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움 속 35년 정든 법복 벗는 고현철 대법관

“유리하면 법 내세우고, 불리하면 법 무시하는 모습 곳곳에” 기사입력:2009-02-17 12:32:43
고현철 대법관은 17일 대법원 무궁화홀에서 35년간의 법관생활을 마치는 퇴임식에서 “법치주의의 확립을 위해서는 법원이 국민의 신뢰를 받는 가운데 공정한 재판을 통해 법과 원칙을 세워나가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고 대법관은 먼저 “스물일곱 살에 법원에 들어와서 35년 동안의 법관생활을 마치고 이제 환갑을 훌쩍 넘긴 나이에 법원을 떠나게 됐다”며 “평생을 살아온 법원을 떠나려 하니 실로 만감이 교차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동안 짊어지고 오던 무거운 짐을 이제는 내려놓게 됐다는 안도감도 느껴지고, 좀 더 열심히 했더라면 보다 나은 법관생활을 했을 터인데 하는 아쉬움도 있다”며 “그러나 무엇보다도 저를 오늘에 이르기까지 이끌어 주고 감싸주고 격려해 준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이 가장 앞선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는 “법관생활을 시작하면서 매사에 최선을 다하고 또 남을 이해하고 배려할 줄 아는 법관이 되자는 생각을 가졌고, 대법관 청문회 때에도 이러한 생각과 함께 법치주의의 확립과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소신을 밝힌 바 있다”며 “그러나 막상 법원을 떠나면서 뒤돌아보니, 여러 가지로 부족한 점이 많았고 허물도 많았던 것 같아 아쉽고 두려운 마음이 든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저로서는 그동안 많은 일에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일해 왔고 또 후회보다는 많은 보람과 긍지를 느끼면서 법원을 떠난다는 것을 여러분들께 감히 말씀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고 대법관은 “사회가 발전하고 복잡, 다양화되면서 이념과 이해관계의 대립이 점점 더 심해지고, 분쟁과 갈등이 증가되고 있다”며 “또 자기의 주장만을 내세우고 상대방을 무조건 배격하려는 풍조가 퍼져 있고, 자기에게 유리하면 법을 내세우고 불리하면 법을 무시하는 모습을 곳곳에서 보게 된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이어 “선진 민주국가로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법치주의의 확립이 필요하다”며 “법치주의의 확립을 위해서는 법원이 국민의 신뢰를 받는 가운데 공정한 재판을 통해 법과 원칙을 세워나가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동안 법원가족들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공정한 재판을 위해 또 국민의 신뢰를 받는 법원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왔고 상당한 성과도 거뒀다”며 “그러나 국민들은 법원에게 더 많은 노력과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다”고 국민의 신뢰를 받는 법원이 되기 위한 부단한 노력을 주문했다.

고 대법관은 “이제 가벼운 마음으로 법원을 떠나려고 한다”며 “국민을 위한 법원을 만들겠다는 굳은 의지를 가지고 혼신의 힘을 다하고 계신 대법원장님, 홍수처럼 밀려오는 사건 속에서 오로지 사명감으로 수도승과도 같은 길을 걷고 있는 동료 대법관들, 그리고 과중한 업무 속에서도 공정한 재판과 법원의 발전을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하는 법관 및 법원공무원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법원을 떠나더라도 국민의 신뢰와 사랑 속에서 끊임없이 발전해가는 법원의 모습을 항상 지켜보겠다”고 애정을 표시하며 “그 동안의 법원생활에서 얻은 보람과 즐거움, 그리고 여러분들과 인연을 가슴속에 소중하게 간직하면서 늘 여러분들이 건강하시고 가정에도 행복이 가득하기를 기원하겠다”고 석별의 정을 나눴다.

◆ 주요 약력 = 고현철 대법관은 1947년 2월 대전에서 태어나 1969년 서울법대를 졸업하고 제10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1974년 2월 법관으로 임용돼 부산지법 진주지원에서 첫 근무를 시작했다.

이후 서울형사지법 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 대전지법 부장판사, 서울민사지법 부장판사, 수원지법 수석부장판사, 부산고법 부장판사, 서울고법 부장판사, 법원행정처 초대 인사관리실장, 창원지법원장, 서울행정법원장, 서울지법원장을 역임하고 2003년 2월 대법관에 임명됐다.

또한 2006년 10월 제15대 중앙선거관리위원장에 취임해 최근까지 위원장을 맡아 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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