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이 이게 사실이라면 촛불재판 개입 신 대법관 사태보다 더 큰 파문과 논란을 불러올만한 사법부로서는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될 사건이다. 실제 민주당 우윤근 원내수석부대표도 “사법파동으로 번질 수 있는 것이고, 사법부의 가장 치욕스러운 일이 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서청원 대표가 18일 구속수감에 앞서 당원과 지지자들 앞에서 말을 하고 있다. 서 대표 좌측이 노철래 원내대표 (사진=친박연대)
◆ 전지명 “어제 지도부 긴급회동 자리서 비판 논평 수위조절 요청 확인”
먼저 전 대변인은 21일 PBC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와 가진 인터뷰에서 사회자가 “김용담 법원행정처장이 친박연대 고위당직자에게 신 대법관 관련 언급을 하지 말도록 요청했다고 민주당 측에서 나왔는데 이 얘기가 사실이냐”는 질문에 “사실이다”고 답변했다.
그는 특히 “어제 이규택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 7명이 긴급회동한 자리에서 노철래 원내대표에게 이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를 다시 해달라고 했을 때, 노 원내대표는 ‘대변인 논평에 대해 법원행정처장이 수위조절을 해달라고 요청을 했고, 이에 알았다고 대답했다’는 말을 했다”며 “이에 지난 3월17일 이후부터는 신 대법관에 대한 논평을 아예 쓰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다른 내용으로 통화를 하다가, 중간에 법원행정처장이 신 대법관에 대한 대변인 논평에 대해서 수위조절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해서, 노 원내대표는 그냥 가볍게 알았다고 대답을 했고, 이를 결국 당 지도부 대표에게도 보고를 한 것”이라며 “저는 3월17일 당 지도부로부터 ‘신 대법관에 대한 논평을 좀 안 해 줬으면 좋겠다’는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 대법원 “의혹 제기 전혀 사실무근…깊은 우려와 유감”
하지만 폭로 직후 대법원 오석준 공보관은 즉각 ‘민주당과 친박연대의 의혹 제기에 대한 대법원의 입장’ 발표문을 통해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오 공보관은 “오늘 민주당과 친박연대가 국회에서 제기한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야당이 전혀 있지도 않은 사실을 무책임하게 주장하는 것은 신뢰받아야 할 공당으로서의 기본자세를 저버린 것이어서 대법원은 이에 대해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명한다”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진실공방 논란의 중심으로 떠오른 김용담 법원행정처장
이에 대해 전 대변인은 “당연히 부인하고 나오겠죠. 뭐 저도 그런 거 다 예상했지만은 그러나 진실은 하나일 뿐 결코 두 개가 될 수 없다. 그래서 이에 대한 어떤 진상조사가 반드시 이뤄져야 된다”고 강조해 진실공방을 예고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아직 정해진 건 없지만, 일단 당론을 모아 이 문제에 대해 철저히 파헤쳐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수위조절을 해달라는 요구가 또 있었느냐’는 질문에 대해, 전 대변인은 “대변인으로서 신영철 대법관에 대한 논평을 발표하고 했었는데, 논평을 자제를 해달라는 당 지도부의 분위기에 따라서 제가 중단할 정도면 뭐 예상할 수 있는 상황 아닙니까?”라는 말로 대신했다.
민주당 이재명 부대변인은 20일 “대법원 고위간부의 이런 ‘요청’은 요청이 아니라 재판권을 담보로 불이익을 주겠다는 위협으로, 또는 이익을 주겠다는 달콤한 유혹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전 대변인은 “그것은 어디까지나 민주당의 주장이고, 꼭 옳다고 보지 않는다”면서도 “그러나 그 때의 상황으로 볼 때 상당히 중요한 요청이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당 지도부에서 저에게 신 대법관 비판논평 자제를 권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회자가 “서청원 대표가 눈물까지 보이며 ‘사법부에 속았다’라고 한 발언의 배경에는 대법원의 요청도 배경으로 작용한다고 볼 수 있지 않느냐”고 묻자, 전 대변인은 “꼭 그렇게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면서 “(친박연대는 비례대표 서청원ㆍ김모식ㆍ양정례 의원 3명에 대한) 1ㆍ2심의 정치적 재판에 대해 무척 실망을 해 대법원은 진실을 밝히는 정의로운 재판이 내려질 것으로 큰 기대를 했으나, 결국 그렇게 못된 것에 대한 실망감 내지는 배신감에 대한 표현이 아니었는가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친박연대도 신영철 대법관 탄핵안 동의 쪽으로 가는 분위기냐’라는 질문에 전 대변인은 “네”라고 짧게 답했고, 또 ‘의원직 상실이 있었기 때문에 탄핵에 동참하는 게 아니냐’는 시각에 대해 직설적인 대답을 피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1ㆍ2심 재판결과가 전혀 엉뚱하게 잘못된 재판으로 나오니까 우리가 혹시나 대법원 재판결과도 이렇게 나오면 정말 문제라는 점에 대해 상당히 우려를 했다. 그러다 보니까 그 동안 어떤 목소리를 내야 할 부분에서 자제한 것도 있고, 그런 측면에서 이해하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추측하면 대법원 재판결과를 우려한 나머지 대법원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신 대법관 비판 논평을 자제했으나, 의원직 3명이 상실된 마당에 이젠 눈치를 보지 않고 참아왔던 목소리를 내겠다는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 우윤근 “입법부에 사건 볼모로 비밀거래, 사법사상 있을 수 없는 일”
우윤근 의원 민주당 우윤근 원내수석부대표는 21일 YTN라디오 <강성옥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만약 법원행정처 고위법관이 친박연대 의원에게 그런 전화를 했다면 대단히 불행한 사태로, 사법부에서 입법부에게 더구나 소속의원이 대법원에 재판이 계류 중인 상태에서 고위법관이 그런 전화를 했다는 것은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에 진위파악을 위해 오늘 법사위 소집 요구를 했다”고 말했다.
변호사 출신인 우 수석부대표는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하겠습니까? ‘내 요구를 잘 들어주지 않으면 재판에 영향을 끼치겠다’ 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것 아닙니까”라며 “그래서 이것은 정말 사법파동으로 번질 수 있는 것이고, 대한민국 사법부의 가장 치욕스러운 일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청원 전 대표가 지난 18일 구속수감 되면서 ‘사법부에 속았다’라는 말한 배경과 관련, 그는 “여러 가지 짐작이 가능한데 신 대법관과 관련해 친박연대가 다소 자제하고 그동안 참았는데 나에게 이런 수모를 주느냐, 유죄판결을 하느냐, 이런 취지로 충분히 읽힐 수 있는 대목”이라고 해석했다.
우 수석부대표는 이번 일은 촛불재판 개입 신 대법관 논란보다 더 큰 파문과 논란을 불러올만한 일이라는데 동의했다. 그는 “사법부가 소위 정치인들, 입법부에 대해 사건을 볼모로 그와 같은 비밀 거래를 했다면 정말 사법사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것은 명백히 밝혀야 할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어쨌든 신영철 대법관에 대한 소장 판사들의 사실상의 사퇴 요구로 사법부가 진통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이번엔 정치권과의 ‘진실공방’ 외풍에도 휩싸일 처지에 놓이게 돼 사법부는 안팎으로 혹독한 시련의 5월을 보내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