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죽자”는 문자만으로는 자살방조 안 돼

대법, 여고생 자살로 자살방조 혐의로 기소된 대학생 무죄 확정 기사입력:2009-07-30 16:06:02
[법률전문 인터넷신문=로이슈] 자살을 고민하고 있는 사람에게 함께 자살을 할 것처럼 “같이 죽자”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만으로는 자살방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대학생인 최OO(22)씨는 지난해 11월 여고생 이OO(당시 17세)양이 포털사이트에 “죽고 싶다”는 내용의 글을 쓴 것을 보자, “아빠와 형이 때려 나도 죽고 싶다. 같이 죽자. 난 유치원 때부터 죽고 싶었다. 유언은 썼느냐”는 등의 문자메시지를 39회에 걸쳐 보냈다.

그런데 이양이 실제로 최씨와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3일 뒤 목숨을 끊자, 검찰은 최씨가 이양의 자살을 용이하게 했다며 자살방조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에 대해 최씨는 “이양이 진짜 자살할 줄은 몰랐고, 실제로 자살에 도움을 준 바도 없으므로 자살방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1심인 부산지법 제6형사부(재판장 김재승 부장판사)는 지난 2월 자살방조 혐의로 기소된 최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이양과 전화통화를 하거나 만난 적은 없으며 다만 3일간 문자를 주고받았을 뿐인데, 그 내용도 자살의 방법이나 시기에 관해 진지하게 논의했다거나 적극적으로 함께 자살할 것을 제안하는 등 상대방의 자살 결의를 더욱 공고하게 하는 것이기보다는, 인터넷을 통해 우연히 서로 자살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고 있음을 알게 돼 동질감을 느끼고 남들과는 쉽게 나눌 수 없는 생각과 감정을 공유하고자 대화를 한 것에 불과하다고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이양이 자살한 날 피고인과 주고받은 문자 내용을 보더라도, 피고인에게 함께 자살하자고 제안했으나 피고인이 거절하자 이를 단념하고 혼자 자살을 실행에 옮긴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또 “이양이 비록 피고인에게 자살할 것이라고 말을 했으나 둘은 모두 아직 정신적으로 채 성숙하지 않은 어린 나이로서 부모로부터 야단을 맞는 등의 사소한 정신적 자극에 대해서도 예민하게 반응하고 충동적으로 자살하겠다는 생각을 계속해 왔던 점에 비춰 볼 때 피고인은 이양이 실제로 자살을 결심했다는 사실 및 구체적인 시기와 장소, 방법에 대해 명확히 인식하고 있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피고인은 이양이 자살을 실행에 옮길 것을 인식하고 그녀를 정신적으로나마 원조할 의사로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보기 부족하고, 설령 피고인에게 자살을 원조하겠다는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 하더라도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만으로는 자살을 용이하게 하는 행위라고 보기도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검사는 “피고인이 이양의 자살 실행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고, 자신의 행위가 이양의 자살 실행에 원조가 된다는 점에 대해서도 적어도 미필적 인식이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자살방조죄에 해당한다”며 항소했으나, 부산고법 제2형사부(재판장 민중기 부장판사)는 지난 5월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사건은 대법원으로 올라갔으나, 대법원 제1부(주심 김영란 대법관)는 30일 최씨에 대한 자살방조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심이 피고인에게 이양의 자살을 방조할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부족하고, 공소사실에 기재된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만으로는 이양의 자살 실행을 원조해 이를 용이하게 하는 행위를 했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을 유지한 것은 옳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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