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전문 인터넷신문=로이슈] 종전에 타인의 토지로 둘러싸인 땅의 통행로를 이용해 왔는데, 인접한 연립주택이 담장을 설치하는 바람에 통행하지 못하게 된 경우라도 쉽게 담장을 허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1996년 10월부터 경기 김포시 운양동에 사방이 남의 땅으로 둘러싸인 밭을 소유해 오던 이OO씨는 1999년 건축된 인접한 연립주택 부지를 이용해 자신의 밭에 드나들며 채소 등을 재배했고, 연립주택 주민들은 이를 묵인해 왔다.
그러던 중 2006년 연립주택 주민들이 3m 높이의 담장을 설치하자, 이씨는 통행권을 보장해 달라며 소송을 냈다.
1심인 인천지법 부천지원 민사4단독 조찬영 판사는 2007년 12월 이씨가 낸 연립주택 주민 22명을 상대로 낸 주위토지통행권 확인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조 판사는 “법원의 현장검증 결과 이 사건 토지는 ‘맹지(길이 타인의 토지로 둘러싸인 토지)’로서 주위토지를 통행을 하지 않으면 전혀 공로(다중이 다니는 길)에 출입할 수 없으므로, 피고들은 원고가 위 토지를 이용하는데 방해를 해서는 안 되고, 원고에게 주위토지통행권을 인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용도로 없는 땅의 통행로를 만들 수 있도록 규정한 민법 219조 등을 근거로 “주위토지통행권은 공로에 통하기까지 주위토지를 통행할 수 있는 권리이기 때문에 피고들은 담장을 철거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항소심인 인천지법 제1민사부(재판장 최승록 부장판사)도 지난해 9월 피고들의 항소를 기각하고 이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가 종전 이 토지를 이용해 공로로 통행했고, 피고들도 이를 묵인해 오다가 피고들이 담장을 쌓아 통행이 차단됐는데, 담장만 철거하면 별다른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원고가 이전처럼 공로를 이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원고가 이 통행로로 이용한다고 해서 피고들의 주거의 안전과 평온이 심하게 침해된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제1부(주심 김능환 대법관)는 최근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다시 심리해 판단하라”며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되돌려 보낸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먼저 “원고가 오랫동안 통행로로 이용하고 피고들도 원고의 통행을 묵인해 왔더라도, 주위토지통행권의 인정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그런 사정을 크게 고려할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종전 통행로가 연립주택 단지의 출입구로 사용되고 있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연립주택 단지 내의 대지로서 연립주택 주민들 전체의 주거공간이고, 연립주택 주민들은 연립주택 단지 내에서 주거로서의 평온과 안전을 누릴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
또 “종전 통행로가 연립주택 단지 내를 가로지르면서 주민들의 창고, 놀이터 등의 이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므로, 이 사건 토지의 통행을 위해 연립주택 주민들에게 손해가 가장 적은 장소와 방법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주민의 주거 평온을 염두에 두고 새 통행로를 개설하는데 들어가는 비용과 해당 토지의 이용 현황 및 계획, 이로 인한 토지 소유자의 손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주위토지통행권 인정 여부를 판단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이를 검토하지 않은 채 속단해 주위토지통행권을 인정하고 담장의 철거 및 통해 방해금지를 명한 것은 잘못”이라고 판시했다.
담장설치로 통행로 막아도 쉽게 허물지 못해
대법, 주위토지통행권 인정한 원심 판결 깨고 파기환송 기사입력:2009-06-23 12:4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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