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전문 인터넷신문=로이슈] 미디어법 권한쟁의 심판사건에서 헌법재판소는 국회의원의 법률안 심의표결권은 침해됐다고 판단하면서도 미디어법 무효확인청구는 기각해, 사실상 미디어법이 ‘유효’하다는 결론을 내린 셈이다.
국회 통과과정에서의 절차는 위법하지만, 통과된 법 자체는 유효하다는 논리어서 정치적 판단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때문에 네티즌 사이에서는 헌재를 빗대어 ‘술을 마신 것은 인정된다고 하면서 음주운전은 아니다’라는 논리라는 패러디가 등장하는 등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헌법재판소 전원합의체는 29일 미디어법 권한쟁의 심판사건에서 지난 7월22일 미디어법 개정안 중 신문법을 가결선포한 행위에 대해 재판관 7대 2의 의견으로, 방송법을 가결선포한 행위에 대해서는 재판관 6대 3의 의견으로 국회의원의 법률안 심의표결권한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미디어법 법률안을 가결선포한 행위에 대한 무효확인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신문법의 경우 재판관 6대 3의 의견으로, 방송법의 경우 재판관 7대 2의 의견으로, 인터넷멀티미디어법안 및 금융지주회사법의 경우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모두 기각결정했다.
◆ 신문법 가결선포행위로 인한 심의표결권 침해 여부
이강국, 이공현, 조대현 재판관은 “국회법 제93조는 위원회의 심의를 거치지 않은 안건은 제안자가 그 취지를 설명하도록 하고 있으나, 취지 설명의 방식에는 제한이 없으므로 제안자가 발언석에서 구두설명을 하지 않더라도 서면이나 컴퓨터 단말기에 의한 설명 등으로 대체할 수 있다”며 “국회의원들이 실제로 신문법 수정안을 표결할 때에는 법률안의 취지와 내용을 알 수 있었던 상태에 있었으므로, 제안취지 설명은 이루어졌다”고 적법의견을 냈다.
민형기, 이동흡, 목영준 재판관은 “표결이 실질적으로 개시되기 전에 의안이 회의진행시스템에 입력된 이상, 회의장의 질서가 극도로 문란했던 상황에서 국회의장의 위와 같은 제안취지 설명을 유효한 것으로 보고 표결절차를 진행한 것은 국회의장의 자율적 의사진행권한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며 적법의견을 개진했다.
하지만 김희옥, 김종대, 송두환 재판관은 “국회법 제110조 제2항에 따라 의장이 표결을 선포해 표결절차가 개시된 이후에는 의안에 대한 질의ㆍ토론이 금지되므로, 제안취지 설명이 의장의 표결 선포 이후에 이루어졌다면 그에 기초한 질의ㆍ토론은 불가능하게 돼 국회법 제93조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며 위법의견을 제시했다.
이 사건에서 표결 선포 후 표결이 개시되기 불과 30초 전에 해당 안건을 회의진행시스템에 입력됐으므로 국회법이 요구한 ‘안건의 제안취지 설명’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 신문법 질의ㆍ토론 절차의 위법 여부
김형오 국회의장이 당시 신문법 원안 등 3개의 법률안을 상정한 후 곧바로 질의와 토론을 실시하지 않겠다고 공언하고, 곧이어 신문법 수정안을 상정한 다음 이에 대한 표결을 선고한 것이 법률안 심의에 있어 질의ㆍ토론 절차에 관한 국회법 제93조에 위배해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이 침해했는지 여부다.
이강국, 조대현, 김희옥, 송두환 재판관은 “국회의 심의절차는 표결절차와 마찬가지로 국회 의사결정에서 생략할 수 없는 핵심절차로서, 의회주의 이념을 기초로 하는 국회 입법절차의 본질적인 부분”이라며 “신문법 수정안은 위원회의 심사를 거치지 않고 본회의에 상정된 법안으로, 질의와 토론절차를 생략할 수 없다”고 위법의견을 냈다.
또 “국회법 제110조 제2항에 따라 표결선포 이후에는 질의ㆍ토론 자체가 허용되지 않으므로, 의장이 의안내용을 사전에 제공하지 않은 채 표결선포를 함으로써 질의 및 토론 신청의 기회는 실질적으로 봉쇄됐다”며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면, 신문법에 대한 질의ㆍ토론절차를 생략한 의장의 의사진행은 국회법 제93조 단서에 명백하게 위반된다”고 밝혔다.
김종대, 이동흡 재판관도 “국회의장이 ‘질의부분’을 생략하고, ‘토론신청 유도’도 확인하지 않은 채 토론신청이 없을 것으로 예단해 바로 표결처리에 나아가는 의사진행은 의장의 자율적 의사진행 권한의 한계를 넘는 것으로 정당화될 수 없고, 이는 국회의원들의 질의ㆍ토론 기회를 봉쇄하는 것으로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위법의견을 냈다.
반면 이공현, 민형기, 목영준 재판관은 “의장은 의사진행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는 상황에서 의원들의 의사진행 저지행위에 비춰 질의ㆍ토론이 없을 것으로 예상하며 신문법의 질의ㆍ토론신청 유무를 확인하지 않은 채 표결을 선포한 것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잘못돼 국회법의 심의표결권을 침해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적법의견을 개진했다.
