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랄하네’는 모욕…‘씨부리네’는 모욕 아냐

아파트 관리소장이 입주자대표회장에게 한 말…모욕죄 무죄 기사입력:2009-12-18 15:59:58
[법률전문 인터넷신문=로이슈]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이 입주민 대표들과 회의를 하는 도중 입주자대표회의 회장과 언쟁을 벌이다 “씨부리고 있네. 차버릴라”라고 말했다면 모욕죄가 성립될까.

부산 수영구 남천동의 모 아파트관리사무소 소장이던 L(63)씨는 지난해 10월 입주민 대표자 7명, 비상대책위원회 5명과 함께 아파트 시설물 교체 관련 비위 의혹을 받던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으로부터 이에 대한 해명을 듣던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회장은 아파트 시설물 교체 등과 관련해 입주자대표회의의 결의를 거치지 않은 점 등에 대해 추궁을 당하자, 일부 자신의 실수가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대체로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취지로 변명했다.

이에 발끈한 L씨는 거짓말이라고 하면서 “지랄해라. 패주겠다”라고 말해 모욕 혐의로 기소됐고, 1심인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5단독 정욱도 판사는 지난 6월 L씨에게 벌금 3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자 L씨는 “당시 ‘지랄해라. 패주겠다’고 말한 사실이 없고, ‘말도 안 되는 소리 씨부리고 있네, 들고 차버릴까’라고 말했으나, 그와 같은 표현은 피해자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훼손할 만한 모욕적인 말이라고 할 수 없고, 그런 말을 하게 된 동기나 경위에 비춰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다”며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 진행 중 검사는 공소사실 중 “지랄하네. 패주겠다”를 “말도 안 되는 소리 씨부리고 있네, 들고 차버릴까”라는 내용으로 공소장을 변경했다.

이에 대해 항소심인 부산지법 제4형사부(재판장 박연욱 부장판사)는 최근 아파트 입주자대표회 회장에게 ‘씨부리네, 차버릴까’라고 말해 모욕 혐의로 기소된 아파트관리소장 L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회의 당시 피해자에게 ‘씨부리고 있네’와 같이 비속어를 사용해 다소 무례하거나 불손하게 느껴질 수 있기는 하지만, 객관적으로 피해자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훼손할만한 모욕적 언사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설령 피고인의 발언이 피해자에 대한 경멸적 감정이 내포돼 있어 이를 모욕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도 있다고 해도, 당시 회의 참석자들이 회장에게 여러 의혹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자 회장이 책임을 회피하거나 거짓 변명을 하는 듯한 태도로 응대하고 있었던 점, 모욕적 표현의 정도도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경미한 수준에 불과한 점, 피고인과 언쟁을 벌이다 피해자도 ‘이 양반아, 차라 이놈의 새끼야’라고 응대했던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의 발언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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