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전문 인터넷신문=로이슈] 신영철 대법관에 대한 일선 판사들의 자진사퇴 요구가 빗발치고 있는 가운데 서울중앙지법 단독판사회의에 참석한 다수의 판사들은 15일 결의문을 통해 ‘신영철 대법관이 대법관 직무를 수행하기에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이는 ‘대법관 자격이 없다’는 것으로 사퇴 요구보다 더 불명예스러운 대목이다.
그럼에도 신 대법관이 자진사퇴를 하지 않는다면, 대법관 직을 유지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법은 강제로 끌어내리는 국회 ‘탄핵’ 밖에 없다. 물론 사태가 더 악화된다면 탄핵으로 가기 전에 사퇴할 공산이 크다. 여기서 탄핵을 바라보는 전직 대법관과 현직 부장판사의 상반된 시각이 눈에 띈다.
야당들은 신 대법관이 자진사퇴하지 않고 버티고 있다며 탄핵을 공동으로 대응할 태세다. 그러나 대법관 출신인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는 야당의 이런 움직임에 ‘경거망동’이라고 꼬집더니, 15일에는 “탄핵감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 총재는 당5역회의에서 “신 대법관의 행위가 탄핵감이라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법관들은 함부로 사퇴를 거론해서는 안 된다. 난 탄핵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진퇴는 신 대법관 자신이 신념과 양심에 따라 결정할 일이지, 법관들이 강요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신 대법관의 자진사퇴를 촉구하는 판사들의 시각은 어떨까. 판사들은 ‘탄핵’이라는 표현은 극도로 아끼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서울서부지법 정영진 부장판사 14일 “탄핵사유에 해당한다”며 “대법원이 끝내 신 대법관 문제를 법대로 처리하지 않는다면 탄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부장판사는 이날 법원내부통신망에 올린 ‘여기서 물러서면 사법부의 미래는 없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신 대법관의 행위가 탄핵사유라고 분명히 밝혔다.
그는 “신 대법관의 행위는 헌법기관인 법관의 재판권을 침해하고, 소송 당사자의 헌법상 기본권인 재판청구권을 침해한 것일 뿐만 아니라,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본질적으로 훼손한 중대 행위로서 탄핵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법원이 끝내 신 대법관 문제를 법대로 처리하지 않는다면 헌법과 청원법 등에 의거해 신 대법관에 대한 탄핵을 국회에 청원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정 부장판사는 “법관들 역시 국민의 일원으로서 헌법이 보장하는 청원권의 주체가 되며 청원법에 따라 절차진행을 하는데 아무런 법적 문제가 없다”며 “국회가 받아들일 것인지 의문이 있을 수도 있지만 헌법기관인 법관들이 판사회의를 통해 심사숙고한 끝에 법적 정당성을 갖춘 결론을 내린다면, 주권자인 국민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국회도 함부로 이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대책 없이 대법원장 처분만 기다릴 순 없어…일선 법관들이 나서야”
다음은 이날 정 부장판사가 올린 글의 내용을 정리했다. 그는 “매사에는 때가 있고, 좋은 기회는 항상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며 “지금처럼 사법권 독립 명제에 온 국민의 이목이 집중됐을 때 우리 미래의 초석을 단단히 박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신 대법관 사태와 관련해 이렇게 법관들이 나서는 것은 신 대법관 개인에 대한 단죄에 초점이 있는 것이 아니라, 신 대법관에 대한 현재의 처리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사법권 독립의 미래가 좌우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정 부장판사는 “신 대법관 조치를 취하면서 대법원장은 ‘법관의 재판상 독립이 보장되도록 법관들과 함께 모든 노력을 다하게다’는 추상적 언급만 했을 뿐”이라며 “지금까지 신 대법관 문제 처리 경과를 보면 대법원장의 말씀이 과연 내실 있게 실천될지 별로 신뢰가 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또 “애매모호하게 시간만 끌다가 용두사미로 귀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고,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법관 조직의 핵심인 일선 법관들이 대책 없이 대법원장의 처분만 기다릴 수는 없다”며 “일선 법관들이 주도적 역할을 해 법관 독립의 분명한 청사진이 제시되도록 해야 한다”가 법관들이 행동이 나설 줄 것을 독려했다.
단독판사회의와 관련, 정 부장판사는 “이번 일은 일부 법원 단독판사들만 나설 일이 아니라, 각급 법원에서 판사회의가 즉시 개최돼야 한다”며 “일부 법원 단독판사들만 고생하도록 놔두고 다른 법관들은 구경만 하는 것은 동료 법관으로서의 도리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홍콩에서 해외 연수중인 김예영 판사까지 신 대법관의 사과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 표명을 하는 것을 보고 마음이 너무나 착잡했다. 말로만 사과한다고 했을 뿐 진정성을 확인할 행동은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신 대법관이 사표를 제출하더라도 임명권자가 바로 수리하지 않을 수 있지만 최소한 신 대법관의 진정성은 확인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또 “대법원장의 ‘말로만 끝낸 경고’와 신 대법관의 ‘말로만 끝낸 사과’가 있었다 해서 법관들이 여기서 물러서면 사법부의 미래는 없다”며 “대법원 관계자는 ‘엄중경고’라는 말을 유념해 대법원장의 의도를 읽어 달라는 보도가 있지만 말의 유희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법을 지키는 데 모범을 보여야 할 사법부가 스스로는 법과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서 어찌 수많은 형사 피고인들에게 법의 잣대로 형벌을 과하고, 수많은 징계 관련 사건에서 ‘법에 따른’ 판결을 할 수 있겠느냐”고 따져 물었다.
그는 “신 대법관의 재판 관여 행위가 이토록 크게 문제되는 것은 사법부가 권력의 시녀 소리 들었던 시절의 법원장 재판 관여가 재현된 것이기 때문”이라며 “차이점이라면 그때보다 더 노골적이고 대담한 방식으로 이루어졌다는 것뿐”이라고 성토했다.
또 “지금은 권위주의 시절이 아니므로 문제될 것이 없다는 주장도 있으나, 사법부가 제대로 기능하지 않으면 권위주의로 회귀할 수 있고, 통제되지 않는 권력은 남용된다는 것은 역사가 증명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국민들의 시선이 온통 사법부에 쏠려 있는 이때 우리 사법부가 어떻게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할지, 사법부 구성원 모두는 냉정하게 지혜를 모아야 한다”며 “이번 일이 여기서 이렇게 마무리된다면 향후 어떠한 사법권 독립 침해 행위를 하더라도 겉으로 사과한다는 말 한마디만 하고 속으로는 승리의 미소를 지을 수 있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부장판사 “신영철 탄핵사유” vs 대법관 이회창 “안 돼”
정영진 “대법원이 법대로 안 하면 탄핵해야” vs 이회창 “탄핵감 아냐” 기사입력:2009-05-15 14:5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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