예훼손에 관한 처벌을 희망하지 않는 의사를 표시했다거나, 처벌을 희망하는 의사를 철회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해 공소를 기각하지 않은 원심의 판결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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