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 뺑소니 진실공방, 1심 유죄→항소심 무죄

수원지법 “도로에 사람이 누워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기 힘들어” 기사입력:2009-09-01 14:53:46
[법률전문 인터넷신문=로이슈] 한밤 어두운 주택가 일방통행로를 역주행하다 술에 취해 도로에 누워 있던 사람을 치고 달아난 혐의(뺑소니)로 기소된 30대 운전자가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으나 항소심은 무죄 판결을 내렸다.

노OO(38)씨는 작년 4월27일 밤 11시께 경기도 시흥시의 한 주택가 일방통행 도로를 SUV차량을 몰고 좌회전해 역주행하다 술에 취해 도로 위에 누워 있던 A(46)씨의 가슴을 왼쪽 뒷바퀴로 밟고 지나갔다. 이로 인해 A씨는 전치 6주의 부상을 입었다.

당시 노씨는 무언가 밟았다는 느낌을 받았으나 백미러(후사경)로 보니 쓰레기가 있어 사람을 친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실제로 노씨는 이후 ‘뺑소니 도주차량 목격자를 찾습니다’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어도 자신이라고 생각하지 못하고 다녔다.

그러나 사고 장소 옆 빌라 4층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요리를 하던 중 밖에서 차에 부딪히는 사고나 창문을 통해 보니 사람이 누워 있었고, 마침 지나가는 차량을 봤다”고 진술했다.

또 사고 장소의 CCTV 화면에 피해자가 누워있고, 노씨의 차량이 지나가던 모습이 촬영돼 있어 검찰은 노씨가 뺑소니 범인이라고 판단해 기소했다.

결국 노씨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차량)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고, 수원지법 안산지원은 지난해 10월 노씨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자 A씨는 “무엇인가 밟히는 느낌을 받았지만 야간에 사람이 도로에 누워있는 것을 생각할 수 없었고 도주할 의도가 없었다”고 무죄를 주장하며 항소했다.

이에 대해 항소심인 수원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문준필 부장판사)는 유죄를 인정한 1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한 것으로 1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먼저 “피고인이 사고 현장에 걸려있는 ‘뺑소니 도주차량 목격자를 찾습니다’라는 현수막을 본 후에도 자신이 사고를 저질렀다는 의식 없이 사고 장소를 여러 번 지나간 점”에 주목했다.

또 “피해자는 주택가 도로의 교차로 부근에 어두운 색 옷을 입고 누워 있어 운전자로서는 쉽게 발견할 수 없었고, 술에 취한 사람이 도로에 누워 있을 수 있다는 것도 예상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설령 피고인이 약간의 충격을 느꼈다고 하더라도 사고 장소에 쓰레기가 놓여 있어 도로에 놓여 있는 장애물이라고 느꼈을 수도 있고, 백미러(후사경)를 통해 확인하는 이외에 도로상의 모든 충격에 대해 차량에서 내려 확인할 의무도 없고, 피고인이 종합보험에 가입돼 있어 굳이 도주할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게다가 피해자와의 충돌로 차량에 아무런 흔적도 남지 않아 충돌됐다는 것을 알 수 없었던 점 등을 종합해 보면 피고인이 피해자를 밝고 지나간 사정을 알면서 또는 미필적으로나마 이를 알았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한편, 이번에는 검찰이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함에 따라 대법원 판단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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