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진 부장판사의 뚝심?…신영철 대법관에 직격탄

법원내부통신망 4번째 글…“진상조사단 조사결과 믿기 어렵다” 기사입력:2009-03-11 10:17:03
[법률전문 인터넷신문=로이슈] ‘신영철 대법관 파문’과 관련해 “사법권 독립은 누구보다도 법관 스스로 지키는 것인 만큼 법관들이 침묵해서는 안 된다”며 일선 법관들이 적극적인 의견을 표명할 것을 수차례 촉구해 온 서울서부지법 정영진 부장판사가 4번째 입을 열었다.

그는 ‘지난 2월24일 법원내부통신망에 ‘한국에서 사법권 독립의 요체는 사법부 내부로부터의 독립입니다’라는 글을 올리고, 다음날 ‘사법권 독립을 흔들려는 세력에 대하여는 사법부 내외를 막론하고 법관들의 단호한 입장표명이 필요합니다’라는 글을 게시하며 법관들의 의견을 당부했다.

지난 3월6일에는 한 발 더 나아가 이용훈 대법원장에게 대국민 사과를 촉구하고, 일선 법관들에게는 “법관은 ‘판사회의’ 구성원으로 사법행정에 관하여도 의견표명을 해야 할 책무가 있다”며 “판사회의를 통해 사법권 독립 수호 의지를 천명해야 한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었다.

그의 잇따른 입담에 귀가 쏠리는 것은 사법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 부장판사는 9일 법원내부통신망에 ‘사법행정인가? 재판간여인가?’라는 4번째 글을 올리며, 신 대법관을 조사하는 진상조사팀의 구조적 문제점을 지적하고, 특히 신 대법관의 주장을 법리적으로 조목조목 반박해 법원공무원들로부터 박수갈채를 받았다. 법원공무원들이 ‘용기와 소신에 경의를 표한다’는 수많은 댓글로 화답한 것.

정 부장판사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처음으로 입을 연 법관이고 그리고 현재 가장 많은 글을 올리며 판사들의 사법권 독립 수호를 외치고 있다.

◆ “진상조사단 구성부터 문제…조사결과도 신뢰하기 어렵다”

정 부장판사는 이 글에서 먼저 “현재 대법원 진상조사단에 의한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으나 사건배당부, 추가 이메일 등 객관적 증거조사보다 진실공방으로 흐를 수밖에 없는 당사자들의 진술 확보 등 인증에 주력하는 것으로 보여 대법원 조사를 신뢰하기 어렵다”고 단도직입적으로 포문을 열었다.

그는 특히 “신 대법관 스스로 조사에 성실히 응하겠다고 했고, 법관징계나 탄핵소추까지 거론되고 있는 마당에 대법관 예우 차원에서 대법관의 이메일을 확보하기 위한 컴퓨터 하드디스크 복구 등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진상조사에 강한 불신을 나타냈다.

정 부장판사는 “지금 신 대법관 등에 의한 재판간여 여부 등과 관련해 대법원 진상조사팀에 의한 조사가 진행 중에 있으나, 진상조사단 구성의 법적 근거와 구성 법관들의 법적 지위가 명확하지 않아 당장 조사 자체의 법적 효력이 문제된다”고 진상조사단 구성 자체를 문제 삼았다.

진상조사단은 수사관도 아니고, 특별검사도 아니며, 법관 탄핵소추를 발의 의결하는 국회의원도 아니고, 또한 대법원장 및 대법관 징계를 위한 절차로서 조사를 진행한다면 법관징계법상의 징계청구권자인 다른 대법관들이 조사의 주체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따라서 신 대법관이 이메일을 보낸 것이 사법행정의 범주에 드는 것인지, 재판간여인지 여부는 해당 이메일 내용 자체와 관련 법규, 그 동안의 재판 관행에 의해 판단해야 하고, 또 판단의 주체 역시 사법권 독립 수호의 주체인 법관들로 구성되는 각급 법원의 판사회의가 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대법원 진상조사단 소속 몇몇 법관이 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 신 대법관에 대해 조목조목 지적하고 때론 직격탄 날려

이와 함께 신 대법관의 행위에 대해 조목조목 지적하고, 또 해명과 주장에 대해서는 직격탄을 날렸다.

정 부장판사는 먼저 “사법권 독립은 사법부 내부로부터의 독립도 포함하는 것으로 사법부 내부에서 행사되는 사법행정권 역시 어떠한 경우에도 재판에 간여할 수 없다”고 못 박으며, 신 대법관의 ‘사법행정 차원이었다’는 주장을 반박했다.

