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대법관 촛불재판 개입…사법행정권 남용 소지”

대법원 진상조사단 조사결과 발표…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에 회부 기사입력:2009-03-16 18:05:38
[법률전문 인터넷신문=로이슈] 신영철 대법관의 ‘촛불재판’ 개입 의혹에 대해 진상조사를 벌인 대법원 진상조사단(단장 김용담 법원행정처장)은 16일 “신 대법관이 재판진행에 개입하고, 또 사법행정권도 남용한 소지가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용훈 대법원장은 조사결과 발표에 앞서 김용담 진상조사단장으로부터 이 같은 내용의 진상조사 결과를 보고 받고, “진상조사결과를 법적으로 평가하고, 그 책임소재를 규명하기 위해 이 사건을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에 회부하라”고 지시했다.

촛불재판 개입 의혹 진상조사단장인 김용담 법원행정처장이 16일 대법원 대회의실에서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다음은 신 대법관이 서울중앙지법원장 시절 받았던 촛불재판 관련 핵심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와 신 대법관의 입장 등을 쟁점 정리했다.

◆ 2008년 10월13일 A판사와 전화통화 및 회의

신 대법관은 촛불사건을 맡은 형사단독 판사들을 모은 회의석상이나 이들에게 수차례 보낸 이메일을 통해 재판 진행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당시인 지난해 10월9일 서울중앙지법 박재영 판사가 야간집회 금지에 관한 집시법 조항에 대해 위헌심판제청을 했고, 다음날 다른 판사가 관련 사건 피고인의 보석신청을 허가한 민감한 시기였다.

진상조사단 조사결과 신 대법관은 10월13일 A판사의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어 ‘시국이 어수선할 수 있으니 보석을 신중하게 결정하라’는 취지로 말한 것을 시작으로 재판 진행에 개입했다.

또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단독판사 14명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개최해 위헌제청 이후의 사건 처리 방향에 관해 논의했는데, 당시 참석자들은 ‘신 대법관이 위헌제청이 있다고 해 재판 진행을 하지 않으면 곤란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대체로 일치된 진술을 했다.

이에 대해 신 대법관은 “위헌제청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판사가 위헌제청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재판을 진행하지 않는 것은 법 위반으로 잘못이며, 합헌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다른 판사들의 눈치를 보거나 분위기에 휩쓸려 재판을 하지 않는 것은 문제라는 것이 평소 소신”이라고 해명했다.

◆ 10월14일 이메일 및 대법원장에 대한 업무보고

신 대법관은 이날 형사단독판사 14명에게 “‘위헌제청을 한 판사의 소신이나 독립성은 존중돼야 한다. (중략) 나머지 사건은 현행법에 의해 통상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대법원장님의 뜻이며, 항소부에서도 구속사건에 대해서는 선고를 할 예정”이라는 내용의 메일을 보냈다.

또 신 대법관은 이날 이용훈 대법원장에게 업무보고를 하는 자리에서 집시법 위헌제청 경위에 관해 설명했다.

진상조사 결과 당시 대법원장은 “판사들은 법과 양심에 따라 소신대로 할 용기가 있어야 한다는 전제 하에 위헌이라고 생각하는 판사는 위헌심판을 제청하고, 합헌이라고 생각하는 판사는 재판을 진행하는 것이 맞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신 대법관은 “업무보고 결과를 알리는 한편 평소 자신의 소신과 생각을 판사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이메일을 보낸 것이며, 위헌이라 생각하는 판사에게 압력을 행사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특히 대법원장 관련 부분에 대해 “다른 판사가 위헌제청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재판을 진행하지 않는 것은 잘못이라는 평소 소신을 대법원장의 권위를 빌려 판사들에게 전달하고 판사들을 설득하기 위해 마치 대법원장의 뜻을 전하는 것처럼 표현한 것”이라고 대법원장과의 관련 의혹에 선을 그었다.

