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 특정 강력범 얼굴 공개 법안 반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개정안 ‘위헌’ 의견서 제출 기사입력:2009-08-12 09:57:09
[법률전문 인터넷신문=로이슈]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회장 백승헌)은 특정 강력범죄 피의자의 얼굴을 공개토록 하는 법률안에 대해 ‘무죄추정의 원칙, 적법절차의 원칙, 과잉금지원칙 등에 반해 위헌’이라는 내용의 의견서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제출했다고 11일 밝혔다.

정부가 발의한 ‘특정강력범죄 처벌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 법률안’은 검사와 사법경찰관은 범행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강력범죄 사건에서 피의자의 자백 등 일정한 요건을 갖춘 경우 피의자의 얼굴, 성명 및 나이를 공개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게 주요 골자다.

이에 대해 민변은 신상을 공개당한 강력범은 이미 체포된 상태이기 때문에 범죄예방 효과가 아예 존재할 수 없는 반면, 수사기관의 자의적 판단과 특정강력범죄 사건이 발생했을 때의 순간적인 여론에 좌우될 수밖에 없어 남용의 위험성이 크다는 점 등을 들며 조목조목 꼬집었다.

◆ 무죄추정의 원칙 위반 = 민변은 “유죄의 확정판결이 있기도 전에 수사기관이 임의로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수사기관의 처분에 따라 피의자의 프라이버시나 인격권을 침해하는 불이익한 처우라는 점에서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한다”고 위헌성을 지적했다.

의심이 간다는 사실만으로 확증도 없이 피의자(피고인)에게 불리한 처분을 하거나, 유죄의 확정판결도 있기 전에 피의자(피고인)의 인권을 무시하는 처우를 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 적법절차의 원칙 위반 = 민변은 “형사절차에 있어서는 국가권력에 의한 인권침해 발생 소지가 큰 만큼 적법절차가 원칙이 더욱 존중돼야 하는데, 개정안에 따른 신상공개는 절차의 형식과 내용에 있어 합리성과 정당성을 갖춘 것이라고 볼 수 없어 적법절차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말했다.

민변은 “개정안은 피의자에 대해 결코 객관적인 입장을 가질 수 없는 수사기관의 독자적 판단에 의해 신상을 공개할 권한을 부여하고, 최소한의 독립성이나 중립성을 갖춘 기관이나 사법부에 의한 통제수단도 없고, 신상 공개의 대상이 된 피의자의 이의제기권도 보장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 점에서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자의 신상정보를 일정한 절차를 거쳐 사법부의 판단에 따라 제한적으로 등록․공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점과 그럼에도 상당수 재판관들이 위헌의견을 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우리 형법상 명예형은 범죄인의 일정 자격을 상실하게 하거나 일정 기간 정지하는 자격상실과 자격정지 2가지밖에 없음에도 피의자의 신상공개는 그 효과에 있어 사실상 처벌의 일종(명예형)인데, 사법부가 판결을 통해 결정하는 것은 몰라도 수사기관이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삼권분립의 원칙에도 반한다”고 주장했다.

◆ 과잉금지원칙 위반 = 민변은 “개정안에 따른 피의자의 신상 공개는 국가가 개인의 신상에 관한 사항을 대중에게 공개함으로써 개인의 일반적 인격권을 제한하며, 한편 사생활의 비밀에 해당하는 사항을 국가가 일방적으로 공개하는 것이므로, 이는 일반적 인격권과 사생활의 비밀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목적의 정당성 = 민변은 “개정안은 제안이유에서 국민의 알권리 보장 및 범죄예방 효과를 높이기 위함이라고 하지만, 피의자의 신상에 대한 정보는 국민의 알권리의 대상이 될 없어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알권리의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공적 인물이나 공적 관심사에 관한 것으로서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혹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보다 우월한 가치가 있는 대상이어야 하는데, 피의자의 신상은 알권리의 대상으로서의 가치를 지니는 정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게 민변의 판단이다.

◆ 방법의 적절성 및 침해의 최소성 = 민변은 “범죄예방을 위한 적절한 수단인지를 검토하면, 신상을 공개당한 피의자의 경우 이미 체포 또는 구속된 상태이기 때문에 신상을 공개한다고 해서 실질적으로 범죄를 예방하는 효과는 아예 처음부터 존재할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또 “연쇄살인범과 같은 강력범들은 대다수가 사이코패스라고 부르는 인격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자신의 신상이 알려진다는 두려움 때문에 범죄를 하지 않으리라고 기대하기도 어렵고, 즉 강력범의 신상공개로 인한 범죄예방효과를 기대하기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민변은 “개정안이 설득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특정강력범죄 사건의 재범율과 신상을 공개할 경우 기대되는 재범율의 하락 및 범죄예방 효과 등에 관한 과학적 근거나 통계가 제시되어야 함에도 그런 근거가 없음. 수사기관에서는 추가범죄 신고나 새로운 증거수집 활성화 등을 기대하나, 이는 수사기관이 수사를 통해 밝힐 문제이지, 신상공개를 통해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신상 공개는 불분명한 공익을 위해 피의자의 프라이버시와 인격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으로 침해의 최소성 원칙도 충족시킬 수 없다”고 반박했다.

◆ 법익의 균형성 = 민변은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률의 경우 입법에 의해 보호하려는 공익과 침해되는 사익을 비교형량할 때 보호되는 공익이 더 커야 한다”며 “그러나 개정안은 목적의 정당성 자체가 인정되기 어렵고, 설령 그로 인해 달성하려는 공익을 인정한다하더라도 그로 인한 피해자의 기본권 침해가 더욱 크므로 법익의 균형성 요건을 충족할 수 없다”고 밝혔다.

◆ 명확성의 원칙 = 민변은 “법률로서 기본권을 제한하는 경우 그 법률은 적용을 받는 국민이 그 내용을 분명히 이해할 수 있도록 명확해야 하는데, 개정안은 신상 공개 요건으로 ‘범행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강력범죄 사건’일 것을 규정하고 있다”며 “그러나 어떤 범행수단이 잔인한 것이고, 어떤 피해가 중대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객관적 기준이 없고, 그러한 기준을 제시하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민변은 그러면서 “결국 수사기관의 자의적 판단과 특정강력범죄 사건이 발생했을 때의 순간적인 여론에 좌우될 수밖에 없어 남용의 위험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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