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전문 인터넷신문=로이슈] 신영철 대법관 파문이 소장 판사들의 반발로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에 휩싸이며 제5차 사법파동 조짐을 보이자, 이용훈 대법원장은 12일 긴급 대법관회의를 소집한데 이어 13일에는 신 대법관에게 ‘엄중경고’하고, 일선 법관들과 국민들에게 ‘유감’을 표시하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이 대법원장은 신 대법관을 징계위원회에는 회부하지 않았다. 이는 현직 대법관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할 경우 신 대법관 본인의 명예는 끝없이 추락하고, 게다가 사법부의 추상같은 명예가 송두리째 흔들리는 사법사상 초유의 불명예 사태를 우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물론 그 이면에는 신 대법관 스스로 용퇴하는 숨통을 터주는 의미도 내포돼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자진사퇴를 유도해 현직 대법관이 징계위원회에 회부되는 볼썽사나운 수모와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곧추 떨어지는 파국을 피해보자는 의도도 숨어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현재 서울중앙지법 판사들을 필두로 여러 법원에서 판사회의가 열린 예정이어서 묵묵부답하며 버티기로 일관하던 신 대법관의 자진사퇴는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간 셈이다.
그런데, 여기서 신 대법관 임명제청 과정이 새삼 눈에 띈다.
이용훈 대법원장 이용훈 대법원장은 2009년 1월17일 당시 신영철 서울중앙지법원장을 대법관으로 임명제청하면서 “법원 내외의 각계각층으로부터 제출된 의견과 대법관 제청자문위원회의 심의결과를 토대로 전문적 법률지식, 합리적 판단력, 인품 등 대법관으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적 자질과 국민을 위한 봉사자세 등에 관해 철저한 심사와 평가작업을 거쳤다”고 밝혔다.
이 대법원장은 특히 “법조계 내에서 법률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사회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겸비한 법관의 전형이라는 평을 받고 있으며, ‘재판의 독립에 대한 강한 신념’과 따뜻한 인간애를 바탕으로 재판과 행정업무를 처리해 옴으로써 주위의 신망이 두터워 임명 제청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철저한 검증을 통해 ‘재판의 독립에 대한 강한 신념이 있어, 주위의 신망이 두텁다’고 높이 평가했던 부분은, 대법관 취임(2월18일) 일주일 뒤인 2월24일 법관의 독립성, 재판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촛불재판 관여’라는 역풍에 휩싸여 신 대법관과 이 대법원장의 발목을 잡고 말았다.
이 대목은 신 대법관이 서울중앙지법원장 시절 촛불재판에 관여했음을 차치하더라도, 대법원과 대법관제청자문위원회의 인사검증 시스템에 구멍이 있었음을 자인한 것이다. 더욱이 법원장으로 모셨던 서울중앙지법 소속 법관들이 가장 적극적으로 반발하는 양상으로 볼 때 ‘법원 내외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했다’는 부분도 누구의 의견을 수렴했다는 것인지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결국 5월13일 대법원장으로부터 ‘엄중경고’를 받은 신 대법관뿐만 아니라, ‘촛불재판 관여’를 제때 인식하지 못하고 인사검증을 소홀히 해 사법부를 혼란에 빠뜨리며 사법부에 치명타를 입힌 이 대법원장도 국민적 비판을 빗겨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편, 신 대법관은 지난 2월18일 취임식에서 “저로서는 최고법원의 구성원이 되고 싶다는 오랜 꿈을 성취하는 자리이지만, 한편으로 저보다 훌륭한 분들이 많이 계심에도 불구하고 제가 그분들의 자리를 대신 한 것 같아 송구스럽다”고 자세를 낮췄던 말이 새삼 떠오른다.
취임식을 갖고 있는 신영철 대법관(사진=대법원 홈페이지)
◆ 신영철 대법관은 누구?
물론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지난 2월18일 대법관에 취임한 신영철 대법관도 지난해 ‘촛불재판’ 파동을 빼면 28년 동안 법복을 입고 법과 원칙에 충실한 소신 있는 판결을 해 온 것으로 유명해 이번 사태가 더욱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신 대법관은 1954년 충남 공주 출신으로 대전고와 서울법대를 나왔다. 서울법대를 졸업하던 해인 1976년 4월 제18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당시 23세.
군법무관을 거쳐 1981년 서울남부지법 판사를 시작으로 대구지법 판사, 법원행정처 송무심의관, 대법원 재판연구관, 청주지법 부장판사, 사법연수원 교수, 서울지법 부장판사, 대전고법 부장판사, 대전지법 수석부장판사, 대법원장 비서실장, 서울고법 부장판사,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 수원지법원장, 서울중앙지법원장을 거쳐 대법관에 임명됐다.
◆ 법과 원칙에 충실한 소신 판결로 유명
신영철 대법관 신 대법관은 서울지법 신청합의부 부장판사로 근무할 당시 폭력적 양상으로 번진 조계종 사태에 대한 사법적 해결의 필요성이 절실하다는 이유로,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조계사를 점거한 승려들의 퇴거를 명했다.
또 월간지 판매금지가처분 신청사건에서는, 남북대치 상황에서 어떤 사람이 좌파적 또는 친북한적이라는 표현만으로도 그 사람의 인격권을 침해할 수 있으므로 특히 공직자에 대한 사상검증은 극히 신중해야 한다며 가처분신청을 일부 받아들여, 언론의 자유와 공직자에 대한 사상검증의 한계를 명확히 하기도 했다.
서울고법 부장판사로 재직할 당시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5·18 관련 재심사건에서 무죄를 선고했으며, 기업회계의 투명성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의미에서 재벌그룹 前 회장의 배임행위에 대해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하기도 했다.
또한 낙태과정에서 아직 죽지 않은 태아를 방치하거나 약물을 주입한 의사에게 살인죄를 인정하는 등 생명과 가정의 가치를 존중하고, 여성과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환경권을 보호하는 다수의 판결을 선고했다.
◆ 인신구속기준 확립해 형사재판제도 선진화에 크게 기여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으로 재직하면서 2006년 1월 전국에서 최초로 정책적 고려에 의한 구속 지양, 방어권 보장을 위한 불구속 확대, 소년범에 대한 특별 배려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 인신구속 사무처리 기준을 작성, 공개함으로써 이른바 ‘전관예우’ 오해의 불식, 불구속수사의 확대와 사법절차의 투명화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을 받았다.
이후 전국 각 법원에서 서울중앙지법의 기준을 모델로 자체적인 구속영장 처리기준을 작성해 공개하는 계기가 마련됐다.
대형 부정부패사건이나 정치적인 민감한 사건이 산적한 서울중앙지법의 형사수석부장으로서 형사부 재판장과 소속 판사들을 독려해 형사재판제도를 개선하는 데 앞장서고, 사건의 적정한 처리를 도모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법원행정처 송무심의관, 사법연수원 기획교수, 대법원장 비서실장을 두루 거쳐 사법행정에도 정통하며, 수원지법원장과 서울중앙지법원장으로 등을 거치며 탁월한 사법행정능력도 발휘해 왔다는 평도 들었다.
대법관 인사검증 구멍?…‘제청할 때 언제고 엄중경고’
대법원장 “신 법원장은 재판독립에 강한 신념 있어 대법관 제청” 기사입력:2009-05-13 13:2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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