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전문 인터넷신문=로이슈] 급발진 사고의 원인이 될 만한 운전자의 과실이 없는 것으로 인정된다면 차량의 결함으로 추정되어야 하고, 따라서 판매업자가 사고원인을 입증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는 급발진 사고의 입증 책임을 운전자에게 부과했던 기존 판례를 뒤집은 것으로, 급발진 사고의 입증 책임이 차량 제조ㆍ판매업체에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 첫 번째 판결이다.
지난해 7월18일 벤츠 승용차를 6500만원에 구입한 조OO(72)씨는 8일 뒤 서울 강동구 상일동 모 빌라 지하주차장에서 도로로 나오려고 우회전 하던 중 차량이 굉음을 내며 약 30m를 질주해 화단 벽을 넘어 정면에 있는 빌라 외벽과 충돌했다.
이 사고로 차량 앞면 덮개와 엔진 부분이 파손되자 조씨는 같은 차량을 달라며 벤츠 차량 수입ㆍ판매업체인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소송을 냈고, 서울중앙지법 민사83단독 송인권 판사는 지난 9월30일 “피고는 사고차량과 동일한 벤츠 차량 1대를 원고에게 인도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송 판사는 판결문에서 먼저 “고도의 기술이 집약돼 대량으로 생산되는 제품의 결함을 이유로 제조업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지우는 경우 그 제품이 생산과정은 전문가인 제조업자만이 알 수 있어서 그 제품에 어떠한 결함이 존재하는지, 그 결함으로 인해 손해가 발생한 것인지 여부는 일반인으로서는 밝힐 수 없는 특수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조업자 측에서 그 사고가 제품의 결함이 아닌 다른 원인으로 말미암아 발생한 것임을 입증하지 못하는 이상 그 제품에 결함이 존재하며 그 결함으로 사고가 발생했다고 추정해 손해배상책임을 지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송 판사는 그러면서 “피고는 가속장치에 관한 10개의 진단코드를 포함한 각종 진단코드에 차량 이상으로 인해 사고가 발생한 징후가 전혀 기록되지 않은 점을 이유로 원고의 운전과실로 인한 사고라고 주장하나, 진단코드가 승용차의 오작동에 관한 모든 이상징후를 포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컴퓨터, 항공기와 같이 고도의 기술이 집약돼 있는 전자제품의 경우 때때로 규명하기 어려운 원인으로 오작동이 발생하기도 한다는 점에 비춰 피고의 주장은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아울러 재판부는 “조씨는 신체적ㆍ정신적으로 건강한 상태로 사고 당시까지 교통사고를 일으킨 적이 없고, 또 일반적으로 승용차의 시동을 건 직후 발생하는 급발진 사고는 운전자가 브레이크 대신 액셀레이터(가속페달)를 밟는 과실로 인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나, 이 사고는 주행 중에 발생한 것으로 시동을 건 직후에 비해 운전자의 과실이 발생할 여지가 적다”고 밝혔다.
또 “사고 당시 승용차가 굉음을 내며 30m가량 질주해 벽을 넘어 정면에 있는 빌라 외벽에 충돌한 점에 비춰 보면, 사고 승용차가 상당한 고속 주행을 했다고 추정할 수 있는데 승용차가 고속 상태에 있는 것만으로는 엔진에서 굉음이 나지 않고, 설령 조씨가 실수로 액셀레이터를 밟았다고 해도 브레이크를 밟을 여유가 있는 거리”라고 설명했다.
특히 재판부는 “이 사고가 원고의 운전과실로 인해 발생했다고 가정한다면, 원고는 지하주차장에서 나와 우회전한 직후 액셀레이터를 최대로 밟아 정면에 있는 빌라 벽을 향해 돌진했다는 것인데, 이러한 추론은 건전한 상식에 반한다”고 강조했다.
차량 급발진 사고…판매업체 첫 손해배상책임
송인권 판사 “운전자 과실 없는 것으로 인정되면 차량 결함으로 추정” 기사입력:2009-10-05 12:4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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