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일시사용 승낙 있었다면 횡령죄 처벌 못해

1심 무죄→항소심 징역 10월→대법 무죄 취지 파기환송 기사입력:2009-12-31 14:25:07
[법률전문 인터넷신문=로이슈] 빚을 대신 갚아달라며 타인이 맡긴 돈을 임의로 썼더라도 그에게서 일시사용 승낙이 있었다면 ‘횡령죄’로 처벌 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형법상 횡령죄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그 반환을 거부한 때’로 규정돼 있다.

S(57,여)씨는 2004년 6월 빚과 이자를 대신 갚아달라는 부탁과 함께 A씨에게서 4억 4000만 원을 송금 받아 그 중 1억 3000만 원만 빚을 갚는 데 쓰고 나머지 3억 1000만 원은 자신의 체납세금 납부와 개인채무 변제 등에 사용했다.

이로 인해 횡령 혐의로 기소되자 S씨는 A씨에게서 일시 사용 승낙을 받았다고 주장했고, 1심인 서울중앙지법 서승렬 판사는 지난 4월 S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서 판사는 “A씨가 법정에서 ‘일시적으로 사용하고 갚아주겠다’고 말했다는 피고인의 변명에 부합하는 진술을 하고 있는 점, 둘의 관계가 원만한 점 등에서 A씨가 피고인의 요청을 명시적으로 승낙했거나 적어도 묵시적으로라도 승인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검사가 항소했고, 서울중앙지법 제4형사부(재판장 김필곤 부장판사)는 지난 9월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을 깨고, 횡령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10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설령 피고인이 변명대로 A씨가 피고인에게 돈을 일시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라고 해도, A씨가 돈을 송금한 주된 취지는 ‘피고인이 늦어도 변제기까지는 빚과 이자를 갚아 채무변제에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점에 있으므로 보관 및 위탁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또한 변제기까지 일시적으로 피고인이 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한 것은 그와 같은 보관 및 위탁의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부수적으로 피고인의 편의를 봐 준 것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결국 A씨로부터 4억 4000만 원을 송금 받은 피고인이 이를 A씨의 채무변제에 사용하지 않고, 그 중 3억 1000만 원을 임의로 개인적으로 소비한 것은 어느 모로 보나 A씨와 사이의 보관 및 위탁의 취지에 반하는 것으로 횡령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제3부(주심 안대희 대법관)는 대신 채무를 갚아달라고 맡긴 돈을 임의로 사용한 혐의(횡령)로 기소된 S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중앙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고 31일 밝혔다.

재판부는 “위탁자가 돈을 송금하면서 수탁자에게 일시 사용을 허락을 했다면 그에 대한 처분권이 수탁자에게 이전되기 때문에, 수탁자는 횡령죄에 있어서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의 경우 A씨가 피고인에게 일시 사용 승낙을 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며 “그렇다면 피고인이 횡령죄에 있어 보관자의 지위에 있었는지, 불법영득의 고의가 있었는지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이 해소됐다고 보기 어려움에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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