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전문 인터넷신문=로이슈] 서울대학교 교수 124명은 3일 시국선언문을 통해 “지난 수십 년 간 온갖 희생을 치러가며 이루어낸 민주주의가 어려움에 빠진 현 시국에 대해 깊이 염려하고 있다”며 국민과 소통하지 않고 ‘일방통행’으로 골이 깊어진 정치ㆍ사회 등 현안 문제에 대해 정부를 조목조목 정면으로 비판했다.
교수들은 현직 대법관의 촛불집회 재판 개입 사건에서 보듯이, 현 정권은 사법부의 권위와 독립성에 대한 국민적 신뢰에 상처를 입혔고, 특히 검찰 수사는 전직 대통령과 가족에게 견디기 힘든 인격적 모독을 집요하게 가했다며 정치보복을 사죄할 것을 촉구했다.
서울대 교수들이 집단으로 사회 현안에 대해 발언한 것은 지난해 6월 ‘대운하 포기’를 요구한 지 1년 만이고, 또한 서울대 교수들의 시국선언은 2004년 3월에 88명의 교수들이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낸 지 5년 만이다.
‘민주주의 후퇴를 우려하는 서울대학교 교수 일동’ 명의로 발표된 시국선언문에서 교수들은 “이명박 대통령과 현 정부는 국민적 화합을 위해 민주주의의 큰 틀을 지켜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수들은 “우리 국민은 누구나 전직 대통령의 비극적인 죽음 앞에서 큰 아픔을 겪고 있다. 그러나 전국 각지에 길게 늘어선 조문 행렬은 단지 애도와 추모의 물결만은 아니었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착잡하기 이를 길 없는 심경으로 나라의 앞날을 가슴속 깊이 걱정하는 모습”이라고 작금의 국민의 심정을 헤아렸다.
이어 “서로 다른 정치적 입장을 넘어서서 각계각층의 온 국민이 하나 되어 전직 대통령의 국민장을 치러낸 것을 계기로 우리 모두는 새로운 길을 열고 있으며 또 열어야만 한다”고 덧붙였다.
교수들은 “지난 수십 년 간 온갖 희생을 치러가며 이루어낸 민주주의가 어려움에 빠진 현 시국에 대해 우리들은 깊이 염려하고 있다”며 “작년 ‘촛불집회’에 참여한 일반 시민들에게까지 소환장이 남발되었고 온라인상의 활발한 의견교환과 여론수렴이 가로막혔으며, 이미 개정이 예고된 집회 관련 법안들의 독소조항도 시민사회의 강한 비판에 부딪히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 “현 정부가 출범한 이후 언론의 자유와 독립성 또한 훼손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교수들은 “주요 방송사가 바람직하지 못한 갈등을 겪는가 하면, 국회에서 폭력사태까지 초래한 미디어 관련 법안들은 원만한 민주적 논의절차를 거쳤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지난 3월 미디어발전 국민위원회가 국민적 합의 도출을 위해 출범했지만, 여당 측 위원들이 회의 공개나 국민여론 수렴을 반대함으로써 위원회는 표류하고 있다”며 “국민 다수가 언론법 처리 강행 방침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여론조사 결과를 굳이 상기하지 않더라도, 이런 흐름은 민주주의의 기반인 언론의 자유를 허물어뜨리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 “현 정권은 사법부의 권위와 독립성에 대한 국민적 신뢰에 상처”
교수들은 특히 “현직 대법관의 촛불집회 재판 개입 사건에서 보듯이, 현 정권은 사법부의 권위와 독립성에 대한 국민적 신뢰에 상처를 입혔으며, 그에 따라 재판의 독립을 수호하려는 전국 법관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국민여론에 따라 일단 포기했던 ‘한반도 대운하’는 ‘4대강 살리기’로 탈바꿈하여 되살아나고 있으며, 지난 십여 년 동안 대북정책이 거둔 성과도 큰 위험에 처했다”고 정부를 겨냥했다.
이 뿐만 아니다. “특수고용직 노동자가 목숨을 끊고 비정규직 노동자가 기본권 보장을 요구할 때 집회의 강제 해산과 노동자 대량연행과 구속으로 맞서는 일 또한 구시대적 대처임이 분명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교수들은 “문제는 정치노선의 차이나 이념의 대립이 아니라 기본적인 인권 존중과 민주적 원칙의 실천”이라며 “모든 국민의 삶을 넉넉히 포용하는 열린 정치를 구현하는 정부의 노력이 참으로 절실한 시점”이라고 안타까워했다.
◆ “검찰 수사, 전직 대통령 가족에게 견디기 힘든 인격적 모독 가해”
이와 함께 교수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도 “엄정한 공직자 비리 수사라고 하기 곤란하며 상식에서 벗어난 것”이라며 정면으로 공격했다.
이들은 “안타깝게도 전직 대통령 관련 검찰 수사 과정 또한 이전 정권에 대한 정치보복의 의혹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것”이라며 “검찰은 국가원수를 지낸 이를 소환조사까지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후 3주가 지나도록 사건 처리 방침을 명확히 밝히지 못하고 추가 비리 의혹을 언론에 흘림으로써 전직 대통령과 가족에게 견디기 힘든 인격적 모독을 집요하게 가했다”고 힐난했다.
교수들은 “되돌아보면 지난 1월 용산 철거민 농성에 대한 무모한 진압으로 빚어진 참사는 올해 벌어질 갖가지 퇴행적 사건을 예고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용산 참사의 희생자들은 아직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있으며, 검찰이 수사 기록 중 핵심적인 대목의 공개를 거부함으로써 재판도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며 “지난 5월22일 서울서부지법 민사12부가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이 ‘세입자의 재산권, 주거권,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침해한다’며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한 사실을 주목하면서 현 정부의 근본적인 자기 성찰을 기대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 “이명박 대통령, 민주주의의 큰 길로 나아가는 전환점으로 삼아야”
교수들은 “이명박 대통령과 현 정부가 전직 대통령에 대한 범국민적 애도 속에 주어진 국민적 화해의 소중한 기회를 살리고 국민의 뜻에 부응하기를 간절히 희망한다”며 몇 가지 구체적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첫째 “국정의 최고 책임자인 이명박 대통령이 스스로 나서서 국민 각계각층과 소통하고 연대하는 정치를 선언해야 한다. 더불어 현 정부와 집권 여당은 다른 정당과 시민사회단체를 진심으로 국정의 동반자로서 받아들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둘째 “현 정부는 민주사회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 ‘집회와 결사의 자유’, ‘언론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셋째 “현 정부는 전직 대통령 관련 검찰 수사의 문제점을 인정하고 사죄해야 하며, 정적이나 사회적 약자에게만 엄격한 검찰 수사에 대한 근본적인 반성과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넷째 “현 정부는 용산 참사의 피해자에 대해 국민적 화합에 걸맞은 해결책을 제시하고, 경제 위기 하에서 더 큰 어려움에 처한 비정규직 노동자 등 소외계층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교수들은 끝으로 “이명박 대통령과 현 집권층이 우리 국민 모두의 가슴에서 타오르고 있는 민주적 요구에 대해 진지하고 성의 있게 대응함으로써 지금의 어려운 상황을 국민적 화합과 연대를 바탕으로 한 민주주의의 큰 길로 나아가는 전환점으로 삼을 것을 간곡히 바란다”고 당부했다.
서울대 교수 시국선언 “정치보복 ‘盧 수사’ 사죄해야”
“현 정권, 사법부 권위와 독립성에 대한 국민적 신뢰에 상처 입혀” 기사입력:2009-06-03 13: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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