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는 염라대왕이 지옥가라면 갈 각오로 재판해야”

임희동 판사 “판사는 ‘나의 결론이 독단 아닌지’ 한 더 숙고해야” 기사입력:2009-03-17 16:58:37
[법률전문 인터넷신문=로이슈] “판사는 죽어서 염라대왕이 ‘너는 이런 재판을 잘못했으니 지옥에 가라’고 하면 어떤 변명도 하지 않고 ‘지옥형’을 수용할 각오를 가지고 재판에 임해야 한다”

시군법원 판사로 근무하는 의정부지법 포천시법원 임희동 판사(사시16회)는 17일 법원내부통신망에 올린 ‘우리 자신을 자성해 볼 때 아니까?’라는 글에서 “재판을 하는 판사는 ‘나의 결론이 나만의 독단이 아닌지’ 다시 한 번 더 숙고해야 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임 판사는 자신의 글이 언론에 보도될 것을 예상한 듯 먼저 “이번 (신영철 대법관) 사태로 인해 국민들께서 다른 모든 법원장들이 사건의 재판에 개입하는 것으로 오해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당부로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일생을 재판관으로 보내다가 법원장이 되어서, 정말로 사심 없이 법원과 법관의 독립을 보호하고, 판사들이 공정한 재판을 할 수 있도록 묵묵히 법관으로서 마지막 봉사로 알고 후배 법관들의 의견을 수렴하면서 올바른 방향으로 사법행정을 펼침에 열과 성의를 다하는 법원장들이 억울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또 “이번 사태를 계기로 지금 대한민국 법원의 법관은 어느 누구의 간섭이나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법률과 양심에 따라 자기의 소신대로 재판에 임하고 있다는 사실을 국민들께서 알아주었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임 판사는 “실제로 이번 문제의 촛불사건을 맡았던 박OO 판사는 위헌제청을 하고, 소신에 반하는 어떤 압력에 굴할 수 없다며 사직까지 했고, 물론 다른 판사들도 극단행동을 하지 않았을 뿐이지, 법원장의 부당한 압력이나 부당한 처사를 수용해 재판을 하지 않았을 것으로 믿기 때문”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그러나 “법원 스스로를 자성해볼 필요가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빼놓지 않았다.

임 판사는 “사법연수원 시절 하나의 절도 사건의 양형을 정함에 있어서 벌금형, 집행유예, 실형(징역 6월, 8월, 1년, 1년6월) 등 여러 가지 양형의 주문이 나온 것을 보고 우리 스스로 놀란 기억이 난다”며 “저는 그 때 독단(獨斷)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를 실감했었다”고 30년 전 사법연수생 시절을 회상했다.

그러면서 “보편타당한 양형을 위해 양형위원회를 만들면서까지 법원이 노력은 하고 있지만, 제 경험으로는 사건마다, 사람마다 같은 사건이 하나도 없어 고려해야할 요소들은 컴퓨터 분석도 모자람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판사들끼리의 소통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임 판사는 “처음 즉결 재판 판사로 배정 받고, 사실 어떻게 즉결 재판을 하는 것이 좋은지 잘 몰랐을 때, 선배 법관에게 부탁을 드려 선배 법관이 즉결 재판을 하는 것을 감독관(?)처럼 법대 옆 자리에 앉아서 연수(?)를 받았던 기억이 새롭다”며 “이번 촛불사건과 같은 사회적인 이슈가 될 사건은 법원장이 개입하려고 할 것이 아니라, 같은 사건을 맡은 같은 단독판사들이 서로의 의견을 교환해 보도록 하는 기회를 제공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같은 입장에 있는 다른 판사와 의견을 서로 교환하는 것은 재판의 간섭도 될 수 없고, 오히려 독단이 아니라 자유로운 입장에서 보편타당한 결론을 내는데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임 판사는 “재판 판결에는 언론이나 단체뿐만 아니라 어느 누구도 압력을 행사하려고 해서는 안 되고, 법관이 그런 압력에 굴해서도 안 된다”며 “그러나 재판을 하는 판사는 ‘나의 결론이 나만의 독단이 아닌지’ 다시 한 번 더 숙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주요 약력= 임희동 (任熙東) 판사는 1950년 전북 정읍 출신으로 전북제일고와 서경대법대를 나와 사법시험 16회에 합격했다.

임 판사는 육군법무관을 거쳐 1979년 부산지법 판사와 광주지법 순천지원 판사로 근무하다가 1983년 변호사로 개업했다. 이후 변호사로 20여년간 활동하다가 지난 2001년 시군법원인 의정부지법 포천시법원 판사로 임용됐다.

이후 법원내부통신망에 사법개혁에 관련된 글을 간간히 올려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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