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구청장 출근ㆍ취임식 저지는 업무방해 아냐”

前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손영태 위원장 업무방해 혐의는 무죄 기사입력:2010-01-14 18:09:38
[법률전문 인터넷신문=로이슈] 공무원들이 ‘낙하산 인사’에 반발해 신임 구청장의 첫 출근을 저지하고 취임식을 방해했더라도, 형법상 ‘업무방해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前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 손영태 위원장을 비롯해 전공노 안양시지부 간부들은 2007년 11월 명예퇴직으로 공석이 된 동안구청장에 경기도 행정관리담당관 출신의 류OO씨가 임명되자 광역자치단체가 기초자치단체의 인사권에 관여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반발했다.

특히 신임 구청장 취임식인 11월21일 오전 9시10분께 이들은 조합원 30∼40명과 함께 동안구청 1층 현관문을 몸으로 막고 2층 구청장 집무실 앞에 연좌해 구청장의 출입을 통제하고 공무원노조 진군가를 부르며 “동안구청장은 물러가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농성을 벌였다.

결국 손 위위장 등은 구청장 취임식을 방해한 혐의(업무방해), 경찰에게 폭력을 행사한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 공무원들이 집단행동을 했다는 이유(지방공무원법 위반)로 기소됐고, 1심인 수원지법 형사6단독 심규찬 판사는 2008년 5월 손영태 위원장 등에게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심 판사는 “피고인들이 신임 구청장이 출근해 정상적으로 취임식을 진행하는 것을 막는 등 출근을 저지해 위력으로써 구청장의 취임식 진행업무를 방해하고, 또 경찰관들과 몸싸움을 벌이며 다중의 위력으로 경찰관들의 구청장 신변보호 및 범죄예방을 위한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말했다.

그러자 검사는 “형량이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며, 반면 손 위원장은 “구청장 취임식 진행업무는 1회적 사무에 불과하고, 특히 취임식 진행업무는 ‘공무’에 속하므로 업무방해죄가 성립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항소했다.

◈ 항소심 “업무방해죄로 처벌할 수 있다고 봐야”

하지만 항소심인 수원지법 제4형사부(재판장 고충정 부장판사)는 지난해 1월 양측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업무방해 등 손 위원장에 대한 3가지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한 1심 판결을 유지했다.

업무방해와 관련, 재판부는 “공무는 별도로 공무집행방해죄에 의해 보호를 받고, 공무집행방해죄는 폭행ㆍ협박에 이른 경우에만 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을 뿐, 폭행ㆍ협박에 이르지 않은 위력에 의한 경우는 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지 않다”며 “이 경우 폭행ㆍ협박에 이르지 않는 위법행위를 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할 수 없는 공백이 생기는 점, 현실적으로도 공무집행이 곤란하게 되는 상황이 생기는 점에서 업무방해죄로 처벌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또 지방공무원법 위반 혐의에 대해 “피고인들은 조합원 30~40명과 공모해 신임 구청장의 출근을 저지하고 취임식 진행업무를 방해하기 위해 구청 현관과 계단 등지에 모여 노동가를 틀어놓고 함께 구호를 외치는 등 노동운동 기타 공무 이외의 일을 위한 집단행위를 한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양형 부당과 관련, “피고인들이 경찰관들에게 적극적으로 폭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이지 않고, 특히 안양시의 인사적체가 심한 상태에서 경기도 행정관이 구청장으로 임용되자 지방자치단체의 인사권 침해 등의 문제를 제기하며 범행에 이른 점을 고려하면 1심 형량이 가벼워 부당하다고 보이지 않고, 반면 피고인들은 공무원으로서 법을 준수해야 함에도 이 사건 범행에 이른 점에서 형량이 무거워 부당하다고 보이지 않아 1심 형량은 적절하다”고 판시했다.

◈ 대법 “공무 방해 행위에 업무방해죄 적용할 수 없다”

그러나 업무방해 혐의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은 항소심과 달랐다. 대법원 제1부(주심 김능환 대법관)는 14일 前 전공노 손영태 위원장에게 업무방해죄를 인정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형법에서 업무방해죄와 별도로 공무집행방해죄를 규정한 것은 사적 업무와 공무를 구별, 공무원에 대한 폭행ㆍ협박ㆍ위계의 방법으로 공무집행을 방해하는 경우에 한해 처벌하겠다는 취지”라며 “따라서 공무원이 직무상 수행하는 공무를 방해한 행위에 업무방해죄를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형법상 업무방해죄의 보호법익이 되는 ‘업무’에 ‘공무(공무원의 사무)가 포함되는 것을 전제로 업무방해 혐의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 판결은 위법한 만큼 이 부분을 다시 심리ㆍ판단하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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