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전문 인터넷신문=로이슈] 보수성향 법학자이면서도 사회적 현안에 대해 ‘쓴소리’를 마다않는 이상돈 중앙대 법대교수가 ‘미디어법 통과 절차는 위법하나, 가결은 유효하다’고 판단한 헌법재판소에 대해 질타를 쏟아냈다.
이상돈 중앙대 법대교수(사진=홈페이지)
이 교수는 30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헌재의 미디어법 판결을 보고’라는 글을 통해 먼저 “헌재는 국회의 미디어법 처리가 위법하다고 판정하면서도 무효화하기를 거부해 미디어법은 ‘위법이지만 유효한’, 이상한 상태에 머물게 됐다”며 “결국 헌재가 자신에게 주어진 소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이어 “지금까지 유사한 사건을 보면 헌재는 중대한 위법이 없기 때문에 날치기 통과에 대한 위법 판단을 거부했는데, 이번에는 중대한 위법이 발견돼 위법으로 판단하고 나서도 아직은 무효로 처리할 만한 중대한 헌법 침해가 없어 무효로 판단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그렇다면 도무지 어느 정도 중대한 침해가 있어야만 무효가 되는 지 알 수가 없는 일”이라고 고개를 내저었다.
그는 “다수 재판관들은 헌법 침해 정도가 중대해야만 무효로 처리할 수 있다고 했는데, 이것은 법조문에 없는 매우 창의적인 해석”이라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혹시 부산 정치파동 같이 군인들이 국회를 포위하고 의원들을 억지로 회의장으로 끌고 들어가서 의결하도록 할 정도는 되어야 무효라는 말인가”라고 헌재에 직격탄을 날렸다.
이 교수는 또 “헌재가 국회의장과 국회의원 간의 관계를 기관분쟁으로 봐왔다는 점은 헌재가 국회내부 절차를 정당하게 심사할 수 있음을 선포한 것”이라며 그런데 “문제는 헌재가 이런 막강한 권력을 정작 필요한 경우에 적절하게 쓰지 못해서 헌재의 위상을 떨어뜨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헌재의 상황을 이렇게 비유했다. “헌재는 자기가 국회내부 절차를 심사할 수 있는 폭탄이 있다고 자랑해 왔지만 그 폭탄을 사용하지는 않았다”며 “그런데 이번에는 여러 가지 정황상 폭탄을 쓰지 않을 수 없게 됐는데, 막상 폭탄을 던지려 하니 그 폭탄의 위력이 너무 클 것 같아서 겁이 왈칵 난 것”이라고 말이다.
이어 “그래서 폭탄 심지에 불을 붙여놓고 던질 것 같은 포즈를 취하면서 ‘이번도 참을 테니 너희들이 알아서 잘 해라’고 외친 것”이라며 “문제는 심지에 불이 붙은 폭탄인데 다행히 심지를 잘 껐다면 그 폭탄은 다음에 쓸 수 있겠지만, 심지가 마구 타 들어가면 자폭을 하기 마련이다. 헌재의 권위가 온전한지, 아니면 남을 구하려다 오히려 헌재가 자폭을 한 것인지, 그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결론적으로 “아무리 헌재가 목소리를 높여도 국회가 미디어법을 스스로 시정할 가능성이 없음은 열 살 먹은 아이 눈에도 분명하다”며 “그렇다면 ‘살아서 걸어 다니는 미라’ 같은, ‘위법하되 유효한 법률’이란 괴물을 남기기보다는 명쾌하게 무효로 처리하는 것이 훨씬 현명했을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상돈 “헌재, 군인이 국회 포위해야 위법인가”
“‘위법하되 유효한 법률’이란 괴물보다 무효처리가 훨씬 현명” 기사입력:2009-10-31 13:3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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