◆ 신문법 표결절차의 헌법적 정당성 여부
이강국, 이공현, 조대현, 김희옥, 송두환 재판관은 “국회의원의 표결권은 개별 국회의원의 고유한 권리로서 타인에게 위임하거나, 양도할 수 없으므로, 자신에게 사용권한이 없는 투표단말기를 사용해 투표하는 행위는 그 동기나 경위가 무엇이든 국회법에 위배돼 다른 국회의원의 헌법상 권한인 법률안 표결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위법의견을 제시했다.
또 “신문법 수정안 표결 전후 상황과 위법의 의심이 있는 투표행위의 횟수 및 정도 등을 종합하면, 신문법 표결 결과는 극도로 무질서한 상황에서 발생한 위법한 투표행위로 표결과정의 현저한 무질서와 불합리 내지 불공정이 표결결과의 정당성에 영향을 미쳤을 개연성이 있다”며 “결국 의장의 신문법 수정안 가결선포행위는 헌법 제49조 및 국회법 제109조의 다수결 원칙에 위배돼 의원들의 표결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민형기, 이동흡, 목영준 재판관은 “무권투표의 횟수는 3건에 불과한데 신문법 표결 과정에 비전형적인 투표행위가 있었다 하더라도, 그것이 실제 표결결과에 영향을 미쳐 의원들의 투표가치를 훼손했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므로, 의원들의 표결 권한이 침해됐다고 볼 수 없다”며 적법의견을 냈다.
정리하면 재판관 9명 중 7명은 국회의장의 신문법 가결선포행위가 의원들의 심의표결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 방송법 가결선포행위로 인한 심의표결권 침해 여부
이강국, 이공현, 김희옥, 민형기 목영준 재판관은 “사건 당일 장내가 소란해 의사진행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는 상황이었으므로, 의장이 방송법 수정안에 대한 표결에 앞서 질의ㆍ토론 신청의 유무를 적극적으로 확인하는 발언을 하지 않았더라도, 그것이 국회법 제93조에 위배해 의원들의 심의표결권한을 침해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적법의견을 냈다.
하지만 조대현, 송두환 재판관은 “질의ㆍ토론을 임의로 생략할 권한은 없는 의장이 장내소란을 이유로 질의ㆍ토론을 실시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것은 그 발언의 효력 유무와는 무관하게 질의와 토론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할 수 있는 것으로서 의장의 자율적 의사진행 권한의 한계를 넘는 것”이라며 위법의견을 제시했다.
김종대, 이동흡 재판관도 “질의ㆍ토론의 기회를 주지 않고 이루어진 의장의 방송법안 가결선포행위는 의원들의 심의표결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역시 위법의견을 냈다.
◆ 일사부재의 원칙의 위배 여부 및 사전투표 여부
특히 이 사건 방송법안 1차 투표결과가 부결로서 2차 투표가 일사부재의원칙에 반하는지 및 1차 투표에 대한 표결불성립 선언 전에 이루어진 68명의 찬성투표가 사전투표로 무효이므로 2차 투표도 무효인지가 쟁점이다.
조대현, 김종대, 민형기, 목영준, 송두환 재판관은 “방송법에 대한 1차 투표가 종료돼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에 미달됐음이 확인된 이상, 방송법에 대한 국회의 의사는 부결로 확정됐다고 돠야 하므로, 의장이 국회의 방송법에 대한 확정된 부결의사를 무시하고 재표결을 실시해 그 표결결과에 따라 방송법의 가결을 선포한 것은 일사부재의 원칙에 위배해 의원들의 표결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위법의견을 냈다.
반면 이강국, 이공현, 김희옥, 이동흡 재판관은 “방송법에 대한 투표가 종료된 결과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이라는 의결정족수에 미달된 이상, 방송법에 대한 국회의 의결이 유효하게 성립됐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의장이 방송법에 대한 재표결을 실시해 그 결과에 따라 방송법 가결을 선포한 것이 일사부재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며 적법의견을 냈다.
사전투표와 관련, 이강국, 이공현, 김희옥, 이동흡 재판관은 “방송법에 대한 재표결에 있어 의원들이 문제 삼는 68인의 투표는 의장의 방송안에 대한 재표결 선포 이후에 이루어진 것으로, 사전투표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적법의견을 냈다.
이를 종합하면 재판관 9명 중 6명은 의장의 방송법 가결선포행위가 의원들의 심의표결권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 신문법 가결선포행위의 무효확인청구
이강국, 이공현, 김종대, 이동흡, 민형기, 목영준 재판관은 무효확인청구를 기각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고, 반면 조대현, 김희옥, 송두환 재판관은 인용 의견을 냈으나 재판관 6대 3의 의견으로 기각됐다.
◆ 방송법 가결선포행위의 무효확인청구
이강국, 이공현, 김희옥 재판관은 “방송법 가결선포행위가 의원들의 법률안 심의표결권을 침해했다고 볼 수 없어 이 부분 청구는 판단할 필요가 없다”며 기각의견을 냈다.
민형기, 이동흡, 목영준 재판관은 “방송법 가결선포행위는 비록 국회법 제92조를 위반해 의원들의 심의표결권을 침해한 것이지만, 그것이 입법절차에 관한 헌법규정을 위반하는 등 가결선포행위를 취소 또는 무효로 할 정도의 하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워 무효확인청구는 기각함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대현, 송두환 재판관은 “질의ㆍ토론절차가 생략된 점 외에도 국회법 제92조(일사부재의)에 위반해 의원들의 심의표결권을 침해한 잘못이 있는 만큼 가결선포행위의 무효를 선언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미디어법 절차는 위법…법안 가결은 유효
헌법재판소, 심의표결권은 침해…무효확인청구는 기각 기사입력:2009-10-29 21: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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