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전문 인터넷신문=로이슈] 검찰에서 긴급 체포한 피의자를 호송해 경찰서 유치장에 구금하라는 검사의 지시를 거부해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경찰간부가 대법원에서도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경찰간부인 장OO(55) 경정은 2005년 11월16일 자정께 강릉경찰서 상황실에서 당직총책임자로 근무하던 중 강릉지청 정OO 검사로부터 검찰에 긴급 체포된 피의자를 경찰서로 호송해 유치장에 구금하라는 지시를 받자, “정식으로 공문을 보내주면 내부 결제를 받아 신병을 호송할지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거부했다.
이로 인해 검찰과 경찰이 마찰을 빚자, 강원지방경찰청장은 한 달 뒤인 12월15일 산하 경찰서에 ‘수사기관 간 원활한 공조협조 지시’라는 제목의 공문으로 “수사구조 개혁 관련 법령 정비 전까지는 현행 법령에 정해진 사항이나 검찰의 수사상 서면 요청 등 절차를 갖춘 사안에 대해서는 협조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장 경정은 며칠 뒤인 12월21 상황실장으로 근무하던 중 강릉지청 이OO 검사로부터 긴급 체포된 피의자를 호송해 경찰서 유치장에 구금하라는 지시를 받고도, 부하 직원에게 “의뢰입감의 취지대로 검찰청 직원들이 직접 피의자를 경찰서 유치장으로 데려와야 한다. 유치장 당직 근무자는 검찰청에 갈 필요가 없다”며 거부했다.
한편 경찰청 혁신기획단 상임연구관으로 근무하기도 한 장 경정은 평소 검사의 지시에 따라 검찰청에서 체포한 피의자를 경찰서로 호송해 유치장에 입감시키는 ‘의뢰입감’ 등에 대한 시정 등 경찰의 수사권 독립을 주장해 왔다.
그는 자신의 블로그에 “육법전서 어디에도 없는 의뢰입감이라는 편법으로 조사 대상자를 경찰서 유치장에 수감시키고, ‘조사를 해야 하니 피의자를 데려와라’, ‘조사하는 동안 옆에서 보초 서라’, ‘조사가 끝났으니 데려가고 내일 다시 데려와라’ 등등 경찰관이 검사 심부름꾼입니까?”라는 글을 쓰는 등 검사가 체포한 피의자를 검찰청에서 경찰서 유치장으로 호송해 구금하는 것에 대해 잘못된 관행이라고 주장해 왔다.
이로 인해 장 경정은 직무유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됐고, 1심인 춘천지법 강릉지원 제2형사부(재판장 유상재 부장판사)는 2007년 4월 직무유기만을 유죄로 인정해 징역 4월의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의 직무유기의 범행은, 피고인이 평소 검사의 사법경찰관리에 대한 수사지휘권 제도에 관해 개인적인 불만을 가지고 있던 중, 검찰과 경찰 간의 수사권 조정 문제가 사회적인 문제로 부각되자 이를 빌미로 현행 형사사법체계의 기본을 이루는 검사의 수사지휘제도를 무력화 하고자 하는 동기에서 비롯된 범행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은 경찰고위 공무원으로서 누구보다 국법질서를 준수하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의 보호, 사회공공의 질서유지를 위해 본인에게 부과된 책무에 최선을 다해야 할 막중한 직무상의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찰의 수사권 독립이 시급한 과제이고, 검찰의 피체포자에 대한 유치장으로의 의뢰입감이 부당한 제도로서 하루빨리 없어져야 할 묵은 관행이라는 것이 피고인이 오래전부터 가져온 소신이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경찰의 수사권 독립 등이 시기상조라는 점에 관한 많은 비판적 견해가 상존하고 있으며 아직까지 이 문제에 관해 국민적 합의와 사회적인 공감대가 형성된 바도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럼에도 피고인이 국민의 공복이라는 경찰공무원의 직분을 망각한 채 개인적인 소신에 심취한 나머지 수사권 조정 문제로 어수선한 사회분회기에 편승해 검사의 적법한 수사지휘에 대항해 직무수행을 거부한 행위는, 현행 형사절차의 근간에 큰 영향을 미치고 나아가 국가기능의 정상적이고 원활한 작동에 심각한 장애를 일으키는 범죄행위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결코 죄질을 가볍게 볼 수 없어 엄정한 법적 책임을 물어야 마땅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피고인이 25년간 경찰공무원으로서의 직무를 성실히 수행해 왔고, 나아가 경찰청 내부의 불합리한 제도와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던 점, 이번 사건 이후로는 다시는 이런 범행을 저지르지 않을 것으로 기대되는 점, 이번 범행에 대해 경찰공무원직에서 종국적으로 배제하는 형으로 처단하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한 점 등을 종합해 이번에 한해 선고유예를 내린다”고 설명했다.
항소심인 서울고법 제8형사부(재판장 최성준 부장판사)도 2007년 10월 검사와 장 경정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1심과 같이 판결했다.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는 무죄, 직무유기만 유죄로 판단한 것. 형량에 있어서도 1심과 같은 이유로 적정하다고 판단했다.
사건은 대법원으로 올라갔으나, 대법원 제3부(주심 박일환 대법관)는 지난 9일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경찰간부 장 경정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4월의 선고유예 판결을 내린 원심을 확정한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심은 피고인의 직무유기에 대해 유죄로 판단했는데 검사의 수사지휘권 및 직무유기죄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고, 또한 원심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검사 ‘피의자 호송’ 지시 거부한 경찰간부 선고유예
대법 “징역 4월 선고유예…경찰 정복 벗기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해” 기사입력:2009-04-16 11:0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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