이어 독일 법관법을 소개했다. 독일의 경우 “법관은 법관독립이 침해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직무감독에 따름을 명시하고 있고, 또 법관이 직무감독 조치와 관련해 법관독립 침해가 있다고 주장하는 경우 법원이 이에 대해 판결해야 한다고까지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법원행정처가 1996년 발간한 법원실무제요에도 법원 감사가 ‘법관의 심판권에 영향을 미치거나 이를 제한할 수는 없는 것이므로, 법관의 구체적인 사건에 관한 재판의 내용에 대한 영향력의 행사는 금지된다’고 기술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정 부장판사는 “이번 조사와 관련해 한 가지 지적할 것은 신 대법관의 이메일을 받은 법관들이 이메일 내용을 압력으로 느꼈는지 여부는 조사의 초점이 될 수 없다”며 “사법권 독립 침해 여부는 침해 행위 자체에 의해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것이지 법관 개개인의 주관적 감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반응’에 의해 판단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그는 “재판개입 행위에 대해 ‘그 정도로 압력을 받았다고 느껴서는 안 된다’는 것은 사법권 독립 침해자 측에서 주장할 것은 아니다”며 “이는 마치 사람을 때려 놓고 가해자 측에서 피해자에게 ‘그 정도로 아프다고 느껴서는 안 된다’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억지논리”라고 신 대법관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또 “재판장이 기일 진행을 어떻게 할 것이지는 소송지휘권의 일환으로서 재판장 전권”이라며 “따라서 이미 다른 재판부에 의해 위헌 제청이 이루어진 특정 법률이 재판의 전제가 되는 경우 해당 재판부도 위헌 소지가 있다고 판단해 더 이상의 절차 진행을 중지하고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기다리는 것은 적법하다”고 재판지연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이어 “이미 위헌제청이 돼 있는 법률에 대해 또 다시 직권으로 위헌제청을 할 것인지, 중복해 위헌제청을 하지 않고 헌법재판소 결정을 기다릴 것인지는 해당 재판부가 전적으로 알아서 할 일이지 법원장이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닌 것”이라고 신 대법관에게 일침을 가했다.

그는 “실무상 특정 법률 해석과 관련된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기 위해 재판기일을 추정하는 것도 흔히 있는 일”이라며 “이러한 법리와 재판관행을 모를 리 없는 엘리트 법관인 신 대법관이 대외비, 친전 등의 문구까지 동원된 이메일을 특정 사건 담당 법관들에게 보내 재판진행을 재촉하고 결론까지 언급한 것은 유죄 판결을 선고하라는 취지로밖에 해석할 수 없다”고 공세의 수위를 높였다.

아울러 “법원실무제요가 설명하고 있는 것처럼 ‘사법행정권’이라 함은 법관이 담당하는 심판권의 원활한 수행을 위해 필요한 인적 및 물적 시설을 운영 및 관리하는 모든 작용에 관한 권한을 의미하는 것이지 이처럼 명백한 재판간여 행위까지 사법행정권의 행사라고 할 수는 없다”며 “이러한 사안에 대해 신 대법관이 ‘법대로 하라고 한 것을 압력이라고 하면 동의하기 어렵다’고 일축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신 대법관을 꼬집었다.

◆ “노영보 변호사의 말은, 법관 모독으로 비쳐질 수 있다” 주의 줘

정 부장판사는 또 노영보 변호사가 지난 8일 조선일보에 기고한 글에서 ‘법관이 위헌심판제청을 하지 않으면서 다른 법관이 위헌심판제청을 하였다고 하여 담당 사건의 심리나 선고를 미루는 것은 법률상 아무 근거가 없는 재판의 지연에 불과하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맞받아 쳤다.

그는 “이는 근거 없이 적법한 재판진행을 한 해당 법관들을 모독하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어 또 다른 사법권 독립 흔들기로 오해될 수 있다”고 주의를 주며 일침을 가했다.

◆ “이메일이 사법행정권 행사로 정당화되면 향후 유사 사례 재발” 우려

끝으로 정 부장판사 “이번 사태는 사법권 독립과 관계된 것이므로 일부 판사들뿐만 아니라 나머지 법관들 모두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고, 특히 신 대법관이 보낸 이메일이 사법행정권 행사의 일환이었다고 정당화되는 경우 향후 유사 사례가 재발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법관들의 적극적인 의견 개진이 요청되는 사안”이라고 동료 법관들의 의명 표명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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