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전문 인터넷신문=로이슈] 대부업체가 서면동의서 없이 고객에게 제공받은 계좌번호와 비밀번호를 이용해 고객의 거래은행 홈페이지에 접속해 통장거래내역을 조회한 행위는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금융실명제법은 개인의 금융정보 유출에 따른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금융정보제공에 있어 명의자의 서면동의 절차를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고, 누구든지 명의인의 서면동의를 받지 않고 금융기관에 종사하는 자에게 통장거래정보 등의 제공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
이번 판결은 고객은행 홈페이지를 통한 새로운 서비스(빠른조회서비스)를 이용해 개인의 금융거래정보를 열람하는 경우에도 명의인의 서면동의 절차를 엄격하게 지켜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A대부업체 영업총괄과장인 P(34)씨는 2005년 1월 대출을 신청한 S씨로부터 그의 처 C씨의 주민등록번호 등을 제공 받자 C씨의 동의를 받지 않고 개인신용정보 사이트에서 C씨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등을 입력한 후 총 66회에 걸쳐 개인신용정보를 조회했다.
또한 P씨는 대출을 신청한 K씨에게 전화를 걸어 ‘대출을 위해 본인 여부 등을 확인하는데 당신의 거래은행 계좌번호와 비밀번호가 필요하다’고 요구해 계좌번호와 비밀번호를 알아낸 다음 거래은행 홈페이지 ‘빠른조회서비스’에 접속해 금융거래내역을 조회하는 등 2004년 11월부터 2006년 2월까지 총 9108회를 조회했다.
이로 인해 P씨는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등 3개 법률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인 서울중앙지법 형사19단독 이동식 판사는 지난해 1월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만을 유죄로 인정해 P씨와 A대부업체에 대해 각각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이 판사는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위반과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고객이 알려준 계좌번호와 비밀번호를 이용해 고객의 거래은행이 제공하는 ‘빠른조회서비스’를 이용해 통장거래내역을 확인했고, 게다가 ‘빠른조회서비스’는 고객이 직접 은행을 방문하지 않더라도 간편하게 자신의 통장거래내역을 확인할 수 있는 제도로서 고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던 점, 또한 신속한 대출을 위해 고객을 대신해 조회를 하는 측면이 강한 점 등을 종합할 때 ‘빠른조회서비스’를 이용해 대출신청인의 통장거래내역을 확인하는 행위는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또한 대출을 신청한 고객들로부터 그들의 가족이나, 친척, 친구의 주소, 전화번호 등을 수집한 것은 신용정보와 무관한 사생활에 관한 정보에 해당돼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것이라는 공소사실에 대해서도 “개인의 정치적 사상, 종교적 신념 기타 신용정보와 무관한 사생활에 관한 정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인 서울중앙지법 제5형사부(재판장 이응세 부장판사)는 지난해 5월 일부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을 깨고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해 P씨와 A대부업체에 대해 각각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통장계좌 명의인이 아닌 자가 명의인으로부터 계좌번호와 비밀번호를 제공받아 관리하면서 자신이 사용할 목적으로 이를 입력·전송하는 행위는 단순 대행과는 전혀 다른 것으로서 명의인의 서면 동의를 받아야 함은 당연하다”고 판시했다.
따라서 서면동의서 없이 대출심사에 필요한 계좌거래내역을 입수할 목적으로 대출신청자들의 거래내역을 조회한 것은 위법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빠른조회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 타인의 명의인의 계좌번호와 비밀번호를 알기만하면 열람하고자 하는 금융거래정보의 기간이나 사용목적 등에 구애받지 않고 무제한적으로 금융거래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고, 대출신청시 알게 된 계좌번호와 비밀번호를 이용해 대출금이 회수된 이후에도 금융거래정보를 열람할 수 있어 그 정보가 사용목적을 넘어 남용되거나 오용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사건은 대법원으로 올라갔으나, 대법원 제2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유죄를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며 P씨와 A대부업체의 상고를 기각하고, 각각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8일 밝혔다.
대부업체, 고객 동의 없이 금융정보 조회 유죄
대법 “거래내역 조회시 명의인의 서면동의 절차 엄격하게 지켜야” 기사입력:2009-07-08 14:4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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