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훈 대법원장 “사법권 독립 지키는 방패 역할”

“재판권 행사는 정치권력이나 여론의 부당한 간섭과 영향에서 자유로워야” 기사입력:2009-12-04 12:42:37
[법률전문 인터넷신문=로이슈] 이용훈 대법원장은 “법원의 재판권 행사는 정치권력이나 여론의 부당한 간섭과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하고, 대법원장을 비롯한 사법행정을 담당하는 모든 법원장들은 사법권 독립을 지켜내는 방패 역할을 하는 것이 본래의 임무”라고 강조했다.

이 대법원장은 4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회의실에서 열린 전국법원장회의에서 “법관의 재판상 독립은 남다른 용기와 지혜를 가질 때에만 확보할 수 있는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이 대법원장은 이날 인사말에서 먼저 “올해 법원은 어느 해보다 어려운 재판을 많이 했고, 한편으로는 온갖 민원을 효율적으로 처리했으나 현재의 성과에 자만해 흐뭇해 할 수만은 없다”며 “아직도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만족할 만한 수준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고 자세를 낮췄다.

이어 “이제 올 한 해의 성과를 정리하고, 다가올 새해의 업무를 계획하는 지금, 우리가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얻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차분하게 생각하며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라고 자성했다.

그러면서 “사법부가 국민의 신뢰를 얻는 방법은 무엇보다도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재판을 하는 일”이라며 “국민이 납득하지 못하는 재판을 하면서 국민의 신뢰를 이야기 할 수는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법원장은 “법원이 하는 재판에 대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하는 최선의 방법은 재판절차의 형성과정에서 국민과 적절히 소통하는 것”이라며 “재판정에 출석한 당사자를 법관으로부터 재판을 받는 대상이 아니라 법관과 함께 절차를 형성해가는 주체로서 이해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국민참여재판과 관련, “지난해 시작돼 올해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국민참여재판은 국민의 사법절차 형성에 대한 참여도를 종래와 다른 차원으로 올려놓았다”고 자평하면서 “국민참여재판이 법원의 업무부담 경감이나, 사건처리의 능률에는 도움이 안 된다는 지적도 있으나 사건을 신속하게 처리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진정으로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재판은, 국민을 사법절차에 충분히 참여시킴으로써 그 공정성이 스스로 드러나게 되는 재판”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 대법원장은 “법관이 국민과 소통하는 곳은 법정뿐”이라며 “국민과 소통하는 재판은 모든 증거자료가 변론과 공판에 집중되고 법정에서 형성된 심증만을 토대로 법원의 재판이 이루어지는 재판”이라고 구술주의와 공판중심주의를 강조했다.

또 “최근 실시한 법관세미나에서는 재판기록만을 검토한 판사들이 내린 결론과 실제 공판에 참석해 증인 등의 진술을 직접 들은 판사들이 내린 결론이 사뭇 다를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국민과 소통함으로써 국민을 납득하게 하는 결론이 어느 쪽인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명백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이 대법원장은 특히 “해가 바뀌고 시대가 바뀌어도 변할 수 없는 사법부의 궁극적인 목표는 사법권의 독립을 통한 법의 지배를 확립하는 것”이라며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법원의 재판권 행사는 정치권력은 물론, 그 어떤 권력이나 여론의 부당한 간섭과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장을 비롯해 사법행정을 담당하는 모든 법원장들은 이러한 사법권의 독립을 지켜내는 방패 역할을 하는 것이 본래의 임무”고 강조했다.

신영철 대법관 파동을 염두한 듯 “금년에는 뜻하지 않은 일을 계기로 사법행정권의 행사와 법관의 재판상 독립을 주제로 각급 법원에서 판사들 스스로 판사회의를 열거나, 내부통신망 등을 이용해 자신의 견해를 표시하는 일이 있었다”며 “그 의사표현의 문구나 방법이 반드시 적절한 것이었는지 여부를 떠나서, 법관들이 사법권독립의 핵심인 법관의 재판상 독립을 스스로 확보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표출한 점은 높이 살만하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어 “그러나 한시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법관의 재판상 독립은 법관 한 사람 한 사람이 구체적 사건을 처리함에 있어서, 어떤 부당한 압력이나 영향에도 굴하지 않고 오로지 헌법과 법률, 그리고 양심에 따라서만 판단하겠다는 법관의 결연한 의지를 통해서만 지킬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법관의 재판상 독립은 오로지 구체적 사건을 처리함에 있어서 법관이 남다른 용기와 지혜를 가질 때에만 확보할 수 있는 것”이라며 “일시적인 의사표현이나 의지의 표출은 그것이 아무리 올바른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한들, 구체적인 실천에 앞설 수 없는 법”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대법원장은 “최근 구체적 판결의 내용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여론의 힘을 내세워 법원의 판결을 합리적인 근거 없이 비난하거나, 판결내용에 영향을 주고자 하는 것을 볼 수 있다”며 “그 정도가 지나치면 사법권 독립에 바람직하지 못한 일임이 분명하다”고 경계했다.

이어 “그러나 법관들은 이에 개의치 않고 의연한 자세로 재판에 임할 것으로 굳게 믿어 의심치 않는다”며 법관들에게 신뢰를 표시했다.

그는 “국민을 섬기고자 하는 사람은 국민의 곁에 더욱 가까이 다가가야 한다”며 “국민 중 사법절차를 직접 경험한 사람은 물론이고, 사법모니터요원으로 참여했거나, 한 번이라도 법원 견학을 한 사람들의 사법신뢰도가 높다고 하는데, 법원과 국민의 관계를 전근대적인 권위적 시각이 아닌 민주화된 우리사회의 보편적 시각에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법원의 존재이유는 불편부당하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공정한 재판을 하는데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며 “사법행정권이나 사법시설, 그 어느 것도 이것을 위한 것이 아니라면 존재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는 점을 명심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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