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부적응’ 전직 명령에 불복한 해고는 무효

서울행정법원 “자의적인 인사권 남용으로 무효” 기사입력:2009-12-02 15:32:16
[법률전문 인터넷신문=로이슈] 인사권자가 ‘근무부적응’을 전직 명령의 근거로 삼았다면 이는 인사권 남용으로 무효인 만큼 전직 명령에 불복한 근로자에 대해 징계사유로 삼을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J씨는 1992년 서울메트로에 입사해 토목사무소 소속으로 근무하던 중 지난해 5월 회사 조직개편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근무부적응자로 분류돼 서비스지원단으로 인사발령을 받았다.

그런데 J씨는 인사발령이 명백히 부당하다며 서비스지원단으로 출근하지 않고 이전 부서로 출근했다.

그러자 회사는 상벌위원회를 열어 J씨에 대해 근무지 배치명령에 불복종하고 출근을 거부해 11일간 무단결근한 점, 회사에 대자보를 부착하고 농성좌판을 설치하고 확성기로 노동가를 고성으로 틀고 농성한 점 등을 이유로 지난해 9월 해고 통보했다.

해고에 불복한 J씨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구체 신청을 했으나 △인사발령을 받았음에도 무단결근한 점 △감사실의 출석요구를 거부한 점 △회사에 불법농성좌판을 설치하고 이를 저지하려는 상급직원을 폭행한 점 △상벌위원회에서 사장에게 욕설을 하고 책상을 뒤엎는 등 폭력행위를 한 점 등에 비춰 볼 때 비위행위의 정도가 중해 해고가 인사권자의 재량권을 벗어난 위법한 처분이라고 볼 수 없다며 기각했다.

이에 J씨는 “전직 명령은 회사가 인사권을 남용한 것으로서 정당성이 없어 무효이고, 따라서 무효인 전직 명령을 따르지 않고 이전의 부서로 출근했다고 하더라도 이를 무단결근이라고 할 수 없어 징계사유로 삼을 수 없다”며 소송을 냈다.

서울행정법원 제13부(재판장 정형식 부장판사)는 최근 전직 명령을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서울메트로에서 해고된 J씨가 부당한 해고를 취소해 달라며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것으로 2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먼저 “전직 명령 사유로 삼은 ‘근무 부적응’은 포괄적 개념이자 평가기준으로서 인사권자의 자의적 판단을 허용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높아 이를 적용하는데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원고에 대해 근무부적응 평가의 근거로 제출된 자료들 역시 소속 부서장의 주관적이고 추상적인 평가에 기초한 것이어서 도저히 전직 대상자 선별을 정당화할 근거로 사용될 수 없으므로, 원고에 대한 전직 명령은 자의적인 인사권의 남용으로서 무효”라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따라서 이 사건 전직 명령이 무효인 이상 원고가 전직 명령에 불응해 서비스지원단으로 출근하지 않고 이전의 부서로 출근했다고 해서 이를 징계사유로 삼을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그밖에 회사 측이 내세운 해고처분 사유인 농성과 이를 제지하는 직원들과 몸싸움, 감사실 출석 요구 거부에 대해서도 부당한 인사발령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점 등을 들어 해고의 징계사유가 사회통념상 원고와 회사 사이의 근로관계를 유지시킬 수 없을 정도로 책임 있는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워 해고는 징계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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