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전문 인터넷신문=로이슈] 고소 내용이 허위일 가능성이 있음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무시하고 자신의 주장만을 내세워 고소장을 제출했다면 ‘무고죄’가 성립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원에 따르면 H(68)씨는 2002년 2월 수원시 장안구 신풍동에 있는 한 모텔을 임대하기로 마음먹고 건물주인 L씨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다.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한 중개인 K씨는 잔금지급일인 2002년 3월 H씨와 그의 처 등이 있는 자리에서 L씨로부터 “찜질방이 성업해 새로운 여관임차인의 물색에 어려움이 있으니 여관임차인의 물색에 신경을 쓰지 않도록 해 달라”는 취지의 요청을 받았다.
이에 K씨는 이미 작성돼 있는 임대계약서에 ‘단서추가 : 임대보증금은 임차인이 알아서 제3자에게 세를 놓고 임대보증금을 빼간다’라는 문구를 기재했는데 당시 계약서는 L씨만 갖고 있어 L씨의 계약서에만 단서를 추가 기재했다.
나중에 이게 문제가 됐다. 계약기간 만료 후에도 L씨가 임대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아 H씨가 반환을 요구했으나, 2005년 1월 L씨로부터 “임대차계약서 내용대로 새로운 임차인을 구한 다음 임대보증금을 반환받아 가라”는 내용의 서신을 받은 것.
그러자 H씨는 2007년 3월 “L씨가 임대차계약서 공란에 ‘단서추가 : 임대보증금은 임차인이 알아서 제3자에게 세를 놓고 임대보증금을 빼간다’라는 문구를 기재한 후 위조사문서를 행사했다”며 L씨를 고소했다.
하지만 H씨는 오히려 무고 혐의로 고소를 당했고, 이에 H씨는 “계약서 단서조항에 동의한 바 없고, 임대기간 만료전이라도 새로운 임차인을 구해오면 임대보증금을 반환받을 수 있다는 의미로 기재돼 있는 줄 알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1심인 수원지법 형사14단독 박정호 판사는 지난해 2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허위사실을 신고한다는 범의가 피고인에게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H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박 판사는 “피고인도 임차인 물색이 어렵다는 사정을 알아, 단서조항이 피고인에게 불리한 의미라면 확인절차 등을 거쳤을 것인데 그런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봐, 오히려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자신에게 유리하게 임대기간 만료전이라도 새로운 임차인을 구하면 임대보증금을 반환받을 수 있다는 의미로 기재된 것으로 오해했을 수 있다”며 무죄 이유를 밝혔다.
이에 검사가 항소했으나, 수원지법 제4형사부(재판장 김경호 부장판사)도 지난해 7월 “피고인이 단서조항을 자신에게 유리한 문구가 기재됐으리라고 오해했을 여지가 있으므로, 무고의 범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로 판단한 원심의 조처는 정당하다”며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 “무조건 자신의 주장이 옳다고 생각하는 경우까지 포함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제3부(주심 박시환 대법관)는 무고 혐의로 기소된 H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고 15일 밝혔다.
재판부는 먼저 “무고죄에 있어서 허위사실의 신고라 함은 신고사실이 객관적 사실에 반한다는 것을 확정적이거나 미필적으로 인식하고 신고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므로, 객관적 사실과 일치하지 않는 것이라도 신고자가 진실이라고 확신하고 신고했을 때에는 무고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기서 진실이라고 확신한다 함은, 신고자가 알고 있는 객관적 사실관계에 의해 신고사실이 허위라거나 허위일 가능성이 있다는 인식을 하면서도 이를 무시한 채 무조건 자신의 주장이 옳다고 생각하는 경우까지 포함되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피고인의 주장을 고려하더라도, 단서조항의 내용이 작성 당시 피고인이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동의 내지 합의한 내용을 벗어나지 않았음을 알거나 최소한 미필적으로 인식하면서도 L씨가 피고인의 동의 없이 단서조항을 추가 기재한 계약서를 행사했다는 내용으로 고소했다고 볼 가능성이 충분히 엿보인다”고 파기환송 이유를 설명했다.
허위 가능성 인식하고도 고소했다면 무고죄
대법원, 무고 혐의 무죄로 판단한 1ㆍ2심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 기사입력:2010-01-15 16: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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