◆ 11월6일자 이메일

신 대법관은 이날 형사단독판사 14명에게 “헌법재판소가 연말 전 선고 예정이고, 항소부도 위헌 여부 등을 고려할 것이므로 ‘구속사건이든 불구속사건이든 적당한 절차에 따라 통상적으로 처리하는 것이 어떠냐’고 하면서 이는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를 포함한 내외부 사람들의 거의 일치된 의견”이라는 이메일을 보냈다.

이에 대해 신 대법관은 “야간집회 위헌제청사건에 대해 나름대로 알아본 결과 헌법재판소에서 연말 전에 선고가 가능하지 않겠나 생각했고, 무작정 재판을 중지하기보다는 증거조사 등 필요한 심리를 해 놓고 헌법재판소에서 선고가 되면 곧바로 결론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해 그 뜻을 이메일로 전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구속사건이든 불구속사건이든 통상적으로 처리하는 것이 어떠냐고 한 것은 신속한 재판이 강조돼야 하는 형사재판에서 다른 판사가 위헌제청을 했다고 해서 재판을 하지 않는 것은 잘못이라는 의미에서 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 11월24일자 이메일

신 대법관은 이날 영장전담 부장단독판사를 제외한 형사단독판사 전원(23명)에게 야간집회 위헌제청 사건에 관해 헌법재판소가 2009년 2월 공개변론을 한 후에 결정할 예정이라는 취지와, ‘피고인이 위헌여부를 다투지 않고 결과가 신병과도 관계없다면 통상적인 방법으로 현행법에 따라 결론을 내주십사’라고 당부하는 이메일을 보냈다.

이에 대해 신 대법관은 “그 무렵 야간집회 위헌제청 사건이 12월 선고목록에서 빠져 있다는 말을 전해 들었고, 공개변론을 한다는 이야기도 있어 판사들에게 그 사정을 알리는 한편 법관 인사이동 전에 사건을 처리해 줄 것을 다시 한 번 독촉하기 위해 이메일을 보낸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용담 진상조사단장의 발표를 취재하는 기자들 모습
◆ 이메일에 대한 형사단독 판사들의 반응


그렇다면 당시 신영철 법원장의 이런 잇따른 이메일에 대해 형사단독판사들은 어떻게 생각했을까. 한 마디로 말하면 “심리적 부담을 느꼈다”라는 것이다.

진상조사단 조사결과 판사들은 위헌 여부에 대한 판단과는 상관없이 우선 재판을 진행하라는 취지로 이해됐고, 회의나 메일 등을 통해 같은 내용을 반복적으로 말했기 때문에 심리적 부담을 느꼈다고 진술했다.

◆ 촛불사건 배당 의혹

특히 촛불재판 몰아주기 배당에 대해서는 조사 당사자와 진상조사단 조차도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했다.

신 대법관이 서울지법원장 재직시 형사단독 사건으로 접수된 촛불사건은 106건으로, 그 중 62건은 일반 전산방식으로 무작위 배당됐다.

그러나 25건은 일부 재판부로 범위를 지정해 전산으로 무작위로 배당됐고 나머지 19건은 재판부를 특정하는 방식으로 배당됐다.

이는 사건 초기 형사단독 부장판사 1명에게 8건을 집중 배당되자, 지난해 7월16일 배당에 문제가 있다는 형사단독 판사들의 문제제기를 신 법원장이 받아들여 배당 방식을 변경했기 때문이다.

이번 진상조사에 임한 허만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는 “단독판사들의 경력, 사건 부담의 불균형, 직무상 언론 접촉이 잦은 판사에 대한 배려 등을 감안해 지정배당을 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허 부장판사 스스로도 “일부 사건은 배당기준을 신중하게 고려하지 못했다고 시인했고, 또한 일부 사건을 특정 재판부로 지정배당한 합리적인 이유를 설명하지 못했다”고 조사단은 밝혔다.

