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전문 인터넷신문=로이슈] “신영철 대법관이 사퇴하지 않는 이상 당연히 징계절차가 개시돼야 하는 것은 명백한데도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는 자꾸만 관행으로 적당히 처리하려 하고 있다.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는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모범을 보여야 한다”
신영철 대법관에 대한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의 ‘권고’ 결정에 대해 11일 판사들이 집단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중앙지법 서기호 판사(사법연수원 29기)는 이날 법원내부통신망에 올린 ‘대법원장님과 법원행정처는 적법절차의 원칙을 지켜야 합니다’라는 글을 통해 이 같이 주장했다.
서 판사는 먼저 “신 대법관의 행위에 대한 진상조사단의 조사결과가 발표됐을 때, 다수의 일선 판사들은 신뢰할 만한 것으로 평가했고, 징계절차가 아닌 윤리위원회에 회부한 것 역시 스스로 자유의사에 따라 거취를 결정하도록 여유를 주기 위한 것으로 받아들였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런데 기대와 달리 거취에 관한 아무런 입장 표명이 없고, 윤리위는 2개월 동안 시간을 끌다가 지난 8일 대법원장에게 ‘경고 또는 주의 촉구 등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도록’ 권고했다”며 “판사는 누구보다도 앞서서 적법절차의 원칙을 지켜야 하고, 대법원장님과 법원행정처는 더더욱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신 대법관에 대한 징계를 촉구했다.
그는 “법원행정처는 진상조사단의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재판관여로 볼 소지가 있다’는 표현을 사용했으나, 전국법관 워크숍에서 대부분의 판사들은 재판관여의 소지가 있는 정도가 아니라 명백히 재판관여에 해당한다고 했다”며 “그 직무상의 의무 위반 수위가 어느 정도냐는 징계위원회 심의를 통해 판단할 문제이지, 윤리위나 대법원장이 미리 결정할 부분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특히 윤리위는 이번에 배당관련 부분에 관해 직무위반이 아니라고 규정함으로써, 진상조사단보다 더 후퇴된 의견을 제시했다”고 비난했다.
서 판사는 “신 대법관의 의도가 후배법관을 지도하기 위한 것이었더라도 촛불재판 전체에 대한 공정성을 불신하게 되는 계기가 됐고, 그로 인해 사법부의 신뢰는 무너졌으며, 일선 판사들은 선배법관들에 대한 존경심과 판사로서의 자긍심에 심각한 상처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진상조사단 발표 내용에만 국한할 것이 아니라, 국회에서의 위증여부, 언론, 시민단체, 정치권 등에 의해 정치적 사건으로 비화돼 사법부의 독립과 권위가 크게 흔들리고 있는 상황, 후배 법관들이 느끼는 충격과 좌절감 등 결과의 중대성을 참작해 징계 여부를 논해야 한다”고 징계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아울러 “개인적으로 작년에 신 대법관님을 서울중앙지법원장님으로 모셨던 인연이 있기에, 그 분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해야 한다고 주장하게 된 것을 무척 마음 아프게 생각한다”며 “저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판사들도 많을 것이고, 대법원장님은 더할 나위 없을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그러나 서 판사는 “공과 사는 구분해야 하기에 이렇게 글을 올리게 됐다”며 “판사들은 사적인 친분에 따라 판단하지 않습니다. 이는 사법부 내부 문제에 관하여도 똑같이 적용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대법원장님과 법원행정처는, 삼국지에 나오는 읍참마속(泣斬馬謖)의 심정으로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신 대법관에 대한 징계를 거듭 촉구했다.
서 판사는 “지난 전국법관 워크숍에서 판사가 대법관에 대해 징계를 요구하는 것은 판사로서의 자세가 아니라는 의견이 있었다”며 “그런데 과연 ‘법대로 하자’고 의견을 표명하는 것이 판사의 자세인지, ‘관행대로 하자’며 조용히 있는 것이 판사의 자세인지 되묻고 싶다”고 따져 물었다.
그는 “이번 사태는 재판의 독립을 침해한 중요한 사건으로, 재판의 독립은 판사 업무의 본질적인 부분”이라며 “신 대법관이 사법부의 발전을 저해하는 재판의 독립을 침해한 것인 만큼, 이에 대한 징계를 요구하는 것은 판사의 업무와 관련이 많다”고 강조했다.
서 판사는 “위와 같이 적법절차의 원칙에 입각해보면, 신 대법관의 행위가 징계사유에 해당하고, 본인이 사퇴하지 않는 이상 당연히 법관징계법에 따른 징계절차가 개시돼야 하는 것은 명백하다”며 “그럼에도 대법원장님과 법원행정처, 그리고 윤리위는 자꾸만 관행으로 이번 사건을 적당히 처리하려 하고 있다”고 싸잡아 비판했다.
그는 “이는 언론에 의해 증폭되는 것을 우려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이나, 이러한 문제를 관행에 따라 적당히 처리하려고 하기 때문에 오히려 사태가 증폭되는 것”이라며 “이번 사태는 이미 언론에 의해 쟁점화 된 상태로, 지금이라도 적법절차를 지키는 것이 파장을 최소화하는 길”이라고 해법을 제시했다.
끝으로 “원칙을 무시하고 덮어두려하면, 더더욱 불거질 수도 있다”는 말로 마무리 했다.
서기호 판사 “대법원장은 읍참마속 심정으로 모범 보여야”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 자꾸 관행으로 적당히 처리하려 해” 기사입력:2009-05-11 19:3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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