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서 소란행위…업무방해죄 안 돼

대법원 전원합의체, 업무방해죄 인정한 원심 깨며 종전 판례 변경 기사입력:2009-11-19 16:29:02
[법률전문 인터넷신문=로이슈] 민원인들이 공공기관에서 소란을 피워 공무원의 업무를 방해했다는 이유로 ‘업무방해죄’를 적용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A(63)씨와 B(66)씨는 자신들이 충남지방경찰청 청문감사관실에 제출한 진정서 및 탄원서에 기재한 내용을 수사이의사건 경찰관이 조사하지 않고 내사 종결했다는 이유로, 이에 대한 탄원서를 제출하기 위해 지난해 7월29일 오전 10시경 충남지방경찰청 1층 민원실에 찾아갔다.

이에 경찰관들이 내사종결 사유에 대해 설명했으나, A씨와 B씨는 제출한 내용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방경찰청장 면담 등을 요구하며 경찰관들에게 심한 욕설을 하면서, 큰 소리를 지르며 행패를 부리고, 민원실 밖 복도에 주저앉는 등의 방법으로 1시간가량 경찰관들의 수사관련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형법 제136조(공무집행방해)에 따르면 직무를 집행하는 공무원에게 폭행 또는 협박을 하면 5년 이하 징역,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제314조(업무방해)에 따르면 위력으로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돼 있다.

1심인 대전지법 형사7단독 오명희 판사는 지난 1월 A씨와 B씨에게 업무방해죄를 인정해 각각 벌금 100만원씩을 선고했다.

그러자 A씨와 B씨는 “경찰관들에게 행한 욕설이나 주저앉는 등의 행위만으로는 업무방해죄에 있어서의 ‘위력’에 이른다고 할 수 없다”며 항소했으나, 항소심인 대전지법 제3형사부(재판장 김재환 부장판사)는 지난 4월 항소를 기각하고 1심과 같이 업무방해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들이 진정사건 처리결과에 대해 불만을 갖고 지방경찰청장 면담 등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이를 저지하는 경찰관들의 행위는 경찰관들이 처리하는 수사업무처리와 밀접불가분의 관계에서 이루어진 경우로서 업무방해죄에 의해 보호되는 업무”라며 “피고인의 행위는 경찰관들의 자유의사를 제압ㆍ혼란케 할 만한 유형력의 행사로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을 달랐다. 이 사건은 직무를 집행하는 공무원에 대해 폭행 또는 협박에 미치지 못하는 ‘위력’으로써 그 집행을 방해하는 경우 형법 제314조 업무방해죄로 처벌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이용훈 대법원장, 주심 박시환 대법관)는 19일 지방경찰청에서 소란을 피운 A씨와 B씨에게 업무방해죄를 인정해 벌금 100만원씩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대전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형법이 업무집행방해죄와는 별도로 공무집행방해죄를 규정하고 있는 것은 사적업무와 공무를 구별해 공무에 관해서는 공무원에 대한 폭행, 협박 또는 위계의 방법으로 그 집행을 방해하는 경우에 한해 처벌하겠다는 취지라고 봐야 한다”며 “따라서 공무원이 직무상 수행하는 공무를 방해하는 행우에 대해서는 업무방해죄로 적용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또 “업무방해죄와 공무집행방해죄는 보호법익과 보호대상이 다를 뿐 아니라 업무방해죄의 행위 유형에 비해 공무집행방해죄의 행위 유형이 훨씬 제한돼 있다”며 “공무집행방해죄는 폭행, 협박에 이른 경우를 구성요건으로 할 뿐 이에 이르지 않는 위력에 의한 것은 구성요건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종전 대법원 판례는 위력을 행사해 공무원들의 정상적인 업무수행을 방해하거나 업무방해의 결과를 초래한 경우에는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는데, 이날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결로 종전 대법원의 의견은 변경됐다.

반면 양승태, 안대희, 차한성 대법관은 “업무방해죄의 ‘업무’에는 공무원이 직무상 수행하는 공무도 당연히 포함되는 것으로서 직무를 집행하는 공무원에게 폭행 또는 협박에 정도에 이르지 않는 ‘위력’을 가해 공무수행을 방해한 경우도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이들 대법관들은 “공공기관의 민원실에서 발생하는 소란행위에 대해 업무방해죄를 인정하지 않을 경우 대응방법이 불가능해 그대로 방치될 수밖에 없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한편 대법원은 “이번 판결은 공공기관 민원실 등에서의 소란행위를 처벌할 필요성이나 처벌법규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기보다, 다른 처벌법규에 의한 적절한 대응이 가능하므로 굳이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을 확장 해석해 적용영역을 넓힐 필요가 없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공공기관 민원실 등에서의 소란행위에 대한 대처방안을 보면 사소한 소란행위는 경범죄처벌법위반에 해당하고, 소란행위자가 공공기관 관리자의 정당한 퇴거요구에 불응하는 경우 퇴거불응죄와 특수퇴거불응죄를 해당하고, 소란행위 정도가 지나친 경우에는 공무집행방해죄의 폭행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게 대법원이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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