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전문 인터넷신문=로이슈] 횡단보도에서 녹색등이 깜빡일 때 횡단보도를 건너기 시작한 사람도 도로교통법에 정한 ‘보행자’에 해당돼 차량 운전자가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택시기사 김OO(76)씨는 2007년 4월13일 오후 5시20분께 서울 은평구 대조동의 한 교차로에서 영업용 택시를 몰고 우회전을 하던 중 녹색등이 깜빡일 때 횡단보도를 뛰어가던 A양을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부딪쳐 A양이 도로에 넘어졌고, A양은 전치 2주의 찰과상을 입었다.
이로 인해 김씨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고, 1심인 서울서부지법 장수영 판사는 2007년 8월 김씨에게 유죄로 판단해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인 서울서부지법 제1형사부(재판장 박재필 부장판사)는 2007년 11월 유죄를 인정한 1심 판결을 깨고, 공소기각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사고 당시 피해자는 횡단보도 앞에서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신호를 기다리던 중 보호신호등이 녹색으로 변경된 것을 모르고 있다가 녹색등이 깜빡이기 시작한 것을 보고서야 급하게 뛰어서 횡단보도를 건너기 시작했다”며 “따라서 피해자는 보행신호등의 녹색등 점멸신호에 위반해 횡단보도를 통행한 것이어서 횡단보도를 통행 중인 보행자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제6조 제2항에 ‘녹색등 점멸신호에 보행자는 횡단을 시작하면 안 되고, 횡단하고 있는 보행자는 신속하게 횡단을 완료하거나, 횡단을 중지하고 보도로 되돌아와야 한다’고 규정돼 있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따라서 피고인에게 도로교통법의 보행자 보호 의무를 위반한 잘못이 없고, 결국 이 사고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의 보행자 보호 의무를 위반한 사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사건은 대법원으로 올라갔고,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제1부(주심 이홍훈 대법관)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택시운전사 김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공소 기각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서부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고 20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녹색등 점멸신호는 보행자가 준수해야 할 횡단보도의 통행에 관한 신호일 뿐이어서 운전자가 부담하는 보행자 보호 의무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없고, 이에 더해 보행자 보호 의무에 관한 법률 규정의 입법취지가 차를 운전해 횡단보도를 지나는 운전자의 보행자에 대한 주의의무를 강화해 횡단보도를 통행하는 보행자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을 두텁게 보호하려는 데 있다”고 밝혔다.
이어 “녹색등 점멸신호 전에 횡단을 시작했는지 여부를 가리지 않고 보행신호등의 녹색등이 점멸하고 있는 동안에 횡단보도를 통행하는 모든 보행자는 도로교통법 제27조 제1항에서 정한 횡단보도에서의 보행자 보호 의무의 대상이 된다”고 원심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교통사고로 상해를 입힌 피고인에게 도로교통법의 보행자 보호 의무를 위반한 잘못이 없고, 이 사건 교통사고가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고,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공소를 기각한 원심의 판단은 도로교통법 제27조 제1항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 녹색등 깜빡일 때 건너는 보행자도 보호 대상
“녹색등 점멸하는 동안 횡단보도 통행하는 모든 보행자는 보호” 기사입력:2009-05-20 17: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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