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임병 가혹행위로 이등병 자살…국가 20% 책임

서울중앙지법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 선택하는데 원인 제공” 기사입력:2009-11-19 14:13:49
[법률전문 인터넷신문=로이슈] 부대 선임병들의 폭언과 폭행 등 가혹행위를 견디다 못해 자살했다면 국가에 20%의 배상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육군 모 부대 소속 이등병 A(21)씨는 선임병들로부터 욕설과 구타를 당해오던 중 지난해 10월 경계근무를 하다가 자신에게 지급된 K-2 소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이에 A씨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A씨는 앞서 지난해 7월 K병장에게 “죽고 싶을 정도로 군생활이 힘들다”고 말했고, 포반장과의 면담에서도 “내가 지금 왜 여기 있는지 모르겠고, 군생활 하기 싫다”고 말했으나, 포반장은 부대생활을 적응하지 못하는 다른 이등병들처럼 생각해 일반적인 조언만 해줬다.

중대장은 A씨와 선임병들에게 외박을 주면서 스트레스 해소 및 서로간의 오해를 풀어 주도록 했으나, A씨가 선임병들과 갈등이 있어 힘들어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특별한 문제가 없는 병사로 판단해 보호관심사병으로 선정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법 제19민사부(재판장 노정희 부장판사)는 최근 부대에서 소총으로 자살한 A씨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국가는 유족에게 6150만 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선임병들이 망인에게 징계ㆍ훈계권을 넘어 폭행과 가혹행위 등을 가해 정신적ㆍ육체적으로 매우 견디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었고, 지휘관들은 대원들에 대한 교육 및 생활지도를 통해 망인의 자살을 미연에 방지할 의무가 있음에도, 망인이 처한 어려운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고충해결을 위한 노력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 등 직무를 소홀히 하는 위법행위를 저질렀다”고 밝혔다.

이어 “이로 인해 망인이 육체적ㆍ정신적 고통과 부대생활에 대한 염증으로 절망감을 더 이상 이기지 못하고 자살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일반 사회와 달리 엄격한 규율과 집단행동이 중시되는 부대에서는 통제성과 폐쇄성으로 인해 선임병들의 폭행ㆍ폭언 및 욕설로 인한 피해가 매우 클 수 있는 점 등에 비춰 보면 선임병들의 폭행 등과 지휘관들이 직무태만행위 등이 망인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하도록 하는데 직접적이고도 중요한 원인을 제공한 만큼 망인 및 유족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만 “상급자들에 의해 행해진 폭행 등의 행위가 도저히 참고 견디기 어려워 자살행위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취할 수밖에 없을 만큼 극심한 가혹행우라고 보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망인은 불안한 심리와 충동성을 자제하지 못한 채 사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한 잘못이 있는 만큼 피고의 책임을 20%로 제한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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