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전문 인터넷신문=로이슈] 폭력을 휘두르는 한국인 남편을 살해한 캄보디아 여성에게 법원이 ‘과잉방위’를 인정해 징역 4년을 선고했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캄보디아 국적 이주여성인 L(19)씨는 지난해 3월 K(38)씨와 결혼했는데, 평소 술에 취하면 술주정을 할 뿐만 아니라 수시로 자신을 구타하는 K씨에게 상당한 불만을 갖고 있었다.
그러던 중 지난 1월30일 L씨는 남편의 친구 등과 함께 술을 마시고 있었는데, 당시 남편은 L씨에게 모멸감을 주는 행동을 하고, 임신한 L씨를 여러 차례 때렸다.
이날 L씨는 대구 달성군 자신의 집으로 돌아와 남편이 슈퍼에 술을 사러 간 사이에 시어머니에게 전화해 남편으로부터 구타를 당하고 있으니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이때 K씨는 이를 알고 재차 손과 발로 L씨의 옆구리와 머리를 수회 때렸다.
그러자 L씨는 주방에 있던 흉기를 들고 나와 K씨에게 겁을 줬으나, K씨가 계속 발로 차고 달려들어 그만 남편을 찔렀고, 결국 K씨는 사망하고 말았다.
이로 인해 L씨는 살인 혐의로 구속 기소됐고, 대구지법 서부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김경철 부장판사)는 지난 23일 L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먼저 “피고인이 만 18세의 외국여성으로서 만 38세의 남성인 피해자의 폭력행위에 대항해 대등한 방식의 물리력을 행사하는 방법으로 방어조치를 취할 것을 기대하기 어렵고, 또 당시 피고인이 임신 3개월 상태의 임산부여서 상대적으로 경미한 폭력일지라도 자신의 신체나 태아의 생명에는 중대한 위협이 될 수 있는 상황이었던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의 행위는 신체나 태아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가 있는 급박한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방위의 의사에 기초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정당방위를 인정하지 않았다. “피해자에게 입힌 치명적인 상처는 피고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수동적이거나 엉겁결에 반사적으로 이루어진 것일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고, 적극적이고도 능동적인 가격행위에 의해 치명적인 손상이 발생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인이 남편을 향해 흉기를 들게 된 것이 방위의사에 기초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흉기로 2회에 걸쳐 피해자의 복부 깊숙이 가격한 것은 인격적인 모멸감을 유발하는 머리 부위의 구타행위로 인해 촉발된 분노 등에 따른 충동적인 공격성향까지 발현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당시 피해자의 만취상태에서의 폭력적 행태가 대단히 잘못된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러한 행위에 대응해 흉기를 이용한 2회에 걸친 치명적인 가격에 의한 살인행위가 정당화된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면, 비록 피고인의 범행이 피해자의 폭력행위로부터 자신의 신체나 태아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방위행위에서 비롯됐다고 하더라도 사회통념상 용인되는 정도를 현저히 초과해 상당성이 결여된 행위로 정당방위라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인의 과잉방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입국한 지 10개월 정도 밖에 되지 않아 국내생활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여성으로서 위급한 상황을 모면할 적절한 방법을 찾는데 제약이 있었고, 또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한 초산의 임산부였던 점, 그러한 상황에 평소 음주상태에서 있었던 폭력적 행태보다 더 심해진 피해자의 폭력적 태도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범행을 저지른 점 등을 감안하면 과잉방위를 이유로 책임을 감경함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양형과 관련, “피고인이 임산부의 몸으로 구금생활을 상당기간 하고 있고 낯선 이국의 수용시설에서 수형생활을 해야 하는 점, 피고인이 피해자의 자식을 출산할 입장에 있고 유족이 피고인이 낳은 자식을 양육할 의사를 표시하고 피고인도 그 뜻에 따르겠다면서 유족들이 피해자의 사망으로 인한 슬픔을 승화해 위안을 받을 수 있는 인륜적 의무를 다하려는 태도를 취하는 점 등을 참작해 형량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폭력 남편 살해한 이주여성 ‘과잉방위’ 징역 4년
폭력에 대응하는 과정서 발생…정당방위 안 되지만 과잉방위 해당 기사입력:2009-07-27 18:3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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