진상조사단 또한 “객관적으로도 같은 유형의 사건에서 배당기준이 수차례 바뀌는 등 재판부 배당 지정 기준이 일관성이 없는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해, 진상조사단 역시 촛불재판 몰아주기 배당에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했다.

진상조사단장인 김용담 법원행정처장 ◆ 조사에 대한 진상조사단의 판단

그렇다면 진상조사단에 이번 사건 파문에 대해 어떻게 결론 내렸을까.

진상조사단은 먼저 “사법행정 감독권자는 법관에 대해서도 사법행정의 일환으로 직무감독을 할 수 있으나, 법관의 독립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가능하다”고 원칙론을 제시했다.

그러나 “법원장이 일반원칙에 대한 설명 또는 주의환기, 규정에 어긋나는 재판진행 방식에 대한 경고, 위법한 재판을 막거나 명백한 실수를 바로잡기 위한 주의 촉구 등의 경우가 아닌 한, 재판의 내용이나 절차 진행에 대해 구체적 지시를 하거나, 특정한 방향이나 방법으로 직무를 처리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재판 관여인지 여부는 발언자의 의도나 상대방의 인식보다는 객관적이고 외형적으로 봐 재판에 영향을 미칠 위험이 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며, 실제 재판에 영향을 미쳐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고 신 대법관의 종전 입장과 선을 그었다.

재판 관여 여부 = 진상조사단은 그러면서 “신 대법관이 지난해 10월13일 A판사에게 전화를 걸어 특정 사건의 보석재판에 관해 ‘신중하게 결정하라’고 언급한 것은 재판 내용에 관여한 것으로 볼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해 10월13일 회의에서의 발언과 10월14일, 11월6일, 11월24일 보낸 이메일 내용이 ‘합헌이라고 생각한다면 분위기에 휩쓸리지 말고 소신껏 재판하라는 취지로만 이해된다면 재판 관여로 보기 어렵겠지만 이메일의 문맥상 재판 진행을 독촉하는 의미로 읽힐 수 있는 이메일을 반복적으로 보냈고, 실제 그와 같은 취지로 이해한 법관들이 있었던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신 대법관의 행위는 재판 진행에 관여한 것으로 볼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결론적으로 신 대법관이 재판에 관여했음을 인정한 것이다.

몰아주기 배당 의혹 = 진상조사단은 “(집중배당이) 배당예규 제18조 제2항 제3호에 따른 것이라고 하나, 재판부 지정의 기준이 모호하고 일관되지 못한 점, 지정배당에 대한 납득할 만한 성명을 하지 못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춰 보면 사건배당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보장하고, 배당은 배당 주관자의 임의성이 배제되는 방법으로 해야 한다는 배당예규의 취지를 벗어나는 ‘사법행정권의 남용’으로 볼 소지가 있다”고 결론 내렸다.

◆ 진상조사단의 입장

조사단은 “이번 사태가 사법부 독립을 저해할 수 있는 중차대한 문제라는 인식 아래 철저하고도 엄정한 조사를 했다”며 “향후 이러한 문제가 재발되지 않도록 필요한 제도적 개선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사태를 자성의 계기로 삼아 재판의 독립이 보다 철저히 보장되고 법원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증진되는 전화위복의 사례로 남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 진상조사결과 후속 조치 사항

이용훈 대법원장은 조사결과 발표에 앞서 김용담 진상조사단장으로부터 이 같은 내용의 진상조사 결과를 보고 받고, “진상조사결과를 법적으로 평가하고, 그 책임소재를 규명하기 위해 이 사건을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에 회부하라”고 지시했다.

아울러 “이번 사태를 통해 지적된 여러 문제점을 시정하고 관련 제도를 개선할 방안을 신속히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는 법관이 관련된 비위사건으로서 사안이 중대해 대법원장이 회부한 사항을 심의하고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이날 대법원장의 지시로 법원행정처는 후속 조치로 문제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적 개선 대책을 마련하기로 하고, 광범위한 의견수렴 및 농의 방식을 검토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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