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 판사 “철갑 몸에 두른 신 대법관 굴레 벗고 사퇴”

“유독 법관에게 물러나라고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개념법학의 오류” 기사입력:2009-05-14 14:03:13
[법률전문 인터넷신문=로이슈] “형사소추조차 불가능한 대통령마저도 적절치 못한 언행을 이유로 임기 중에 물러나라고 요구하는 국민들에게 유독 법관에 대해서는 그래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은 개념법학의 오류다”

법관생활 10년차인 의정부지방법원 정원 판사(사법연수원 29기)는 14일 법원내부통신망에 이 같은 글을 올리고 “신영철 대법관은 이제 무거운 굴레에서 스스로 벗어나길 바란다”며 사퇴를 주장했다. 신 대법관 사태에 대해 법원내부통신망에 직접 목소리를 낸 판사로서는 17번째다.

그는 “마침내 침묵하던 많은 분들이 입을 열기 시작했고, 신 대법관도 이번 사태 이후 처음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냈다”며 “(신 대법관의 글은) 진심어린 자성과 인내를 느낄 수 있는 글이었지만, 보는 이의 입장에서는 절망을 넘어 연민과 자조감에 휩싸이게 만드는 안타까운 내용이었다”고 비판했다.

정 판사는 그러면서 “이제 더 이상은 두고 볼 수 없는 시점에 온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많은 분들이 법관의 사퇴를 주장하는 것은 사법독립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 말한다”며 “물론 재판의 내용을 두고 법관의 진퇴를 주장하는 행태는 명백히 사법독립의 침해라고 생각하지만, 법관 개인의 사사롭지 않은 처신을 두고 진퇴를 말하는 것조차 사법독립을 위해 금지되는 행동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특히 “추태를 보인 일부 국회의원들은 물론, 심지어 형사소추조차 불가능한 대통령마저도 적절치 못한 언행을 이유로 임기 중에 물러나라고 요구하는 국민들에게 유독 법관에 대해서는 그래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은 논리의 비약이요, 개념법학의 오류”라고 지적했다.

정 판사는 그러면서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에 비해 제대로 된 민주적 정당성도 갖추지 못한 법관들이 무슨 근거로 그런 철갑을 몸에 두를 수 있겠느냐”며 “더 둘러서 말하기도 그렇고, 신 대법관은 이제 그 무거운 굴레에서 스스로 벗어나길 바란다”고 사퇴를 촉구했다.

그는 “신 대법관은 멍에를 혼자서 쓰고 버티겠다고 말했지만, 사실 그 멍에는 우리 법원 전체의 후배판사들이 둘러쓰고 있고, 신 대법관은 그 멍에 위에 걸터앉아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또 “혹자는 이미 나가지 않겠다고 마음을 굳힌 사람을 어떻게 내보내느냐고 말한다”며 “우리 판사들이 전체판사회의를 열어 사퇴촉구를 결의하고 연판장을 돌린들 인터넷 접고 기록만 열심히 보시는 분이라면 아무런 소용이 없을 것이고 법적 효력도 없다는 걸 누가 모르겠습니까?”라고 반문했다.

정 판사는 “그러나 우리 법원의 자정능력과 공정성이 이미 훼손될 만큼 훼손됐고 그 구조적인 한계가 만천하에 드러나 버린 이 시점에서, 최소한 법원 전체가 그렇게 몹쓸 조직이 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스스로 증거하고 역사에 기록해 미래를 다짐하는 계기는 될 것이라 믿는다”며 “사퇴를 하고 안 하고는 신 대법관 본인의 판단이요 자유이겠으나, 그 분에게 사퇴하는 게 좋겠다고 말해야 할 책무 또한 우리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법원 가족 중 한 사람을 내보자는 말을 하는 것이 너무도 가슴 아픈 일이지만, ‘대법관’이란 한 개인의 투철한 사명감과 탁월한 능력만으로 빛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며 “부디 이번 사태가 국민들의 신뢰와 법원조직의 건강성을 회복하는 전환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거듭 사퇴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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