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성폭력 피해아동 진술 부정확해도 유죄

11세 초등학교 5학년 성폭행 일삼은 목사 징역 5년 확정 기사입력:2009-12-13 19:43:54
[법률전문 인터넷신문=로이슈] 성폭력 피해를 당한 아동이 구체적인 범행일시를 정확히 기억하지 못해 다소 불명확하더라도 아동 상대 성폭력범죄의 특성상 유죄 입증의 충분한 증거가 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경기도 안산시에서 아동복지시설을 운영하는 A(43)목사는 2005년 봄부터 2006년 여름까지 아동보호시설 내에서 당시 11세였던 피해자 B양을 13회에 걸쳐 추행하고, 4회에 걸쳐 강간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런데 1심인 수원지법 안산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소영진 부장판사)는 지난 2월 성추행 혐의만 인정하고, 강간 혐의는 무죄로 판단해 징역 1년을 선고했다.

A양이 강간을 당한 날짜를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다는 이유였다. 실제로 검사는 A양의 진술과 다른 증거들을 종합해 강간 범행 일자를 ‘2005년 봄경’ 등으로, 범행시각은 ‘오후경’ 등을 공소장에 기재했다.

하지만 항소심의 판단은 달랐다. 서울고법 제6형사부(재판장 박형남 부장판사)는 지난 8월 강간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1심 판결을 깨고, 강간 혐의도 유죄로 판단해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강간범행 당시 만 11세의 초등학생이고, 범행을 당한 때로부터 3년이 지난 2008년 10월에야 비로소 수사가 시작돼 피해사실을 진술하게 된 점을 고려하면 피해자가 범행일시와 시간을 정확히 특정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점 등에 비춰 보면, 원심이 피고인의 강간범행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또 “공소장에 범행의 장소와 방법 등이 여러 가지 다양한 형태로 구체적으로 기재돼 있는 점과 이 사건과 같이 미성년자 상대 성폭행 범죄의 성격을 고려하면 범죄의 시일을 ‘봄경’ ‘오후’ 등과 같이 기재했다고 하더라도 그 공소사실은 특정돼 있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양형과 관련, 재판부는 “피고인이 목사의 신분으로 자신이 운영하는 아동보호시설에 위탁된 나이 어린 피해자를 자신이 성적 욕망의 대상으로 삼아 여러 차례 추행하고, 더 나아가 강간범행까지 해 죄질이 상당히 불량하고 비난가능성이 더 크다”고 밝혔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기는커녕 일체의 범행을 부인하고 오히려 자신을 음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피해자로 하여금 법정에 출석해 아픈 기억을 자꾸 떠올리게 만드는 등 피해자에게 또다시 고통은 안겨줬다”고 질타했다.

또 “어린 나이에 성폭행을 당하는 경우 건전한 이성관이나 올바른 가치관 형성에 심각한 지장을 받을 뿐 아니라, 평생 씻을 수 없는 육체적ㆍ정신적 상처와 수치심을 당했을 것이 명백함에도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용서를 구하거나 피해회복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점 등에 비춰 보면, 엄히 처벌해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성범죄에 경각심을 일깨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A목사는 ‘공소사실(범행일시)이 특정되지 않았다’며 상고했으나, 대법원 제3부(주심 차한성 대법관)는 성폭력범죄처벌 및 피해자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목사에 대해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3일 밝혔다.

재판부는 “범행 당시 피해자는 만 11세의 초등학교 5학년이었고, 범행 이후 3년이 지나 수사가 시작됐기 때문에 피해자가 범행 일시를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하는 점,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성폭행 범죄의 성격 등을 고려할 때, 검사가 피해 아동의 진술과 다른 증거들을 기초로 가능한 한 범죄일시를 특정해 공소를 제기했음을 알 수 있다”며 “따라서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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