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전문 인터넷신문=로이슈] 신용카드를 분실해 현금서비스 피해를 입은 고객이 보상을 받으려면 본인에게 비밀번호 유출의 과실이 없음을 입증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J(33)씨는 2005년 10월26일 직장에서 퇴근해 친구 K씨를 만나 술을 마시고 오후 9시50분께 또다른 친구 S씨를 만나기 위해 S씨의 집으로 가던 중 지갑을 도난당했다.
이런 사실을 모르는 J씨는 S씨의 집에 도착해 잠이 들었고, 그 무렵 J씨의 휴대폰 문자메시지에 신용카드 현금서비스로 현금을 인출할 때 표시되는 SMS문자 메시지가 계속 들어왔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S씨가 이날 오후 11시13분께 신용카드사에 전화로 대신 신고하려 했으나, 은행 야간 자동응답 ARS 메시지에는 ‘카드번호 내지는 주민번호를 입력하라’는 응답메시지가 나왔다.
이에 S씨가 J씨의 주민번호를 확인하려 지갑을 찾아보니 지갑이 없어서 바로 은행에 신고하지 못했고, 다음날 새벽 0시33분께 다른 친구에게 연락해 J씨의 주민번호를 알아내 임시로 카드 사용을 정지시켰다.
한편, J씨의 지갑을 훔친 도둑은 신용카드 비밀번호 오류도 한 번 없이 편의점 현금지급기에서 700만 원을 인출했다. A씨는 잠에서 깬 27일 오전 7시경 은행에 신용카드 도난신고를 했다.
이후 A씨는 은행을 상대로 피해금액을 돌려달라며 강제집행신청을 냈고, 이에 K은행은 맞소송을 낸 사건.
1심인 서울북부지법 민사6단독 박용우 판사는 지난해 11월 K은행의 책임을 60%로 판단해 J씨에게 42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박 판사는 판결문에서 먼저 “카드사 회원 스스로 고의 또는 과실이 없음을 입증한 경우에는 은행은 제3자의 신용카드 부정사용으로 인한 예금인출행위에 대해 인출예금 상당액을 보상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J씨의 신용카드 예금인출에 필요한 비밀번호는 전화번호나 주민번호와 전혀 관계가 없고, 군번 일부를 비밀번호로 사용하고 있었는데, 카드 도난 당시 군번을 소지하거나 이를 알 수 있는 단서조차 없었다”며 “돈을 빼낸 사람의 사진을 본 J씨가 그를 전혀 알지 못하므로 J씨가 비밀번호를 고의 또는 과실로 유출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항소심인 서울북부지법 제1민사부(재판장 임병렬 부장판사)는 지난 4월 1심 판결을 깨고, K은행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카드 도난 사고 후 범인이 짧은 시간에 비밀번호를 알고서 단 한 번의 실수도 없이 현금서비스와 예금인출을 받은 점, J씨는 당시 만취한 상태였으므로 무의식 중에 신용카드를 타인에게 건네주고 비밀번호를 알려줬을 수도 있는 상황을 전혀 배제할 수 없는 점 등에 비춰 보면, J씨에게 비밀번호 유출에 고의 또는 과실이 없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사건은 대법원으로 올라갔고, 대법원 제3부(주심 안대희 대법관)는 K은행이 신용카드 도난으로 피해를 본 고객 J씨를 상대로 낸 청구이의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6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신용카드 회원은 비밀번호 관리자로서 주의의무를 다할 의무가 있어 신용카드를 분실 또는 도난을 당해 제3자가 부정사용한 경우 그 책임을 면하기 위해서는 신용카드 분실 및 비밀번호 누설에 아무런 과실이 없음을 입증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J씨의 비밀번호 관련 부분에 대해, 비밀번호가 누설된 경위가 밝혀지지 않은 것에 불과할 뿐, J씨가 신용카드 비밀번호 유출에 고의 또는 과실이 없음이 증명됐다고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다만 “공평의 이념에 비춰볼 때 경제적 약자인 회원의 권익을 보호하는 방안이 무엇인지 등을 고려하면, 회원에게 고의나 과실이 없는 경우에도 신용카드 부정사용으로 인한 손해를 회원이 부담해야 한다고 해석하는 카드 약관은 사업자가 부담해야 할 위험을 고객에게 이전시키는 조항에 해당돼 무효”라고 판단했다.
분실 카드로 피해…고객이 ‘과실 없음’ 입증해야
대법,분실 따른 모든 책임 고객에게 지우는 약관은 무효 기사입력:2009-10-26 16:4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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