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전문 인터넷신문=로이슈] 성폭력 피해를 주장하는 아동을 조사하던 경찰이 캠코더 조작 실수로 삭제돼 진술내용을 수차례 녹화한 것은 피해 아동에게 고통을 준 것으로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2003년 M성당 부설 S유치원에 다니던 A양(당시 4세)은 신부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며 어머니와 함께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한 후 울산상담소에서 여경들 입회하에 피해사실에 대한 비디오 녹화를 했다.
그런데 피해사실을 진술하는 것이 녹화된 비디오테이프가 경찰의 조작실수로 삭제돼 A양은 상담소 소장과 다시 상담을 하면서 비디오 녹화를 했다. 그럼에도 경찰은 상담소장은 무자격자이기 때문에 다시 상담과정을 녹화할 것을 요구해 서울에 있는 아동복지센터에서 세 번째 비디오녹화를 해야만 했다.
A양의 부모들은 가해자가 경남ㆍ부산 일대에서 상당한 명성과 지위가 있는 신부라는 사실이 알게 되자 소극적인 수사를 벌였다고 주장했다.
고소한 지 한 달이 지난 후 비로소 처음으로 피해자 조사를 하는 등 수사를 지체해 가해자가 증거를 은폐할 수 있는 시간을 줬고, 심지어 피해자인 A양의 오빠를 가해자로 의심해 담임선생님까지 조사하는 등 편파적이고 부적절한 수사를 했다고 억울해했다.
1심인 서울중앙지법 제30민사부(재판장 최진수 부장판사)는 2007년 8월 A양과 가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A양에게 300만원, 어머니에게 200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만 6세 이하 어린 아동의 경우 처음 진술이 가장 중요하고 이후 반복되는 진술은 증거로서 신빙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반복되는 진술로 인해 아동에게 커다란 스트레스로 작용한다”며 “경찰이 캠코더 조작 실수로 결국 재녹화가 불가피하게 돼 이로 인해 고소인들이 수사과정에 불신을 갖게 하는 원인이 됐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따라서 A양이 불필요하게 반복된 조사ㆍ녹화로 정신적 고통을 입었을 것임은 경험칙상 넉넉히 인정할 수 있어 정신적 고통을 금전적으로나마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항소심인 서울고법 제7민사부(재판장 최완주 부장판사)는 지난해 7월 경찰의 캠코더 조작실수로 피해를 본 사실을 인정해 1심 판결 중 A양의 아버지 부분을 깨고, “피고는 A양에게 300만원, 어머니에게 200만원, 아버지에게 1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1심과 항소심은 고소한 지 한 달이 지나서야 첫 조사를 하는 등 경찰이 늑장수사를 하고, A양 오빠를 가해자로 의심하는 등 부적절한 수사를 했다며 낸 손해배상청구 부분은 위법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건은 대법원으로 올라갔고, 대법원 제2부(주심 김지형 대법관)는 경찰의 실수로 성폭력 피해사실을 반복 진술해야 했던 A양과 부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A양에게 300만원, 어머니에게 200만원, 아버지에게 100만원을 지급하”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1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수사기관의 조치가 위법하다고 평가하려면 수사기관이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인정되거나 경험칙이나 논리상 도저히 합리성을 수긍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며 “진술 녹화내용이 삭제된 부분 외에는 수사기관의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할 수 있을 만큼 편파적인 수사 혹은 수사미진 등 수사절차상의 위법이 없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경찰 실수로 피해 진술 재녹화…위자료 줘야
대법 “성폭력 피해 아동 경찰 실수로 진술 재녹화 국가배상책임” 기사입력:2009-11-11 16:2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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