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전문 인터넷신문=로이슈] 신변호보요청이 무시당한 증인이 법정에서 원한을 품은 사람으로부터 보복을 당해 다쳤다면 국가가 피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원에 따르면 A(54ㆍ여)씨는 1982년 B씨와 결혼했는데 별다른 이유 없이 신혼초기부터 남편의 폭언과 폭행에 시달렸다.
B씨는 1984년 형과 형수 및 조카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A씨를 폭행하면서 물고문을 한다며 머리채를 잡고 물통에 집어넣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1987년 둘째 아기를 임신해 9개월 정도 된 상태였는데도 B씨는 A씨를 심하게 폭행해 15일 동안 입원치료를 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B씨는 1993년부터 외도를 하면서 A씨가 이혼하자고 요구하면 친정식구들을 도끼로 찍어 죽인다거나 집을 불살라 버린다고 협박해 감히 따질 엄두조차 낼 수 없도록 만들었다.
그러던 중 B씨는 2001년 6월 아내와 딸을 감금하고 폭행하면서 서너에 불을 붙이려고 했다가 A씨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에 저지당했고, 이를 계기로 그 때부터 2003년 1월까지 정신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기도 했다.
퇴원한 이후에도 B씨는 A씨를 계속 폭행했고, 2003년 11월에는 A씨에게 화냥짓을 하고 다닌다며 손가락으로 눈을 찔러 피가 나게 하는 상해를 입히기도 했다.
이 사건 이후 법원은 B씨에게 접근금지명령을 내렸고, 또 상해사건에 대해 6개월간의 보호관찰을 명하는 보호처분결정을 내렸다. A씨는 결국 이혼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B씨는 상해사건에 대해 정식재판을 청구하면서 자신의 범죄사실을 부인하자 공판검사는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하며 법정에 출석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A씨는 검사를 찾아가 “남편이 매일 흉기를 갈아서 신문지에 말아 품고 다닌다는 것을 아들로부터 들었다. 바로 며칠 전 이혼법정에서도 남편이 무섭게 협박한 적이 있어 증언을 하다가 무슨 일을 당할지 위험해서 못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사는 “재판정에서 무슨 일이 있겠느냐. 증언만 하고 남편보다 먼저 나가면 안전하니 증언이 끝나면 바로 나가서 택시타고 가라”며 증인으로 출석해 줄 것을 재차 요구했다.
증인으로 나서기로 마음먹은 A씨는 검사에게 신변보호요청을 했으나, 검사로부터 “지난번에 말한 대로 남편을 피하라”는 말밖에 들을 수 없었다.
결국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2005년 4월15일 공판기일 법정에서 B씨가 증인선서서를 작성하는 A씨의 뒤에서 흉기로 머리를 3회 찔러 전치 6주의 중상을 입혔다.
이에 A씨가 국가를 상대로 1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고, 1심인 서울중앙지법 제22민사부(재판장 박영하 부장판사)는 2006년 4월 “피고는 원고에게 위자료 3000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원고가 검사에게 신변보호를 요청했음에도 법정에서 상해사건이 발생한 점, 비록 치료기간이 6주에 그쳤으나 상해부위가 생명에 치명적일 수 있는 머리와 목 등이고, 범행도구도 흉기여서 원고의 생명에 중대한 위험이 발생한 점, 사법절차에 협력하기 위해 법정에 출석한 원고가 이 사건으로 받은 정신적 충격은 쉽게 치유될 수 없을 것으로 보이는 점, 형사사법기관의 인식 부족도 사건 발생에 일조한 점 등을 종합할 때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항소심은 손해배상의 범위를 더 크게 적용했다. 서울고법 제24민사부(재판장 이성보 부장판사)는 2006년 11월 1심 판결을 깨고 “피고는 원고에게 위자료 5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는 그 산하의 법원과 검찰 및 소속 공무원들의 잘못으로 인해 상해를 당함으로써 원고가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임은 경험칙상 명백하므로 원고가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특히 “사법절차에 협력하기 위해 법정에 출석한 원고가 이 사건으로 받은 정신적 충격은 특히 피해 장소가 법정이라는 점에서 단기간 내에 쉽게 치유될 수 없을 정도인 점 등을 참작하면 위자료는 5000만 원으로 정함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사건은 대법원으로 올라갔고, 대법원 제2부(주심 전수안 대법관)는 13일 A씨가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국가가 원고에게 5000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사건 당시 원고에게는 스스로의 힘만으로 방지하기 어려운 생명ㆍ신체에 대한 중대한 위험이 존재했을 뿐만 아니라, 원고로부터 신변보호요청을 받은 검사도 원고의 호소내용과 사건기록을 통해 위험발생을 쉽게 예상할 수 있었으므로 검사는 재판부에 신변보호를 요청해 적절한 조치를 취했어야 할 의무가 있었다”고 밝혔다.
증인이 법정서 테러 당했다면 국가 배상책임
대법 “국가는 피해 증인에게 위자료 5000만 원 지급하라” 기사입력:2009-10-13 15:5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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