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무죄ㆍ고무줄 판결 사라질까…양형기준 마련

대법 양형위원회, 사법사상 처음으로 8대 중요범죄 양형기준 제시 기사입력:2009-04-25 12:52:22
[법률전문 인터넷신문=로이슈] 우리나라 사법사상 처음으로 ‘양형(量刑) 기준’이 마련됐다. 양형은 판사가 범죄에 대한 형벌의 정도를 정하는 것으로, 양형 기준은 판사에 따라 선고 형량이 제각각인 이른바 ‘고무줄 판결’이나 ‘유전무전’, ‘전관예우’ 논란 등을 없애기 위해 마련한 것이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위원장 김석수)는 24일 살인ㆍ뇌물ㆍ성범죄ㆍ강도ㆍ횡령ㆍ배임ㆍ위증ㆍ무고 등 8개 특정 범죄에 관한 양형 기준을 의결했으며, 이들 범죄를 각각의 유형별로 나눠 선고 형량 범위를 제시한 것이 특징이다.

대법원은 이르면 오는 7월부터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양형기준은 판사에게 권고적인 성격이지만, 양형 기준에서 벗어나는 형량을 선고할 경우 판사는 그 이유를 판결문에 적어야 한다.

이날 양형위원회가 제시한 8개 특정 범죄에 대해 항목별로 정리해 봤다.

◆ 살인 = 살인죄는 범행 동기에 따라 3가지 유형으로 나눴다. 제1유형은 장기간 지속적으로 피해를 당하다가 살인을 저지른 경우로 피해자가 유발한 범행 동기의 정상이 참작될 때 적용되는데, 기본 형량은 징역 4∼6년으로 정했다.

제2유형은 보통의 살인으로 기본 형량이 8∼11년. 제3유형은 ‘묻지마 살인’이나 ‘청부살인’과 같이 특별히 비난가능성이 높은 경우로 기본 형량은 10∼13년이며, 가중할 경우 무기징역 이상도 가능하다.

범행 후 자수한 경우, 피해자가 범행을 유발한 경우,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을 기울였을 때는 감경될 수 있다. 반면 범행을 계획적으로 저질렀거나, 범행수법이 잔혹하거나, 반성하지 않거나, 사체를 유기한 경우 등은 형량이 가중된다.

◆ 뇌물 = 뇌물은 수수한 액수에 따라 6개 유형으로 나눴다. 1000만원 미만 뇌물의 기본 형량은 징역 4월~1년, 1000만∼3000만원의 경우 1~3년, 3000만∼5000만원의 경우 3~5년, 5000만∼1억원의 경우 5~7년, 1억∼5억원의 경우 7~10년, 5억원 이상의 경우 9~12년으로 정했다.

예를 들어 정부부처 김OO 과장이 관련 허가를 받도록 노력해 준다는 명목으로 7000만원 상당의 뇌물을 수수한 경우 종전에는 징역 3년6월에 해당됐으나, 양형기준을 적용하면 징역 5~7년 형을 선고받게 된다.

특히 수사가 개시된 후에 받았던 뇌물을 돌려주거나, 장기간 성실히 근무했다는 사유는 앞으로 형량이 결정되는데 감경요소로 고려되지 않는다. 원천적으로 뇌물을 받으면 엄중한 처벌을 받는다는 것을 상기시킨 대목이다.

또한 5000만원 이상의 뇌물을 받았을 때는 감경요소를 고려하더라도 기본형량을 징역 3년6개월부터 시작해 원칙적으로 실형을 선고하도록 했다.

여기에다 적극적으로 뇌물을 요구하거나, 2년 이상 장기간 뇌물을 받았거나, 3급 이상의 고위 공무원이 받았을 때는 집행유예를 선고하지 못하게 하는 등 집행유예 기준을 강화했다.

이와 함께 부패의 고리를 단절시키기 위해 뇌물 공여자에 대한 양형기준도 마련했다.

3000만원 미만의 뇌물을 준 경우 기본 형량은 징역 4~10월, 3000만~5000만원은 징역 10월~징역 1년6월, 5000만~1억원의 경우 징역 1년6월~징역 2년6월, 1억원 이상이면 징역 2년6월~3년6월에 처해진다.

◆ 성범죄 = 피해자 연령과 범행수법 등을 기준으로 개별 양형기준이 마련됐다.

13세 미만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의 경우 강제추행은 기본 형량이 징역 2∼4년, 강제 유사성교는 4∼6년, 강간은 5∼7년으로 유형을 구분해 강간범은 원칙적으로 실형을 선고한다는 방침이다.

