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원 판사 “결자해지 측면에서 결단 내달라”

“사법부가 더 이상 소모적인 논쟁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결단 필요” 기사입력:2009-05-11 20:27:48
[법률전문 인터넷신문=로이슈] “사법부가 더 이상 소모적인 논쟁에 휘말리지 않기 위한 결단이 어떤 것인지는 익히 알고 계시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신영철 대법관께서 계속 침묵으로만 일관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결자해지 측면에서 결단을 부탁드린다”

광주지법 목포지원 유지원 판사(사법연수원 29기)는 11일 법원내부통신망을 통해 이 같이 주장하며, 신영철 대법관에게 용퇴를 촉구했다.

유 판사는 먼저 “대법원 진상조사단의 판단이 어떤 점에서 잘못됐기에 진상조사단과 다른 판단을 한 것인지에 관한 아무런 설명이 없다는 점에서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의 결과발표는 많은 아쉬움이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또 “신분이 보장된 법관에게 법률적 근거 없이 불이익한 처분인 ‘대법원장이 경고 또는 주의 촉구’ 등을 권고한 것은 또다른 사법권의 침해가 될 수 있고, 여기에다 허만 부장판사(당시 형사수석부장)에 대해서는 인사자료에 참고할 것을 권고한 것은 두 분 사이의 형평이라는 측면에서도 의문이 제기될 수 있어 윤리위의 발표결과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유 판사는 “대법원 나아가 사법부의 존립기반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국민의 신뢰라는 점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대법원이 설치한 기관(진상조사단과 윤리위원회) 사이에 상반된 견해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최종심으로서의 대법원 결정을 존중하고 이를 최대한 반영해야 하는 법적, 사실적 의무를 지는 하급심 판사들이 과연 예전과 같이 그러한 의무를 다할 것인지 걱정이 앞선다”고 우려했다.

이어 “윤리위 결과가 진상조사단 결과보다 더 우월한 법적, 논리적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윤리위의 결과발표로 이번 사태가 해결됐다고 말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두 기관의 판단 결과의 채택을 개개의 법관에게 맡긴다면, 판사에 따라 앞으로 대법원 결정을 존중하기도 하고, 무시하기도 하는 결과가 올 것인데 이것이 사법부 나아가 국민에게 얼마나 큰 해악을 끼칠 것인지 다른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대법원 진상조사단 결과가 옳다는 결론에 이른다면, 재판을 받는 국민뿐만 아니라, 하급심 판사의 입장에서도 신 대법관이 관여한 대법원의 판단을 존중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 판사는 그러면서 “이번 사태로 수많은 판사들과 관련자들이 고초를 격은 것으로 알고 있고, 그런 분들에 대한 신 대법관의 사과를 기대하는 것이 대법관에 대한 실례라거나 과도한 요구는 아니라고 믿는다”며 “결자해지의 측면에서 신 대법관의 결단을 감히 부탁드린다”고 용단을 촉구했다.

그는 “사법부가 더 이상 소모적인 논쟁에 휘말리지 않기 위한 결단이 어떤 것인지는 익히 알고 계시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며 “신 대법관께서 계속 침묵으로만 일관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압박했다.

이와 함께 동료 법관들에게도 제안의 목소리를 냈다. 유 판사는 “윤리위 결정이 진상조사단 결과와 배치돼 불행하게도 상반된 두 견해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공이 결국 법관들에게 돌아오고야 말았다”며 “신 대법관이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결단을 해줄 것이나, 혹시 다른 결단을 내리고 그에 대한 변명을 한다면, 이에 대해 결정을 할 법관회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언론에 대해서도 당부의 말과 함께 쓴소리를 냈다. 윤 판사는 “이번 사태는 법원 내부의 사법권 침해라는 중대한 문제도 있지만, 언론 및 여론에 의한 법원 외부의 사법권 침해라는 중대한 문제도 포함하고 있다”며 “일부 언론이 구체적 판사를 지목해 사퇴를 압박했고, 결과적으로 그 판사가 사퇴하는 결과가 됐다”고 촛불사건 위헌제청을 한 박재영 판사를 겨냥했던 보수언론을 지목했다.

이어 “법원에 대한 정치적, 이념적 잣대에 의한 비판은 사법부의 존재의의 및 근간을 흔들어 현행 헌법이 채택하고 있는 민주적 기본질서를 파괴하는 아주 위험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제라도 이번 사태에 정치적, 이념적 색깔을 덧칠하는 행동이 이 사회에, 국민에게 얼마나 해가 되는 것인지 깨닫고, 보도에 있어 신중을 기해 줄 것을 정중히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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