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집행장 없이 강제 연행하는 경찰 폭행…무죄

임상민 판사 “급속한 경우 아니면 불법체포ㆍ감금으로 위법한 공무집행” 기사입력:2009-12-01 13:46:18
[법률전문 인터넷신문=로이슈] 경찰관이 ‘형집행장’ 제시 요구를 묵살하고 강제로 체포ㆍ구인하는 경우, 이에 맞서 저항하기 위해 경찰관에게 폭력을 행사했더라도 공무집행이 위법해 공무집행방해죄가 되지 않는다는 판결이 나왔다.

형집행장은 법원에서 벌금형을 받고도 이를 이행하지 않는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하거나 자유형 집행을 목적으로 구인하기 위해 검사가 발부하는 명령서다.

울산에 사는 L씨는 지난해 8월 부산지법에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죄로 벌금 100만원을 선고 받고 지난 3월 대법원에서 확정됐으나 벌금을 납부하지 않았다.

이에 울산지검은 지난 6월 L씨에 대해 지명수배를 내렸고, 사법경찰관 2명은 지난 7월13일 오후 1시30분께 형집행장을 집행하기 위해 L씨의 아파트에 찾아가서 만났다.

이날 사법경찰관들이 L씨에게 형집행장의 집행을 위한 것이라는 취지를 설명하고 지구대로 동행할 것을 요구했으나, L씨는 형집행장 또는 구속영장의 제시를 요구하며 동행을 거부했다.

사법경찰관들은 지구대에 동행한 후 형집행장 사본을 보여주겠다고 말했으나, L씨는 계속 동행을 거부했다.

이에 사법경찰관들은 L씨에게 수갑을 채우는 등 강제로 체포해 순찰차에 태웠는데, L씨는 체포에 맞서 저항했고, 순찰차에 태워진 후에는 경찰관의 얼굴에 침을 뱉기도 했다.

이로 인해 L씨는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고, 울산지법 형사6단독 임상민 판사는 지난달 26일 A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것으로 1일 확인됐다.

임 판사는 판결문에서 먼저 “사법경찰관은 검사로부터 교부받은 형집행장을 미리 피고인에게 제시해야 하나, 다만 급속을 요하는 경우에는 사후에 즉시 형집행장을 제시할 수 있다”며 “‘급속을 요하는 경우’는 불심검문 도중에 피고인을 만나는 등 애당초 형집행장을 소지할 시간적 여유가 없는 상태에서 피고인을 만나는 경우에 한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급속을 요하는 특별한 사정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형집행장 제시 없이 피고인을 강제로 연행하는 것은 불법체포, 감금으로서 위법한 공무집행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임 판사는 그러면서 “이 사건과 같이 사법경찰관이 형집행장의 집행을 위해 주거가 일정한 피고인의 집을 방문한 경우라면 마땅히 사법경찰관은 검사로부터 교부받은 형집행장을 제시하고 집행해야 한다”며 “이 사건의 경우는 ‘급속을 요하는 경우’라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임 판사는 “따라서 피고인의 행위는 사법경찰관들이 형집행장을 제시하지도 않은 채 자신을 체포, 연행하고자 하는 위법한 공무집행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유발된 것으로 공무집행방해죄가 구성되지 않아 무죄”라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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