예를 들어 인터넷 채팅을 통해 알게 된 12세의 청소년에게 영화를 보여주겠다고 속여 자신의 집으로 데려와 함께 술을 마신 후 잠들어 있던 피해자를 강간한 경우 종전에는 징역 2년6월을 선고받았으나, 양형기준은 징역 5~7년에 처해지도록 했다.

13세 이상 대상의 경우 일반 강간은 징역 2년6월∼4년6월, 주거침입 강간과 특수강간은 4∼6년, 강도강간은 7∼10년으로 정했다.

이들 범죄에서 극도의 성적 수치심을 증대시킨 경우나, 소아기호증에 의한 경우, 윤간, 임신, 계획적 범행, 수회 간음, 인적 신뢰관계를 이용한 경우는 가중처벌토록 했다. 반면 종전에는 술에 취한 상태에서 범행한 경우 감경 받았으나, 양형기준에 적용되면 감경받지 못한다.

또 상해나 사망의 결과가 발생한 경우에도 별도 기준을 만들었다. 강간치사는 기본 형량이 8∼11년, 강간살인은 12∼15년 또는 무기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여기에 계획적인 살인이거나, 사체손괴, 잔혹한 범행수법, 반성이 없는 경우, 사체유기의 경우는 가중된다.

◆ 강도 = 강도는 일반강도와 특수강도로 나눠 각각 징역 2~4년과 3~6년에 처하도록 했으며, 상습ㆍ누범강도는 6~10년으로 정했다.

또 범행 중 상해의 결과가 발생한 경우 일반강도는 징역 3~7년, 특수강도는 4~7년으로 형이 높아지며, 사망의 결과가 발생한 강도치사는 기본형량이 8~11년, 강도살인은 12~15년 또는 무기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예를 들어 상습으로 야간에 여성 혼자 영업하는 약국이나 미용실 등을 찾아가 흉기로 위협한 후 6회에 걸쳐 강도범행을 저지른 경우 종전에는 징역 5년이었으나, 양형기준을 적용하면 징역 8~12년에 처해진다.

경미한 액수 즉 생계형 범죄에 해당하거나, 범행에 특히 참작할 사유가 있는 경우 형량을 줄여줄 수 있다. 반면 5명 이상이 공동으로 범행을 저질렀거나, 금융기관을 상대로 한 강도, 총기를 사용한 경우에는 형을 가중하도록 했다.

◆ 횡령ㆍ배임 = 양형위원회는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한 ‘유전무죄’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횡령ㆍ배임에 대한 양형기준도 만들었다.

이득액을 기준으로 5가지 유형으로 나눴는데, 1억원 미만은 징역 4월~1년4월, 1억~5억원 미만은 1~3년, 5억~50억원 미만은 2~5년, 50억~300억원 미만은 4~7년, 300억원 이상은 5~8년으로 제시해 기본적으로 실형을 선고받도록 했다.

예를 들어 회사자금 담당자들과 공모해 회사의 한국은행 지불준비금 60억원 상당을 자신 명의 계좌로 이체한 후 임의로 사용해 횡령한 경우 종전에는 징역 3년6월에 처해졌으나, 양형기준은 징역 5~8년으로 정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그동안 ‘솜방망이 처벌’의 논란이 돼 온 집행유예 기준을 제시한 것.

범행수법이 매우 불량한 경우, 범죄수익을 의도적으로 은닉하거나 대량 피해자(근로자, 주주, 채권자 등)가 발생한 경우, 범행 후 증거은폐 또는 은폐 시도, 피해회복 노력이 없거나, 지배권 강화 등을 이유로 범행을 저지른 경우 등을 집행유예 선고를 피하도록 하는 부정적 요소로 꼽았다.

반면 임무 위반 정도가 경미한 경우, 실질적으로 1인 회사 혹은 가족회사인 경우, 손해발생의 위험이 현실화되지 않은 경우는 집행유예의 긍정적 요소로 분류했다.

◆ 위증ㆍ무고 = 위증의 경우 일반위증과 모해위증(꾀를 써서 다른 사람을 해칠 목적으로 하는 허위진술)으로 구분했으며, 일반위증의 기본 형량은 징역 6월∼1년6월, 모해위증은 10월∼2년으로 정했다.

여기에다 경제적 대가를 약속 받고 위증하거나, 위증이 신병 또는 재판결과에 영향을 미친 경우 등은 가중처벌토록 했다.

또 무고죄도 일반 무고와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상 무고로 유형을 나눠 일반 무고는 기본 형량이 6월∼2년이고, 특가법상 무고는 2∼4년으로 정했으며, 만약 반복적으로 고소하거나, 중한 피해결과를 야기한 경우 등은 가중처벌토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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