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 “성ㆍ본 변경은 자녀 복리를 최우선 고려”

서울가정법원 “자녀의 복리가 생물학적 혈통 상징성보다 더 중요해” 기사입력:2009-05-29 22:08:17
[법률전문 인터넷신문=로이슈] 자녀의 성(姓)과 본(本)을 변경할 때 부모나 다른 가족보다 자녀의 양육환경과 같은 사정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잇따라 나왔다.

법원은 통상 자녀의 나이가 어려 스스로 의사결정을 하기 어렵다고 판단되거나, 이혼한 전 남편이 반대할 경우 여성이 키우는 아이들의 성과 본을 변경하는 것에 대해 소극적이었다.

이런 가운데 항소심 법원이 자녀의 복리가 생물학적 아버지의 혈통 상징성보다 중요하다고 판단되면 성과 본의 변경을 허용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는 바뀐 가족문화의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가정법원에 따르면 A(30,여)씨는 지난해 1월 남편과 이혼했고, 두 살짜리 아들은 A씨에게 친권자 및 양육자로 지정됐다. 그 후 A씨는 친정식구들의 적극적인 도움을 받으며 아들을 양육해 왔다.

그런데 A씨의 전 남편은 이혼하면서 아들의 양육비로 매월 30만원씩을 주기로 했으나 현재까지 한 번도 지급한 적이 없고, 실어증 등을 앓고 있어 아들과 원만한 접촉도 이루러지지 않았다.

이에 A씨는 아들의 성과 본을 변경해 달라고 법원에 신청했으나, 1심 재판부는 지난 2월 “A씨의 아들이 의사 능력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2세에 불과하고 A씨가 재혼해 새로운 가족 관계가 형성될 가능성도 있어 아들이 또다시 성과 본이 바뀔 필요성이 생길 수도 있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하지만 항소심의 판단은 달랐다. A씨가 항소했고, 서울가정법원 가사1부(재판장 안영길 수석부장판사)는 지난 13일 A씨의 항소를 받아들여 아들의 성과 본을 허가한 것으로 29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아들의 연령이 2세에 불과해 성과 본 변경을 허가함으로써 야기될 수 있는 법적 안정성에 대한 위협이 없고, 이미 실생활에서 어머니 A씨의 성을 사용하고 있으며, 외가의 적극적인 도움 아래 양육되고 있는 점, 친아버지가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등 아들과의 관계가 소원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A씨 아들의 성과 본을 변경하는 것을 허가함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 친부가 반대하더라도 자녀 복리를 생각해 변경해야

유사한 판결이 또 있다. B(34,여)씨는 2004년 7월 협의이혼하면서 딸(8)의 친권자와 양육자를 전 남편으로 지정했으나 자신이 딸을 키워왔다. 그런데 전 남편이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자 법원에 친권자 및 양육자를 자신으로 변경하는 소송을 냈고, 인천지법이 지난 3월 받아들였다.

그러던 중 B씨는 지난해 5월 재혼한 후 임신을 했고, 이에 B씨는 딸의 성과 본을 변경해 줄 것을 희망했으나, 친부는 이를 반대했다.

이에 B씨가 법원에 호소했으나, 지난 2월 1심 재판부는 “B씨가 새 남편과 결혼한 지 5개월밖에 되지 않았고 법률상 친권자인 아버지가 성과 본 변경에 반대하고 있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하지만 항소심의 판단은 달랐다. 서울가정법원 가사1부(재판장 안영길 수석부장판사)는 지난 12일 B씨의 항소를 받아들여 아들의 성과 본을 허가한 것으로 29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새 가정을 꾸린 B씨 부부는 안정된 혼인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조만간 또 다른 자녀가 태어나게 될 것인데, 만약 청구인의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한 가정 내의 자녀들이 서로 성이 달라 B씨 딸의 복리에 큰 저해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또 “딸의 양육환경이 청구인 부부에 의해 조성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 등을 모두 고려하면, 딸의 친부가 반대한다는 이유만으로 딸이 처한 양육환경에 반해 친부의 성을 계속 유지하라고 하는 것이 오히려 딸의 복리에 반할 우려가 있다고 보인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이와 같이 성이 생물학적 부의 혈통을 상징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이익이라고 할 수 있는 자의 복리와 연관된 이 사건에서 딸의 성과 본을 변경하는 것을 허가함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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