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살해한 주부…배심원 무죄 vs 재판부 유죄

광주지법 “우울증으로 살해 당시 심신상실 상태는 아니었다” 기사입력:2009-12-08 12:59:42
[법률전문 인터넷신문=로이슈] 산후우울증으로 생후 5개월 밖에 되지 않은 어린 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30대 주부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단은 무죄를 평결했으나, 재판부는 유죄 판결을 내렸다.

국민참여재판에서 재판부는 통상 배심원들의 평결은 존중해 왔으나, 이번처럼 유무죄 판단이 엇갈린 것은 이례적이다.

A(37,여)씨는 지난 2월 둘째 아이를 출산한 후 5월에 여수시 자신의 집에서 우울증으로 자살을 시도한 후 병원에 입원해 우울증 치료를 받고 퇴원했다.

하지만 A씨는 우울증으로 어린 아들을 돌볼 힘도 없고, 남편의 사업실패로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돼 아기를 제대로 키울 자신이 없다는 생각에 잠을 자고 있던 아기에게 담요를 덮어 질식사로 숨지게 했다.

이 사건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됐고, 배심원단 9명은 우울증 등으로 어린 아기를 살해하게 된 동기와 우울증의 심각성 등 주요 쟁점에 대한 공개심리를 지켜본 뒤, 범행 당시 심신상실 상태에 있었다고 판단해 만장일치로 무죄를 평결했다.

하지만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광주지법 제3형사부(재판장 이준상 부장판사)는 생후 5개월 된 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에서 심신상실을 인정하지 않고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한 것으로 8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먼저 “의사는 피고인이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고만 판단한 점, 피고인은 범행 직후 남편에게 연락해 오라고 하는 태도를 보이는 등 기억을 완전히 상실하거나 망상 상태에 있었던 것은 아닌 점, 피고인이 자식을 살해한 점에 대해 심한 죄책감을 느끼고 있던 점 등을 고려하면 범행 당시 심신상실 상태에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양형과 관련, “피고인은 어머니로서 독립된 인격체인 피해자의 생명을 보호하고 건강하게 양육해야 할 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저항하거나 아무런 대응을 할 수도 없는 어린 피해자를 살해했고, 그에 따라 생후 5개월 밖에 되지 않은 피해자는 자신의 삶을 제대로 꽃피워보지도 못한 채 생을 마감하게 된 점에서 죄책은 실로 무거워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다만 “범행 당시 남편의 사업실패로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원치 않는 임신 및 출산 등이 겹쳐 심한 우울증을 앓아 오다가 급기야 자신의 삶을 비관하며 자포자기 심정으로 자살을 수차례 시도하는 등 심신상태가 극히 미약한 상태에서 범행에 이른 것이 인정된다”고 말했다.

또 “피고인은 어린 아들의 죽음으로 이미 그 누구보다도 큰 괴로움을 겪고 있으며, 평생 형벌보다 더한 엄청난 정신적 고통을 안고 살아갈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의 남편이자 피해자의 아버지가 선처를 탄원하면서 피고인이 가정으로 돌아오면 우울증 치료 및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하고 있는 점, 피고인도 자신이 잘못을 뉘우치며 사회에 복귀하면 우울증 치료에 치선을 다하고 초등학생인 큰아들을 남편과 함께 잘 양육할 것을 다짐하는 점 등을 참작해 집행유예를 선고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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