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소자 교활함에 협박당한 교도관 파면 부당

수원지법 “재소자들의 치밀한 계획에 말려든 것으로 보여” 기사입력:2009-10-21 19:32:13
[법률전문 인터넷신문=로이슈] 교도관이 선의로 재소자에게 껌 등 편의를 제공했다가 이후 재소자로부터 이를 공개하겠다는 협박을 받고 이를 무마하기 위해 담배 등을 제공하다가 당한 파면처분은 너무 가혹해 부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안양교도소에 수용된 A씨와 B씨는 2008년 4월30일 부모를 접견할 때 사용한다는 명목으로 교도관 김OO(47)씨에게 부탁해 염색약 등을 받았고, 5월2일에는 원주교도소에 수용된 여성 C씨와 펜팔을 하고 있다는 명목으로 C씨의 인적사항을 제공받았다.

그런데 김씨에게 이것은 화근이 됐다. A씨와 B씨는 5월9일 면회 온 D씨에게 부탁해 교도관 김씨에게 30만원을 등기우편으로 보내게 한 후 위와 같은 사실들을 빌미로 김씨를 협박해 금품을 갈취하며 괴롭혔다.

B씨는 5월13일 자신을 도와 준 김씨에게 위법사실에 관한 고소장과 사실확인서를 건네주면서 “담배를 주지 않으면 수원지검에 고소하겠다”고 협박해 그 자리에서 담배 3개비를 뜯어냈다.

이 뿐만 아니다. A씨는 이후 담배를 주지 않으면 모든 것을 폭로하겠다는 내용의 쪽지를 김씨에게 주면서 “안 들키게 할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협박해 수차례에 걸쳐 담배를 받아 챙겼다.

5월15일 김씨는 B씨로부터 D씨를 통해 30만원을 보냈다는 말을 듣고 “왜 돈을 보냈느냐”며 D씨에게 돌려주겠다고 하자, B씨는 “보낸 사람의 주소가 허위라서 돌려보낼 수 없으니 그냥 사용하고, 나에게 돌려주면 찢어 버리겠다”며 받기를 거부해 돌려주지 못했다.

6월2일 B씨는 김씨로부터 받은 담배를 같은 수용자들에게 판매하려다 여의치 않자, 지난번 김씨에게 30만원을 보낸 것을 빌미로 김씨로부터 500만원을 갈취하기 위해 D씨에게 등기우편 영수증을 보내도록 시켰다.

이후 6월7일 수용자 E씨는 김씨에게 “B씨와 교도소 내에서 담배 장사를 하기로 하고 담배를 준 게 아니냐. B씨가 자폭(모든 사실을 털어 놓는다)한다고 한다. 당신도 B씨에게 담배를 제공한 책임이 있다”고 말해 겁을 먹은 김씨로부터 500만원을 주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그러더니 E씨는 6월10일 김씨에게 “B씨에게 50만원만 주면 내가 중간에서 일을 해결해 줄 테니 손목시계를 구해 달라”고 협박했고, 김씨는 이틀 뒤 B씨에게 영치금으로 50만원을 송금하고 손목시계도 건넸다.

A씨는 6월12일 B씨와 E씨의 협박을 중지시켜 주겠다며 김씨로부터 휴대폰을 건네받아 사용했고, 다시 이를 빌미로 6월27일에는 담배 10개비를 뜯어냈다.

B씨는 김씨로부터 50만원을 받은 이후에도 500만원을 주지 않으면 30만원을 받은 것과 담배를 제공한 사실을 폭로하겠다며 김씨를 계속 협박하고, E씨는 B씨의 불만을 무마시키는 조건으로 영치금을 요구해 김씨는 B씨에게 100만원, E씨에게 50만원을 보냈다.

이로 인해 지난해 8월 파면당한 김씨는 “징계원인 중 스스로 한 것은 염색약과 껌 및 C씨의 인적사항을 제공한 것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모두 A, B, E 등의 협박에서 비롯된 점, 19년 동안 아무런 징계처분을 받지 않고 교도관으로서 성실히 근무해 온 점 등을 고려하면 파면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한 위법이 있다”며 소송을 냈다.

한편 A씨는 김씨와 다른 교도관으로부터 담배 등을 갈취하고 다른 재소자를 성추행한 사실로 지난 5월 수원지법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아 현재 항소심 계속 중이고, B씨와 E씨는 김씨로부터 금품을 갈취한 혐의로 2008년 11월 수원지법에서 징역 1년과 징역 8월을 각각 선고받아 항소했으나 기각된 후 상고 취하로 형이 확정됐다.

이에 대해 수원지법 제2행정부(재판장 전광식 부장판사)는 김씨가 안양교도소장을 상대로 낸 파면처분취소 청구소송에서 “피고의 파면처분은 위법해 부당하므로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1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A와 B는 원고로부터 담배 등을 계속 제공받거나 자신들의 추가적인 요구를 거절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교도소 밖에 있는 사람에게 배달기록이 남는 등기우편을 통해 원고에게 30만원을 보내고, E 역시 같은 목적으로 B와 공모해 등기우편 영수증을 보관하게 원고에게 직접 돈을 요구하는 등 교활하고 치밀한 계획을 세워 갈취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또 “원고는 단순한 호의로 염색약과 껌 등을 제공하며 A와 B씨의 요구를 들어주다가 위법사실을 공개하겠다는 협박이 두려워 이들의 추가적인 요구를 거절하지 못하고 담배를 제공하거나 휴대폰을 사용하게 했고, 이후에도 이를 빌미로 계속된 담배 제공 등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하게 된 것으로서 이들의 계획에 말려들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게다가 원고가 이들에게 교도소 내 편의 제공과 관련해 어떤 대가를 요구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고, B로부터 받은 30만원도 돌려주려 했으며, 그 금액이 소액에 불과한 점 등에서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고, 원고도 자신의 잘못을 깊이 반성하며 뉘우치고 있으며 교도관으로 임용된 후 19년 이상 별다른 징계 없이 성실하게 근무해 온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의 비위가 파면에 이를 만큼 무겁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공무원이 파면되는 경우 퇴직급여와 퇴직수당의 2분의 1이 삭감돼 지급되는 점을 더해 보면, 파면 징계사유로 삼은 비위의 정도에 비해 균형을 잃은 과중한 것으로서 비례의 원칙에 위배돼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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