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일시ㆍ장소ㆍ방법 명시안한 공소장 무효

대법 “마약범죄도 공소사실 구체적으로 특정해야” 기사입력:2009-11-24 20:00:50
[법률전문 인터넷신문=로이슈] 검찰이 공소장에 마약 투약 일시나 장소, 방법 등 공소사실을 정확히 기재하지 못하고, 재판에 넘긴 것은 잘못으로, 마약 혐의를 유죄로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검찰은 L(49)씨가 지난해 8월3일부터 10월2일 사이에 천안시 성정동 자신의 집 등지에서 향정신성의약품인 메스암페타민(일명 ‘필로폰’) 약 0.03g을 음료수에 희석해 마시거나 주사기로 혈관에 주사하는 등의 방법으로 투약했다며 기소했다.

공소사실을 보면 필로폰을 투약한 날짜, 장소, 방법이 정확하게 기재돼 있지 않았다.

하지만 L씨는 검찰조사와 법정에 이르기까지 발기부전 치료제를 복용한 사실은 있으나, 이 치료제에 메스암페타민 성분이 포함돼 있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고, 공소사실과 같이 필로폰을 투약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검찰은 L씨의 모발을 채취해 양성반응으로 나온 것을 증거로 제시했고, 1심인 대전지법 천안지원 형사2단독 최웅영 판사는 지난 6월 L씨에게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위반(향정) 혐의를 인정해 징역 8월을 선고했다.

최 판사는 “대검 과학수사담당관이 작성한 피고인에 대한 마약류 감정결과에 의하면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을 넉넉하게 유죄로 인정할 수 있다”며 “메스암페타민이 함유된 발기부전 치료제를 복용했을 뿐 필로폰을 투약할 사실이 없다는 피고인의 주장은 믿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L씨가 “필로폰을 투약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않은 잘못이 있다”며 항소했으나, 항소심인 대전지법 제1형사부(재판장 금덕희 부장판사)는 지난 9월 L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과 같이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변경된 공소사실(필로폰 투약 26회에서 1회로 변경)은 피고인으로부터 지난해 12월3일 채취한 모발을 2cm 단위로 끊어 감정한 결과에 기초한 것으로 모발감정 결과에서 성분이 검출된 기간이 범위내에서 투약시기를 최대한 단기간으로 특정한 것”이라며 “공소사실에 특정되지 않아 피고인의 방어권행사에 지장이 있다는 주장은 이유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제2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24일 히로뽕을 투약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L씨에게 징역 8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공소기각 취지로 사건을 대전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형사소송법 254조에 ‘공소사실 기재는 범죄의 시일, 장소와 방법을 명시해 사실을 특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규정한 취지는, 심판 대상을 한정함으로써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를 쉽게 해주기 위한 것이므로 검사는 범죄의 구체적 사실을 기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이 사건 투약시기에 관한 공소사실만으로는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지장을 초래할 위험이 크고, 심판 대상이 한정됐다고 보기도 어려워 공소제기 절차가 법률 규정에 위반한 것으로 무효”라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이 특정됐음을 전제로 피고인에게 유죄를 인정하고 말았으니, 원심 판결은 공소사실의 특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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