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 참가 학생들에 버스 제공한 학부모 무죄

대법, 업무방해 혐의 유죄로 판단한 항소심 깨고 무죄 기사입력:2009-02-11 16:03:17
교장의 비리문제로 수업을 거부하고 시위에 참여한 학생들이 시위 장소에 갈 수 있도록 버스를 제공한 학부모에게 학교 업무를 방해한 죄를 물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충남 천안에 H고등학교를 설립한 A씨는 재단이사장과 교장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등록금 및 기숙사비를 유용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게 됐다.

이에 학부모들은 2005년 10월 H고등학교 정상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했는데, 학부모 전OO(54)씨는 대책위원회 대표를 맡아 교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한편 교육청에 학교에 대한 감사를 요청했다.

감사결과 학교 운영과정에서 여러 비리가 있었음이 밝혀져 교장은 2005년 11월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교장은 여전히 학교 재단 및 학교 운영에 관여했고, 학부모들은 이를 제지하기 위해 교육청에 재단의 임시이사 파견 등을 요구했으나 교육청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에 학부모들은 2006년 6월16일부터 학교 정상운영을 요구하며 교육청 앞에서 천막을 치고 시위를 벌였다.

그러자 학생들도 학생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어 시위에 가담하기로 결의하고, 학부모들과 함께 시위에 참여했다.

전씨는 시위에 참가하는 학생들의 안전을 고려해 교사가 시위 현장까지 학생들을 인솔해 주도록 요구했고, 자신이 버스를 대절해 학생들이 시위 현장으로 이동하는데 편의를 제공했으며 시위에 참가한 학생들에게는 식사를 제공하기도 했다.

이에 검찰은 전씨가 12회에 걸쳐 학생 576명을 시위에 동원시키는 방법으로 위력으로써 학교장의 학사운영업무를 방해했다며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하지만 대전지법 천안지원 형사4단독 박민정 판사는 2007년 10월 “학생들이 시위에 참가한 것은 자체 결의를 통해 자발적으로 참여한 것”이라며 전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검찰이 항소했고, 대전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강태훈 부장판사)는 지난해 7월 전씨에 대한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1심 판결을 깨고 벌금 500만원에 대해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비록 학생들이 시위에 참여할 것을 자발적으로 결의해 시위에 참여했더라도, 피고인은 학생들이 시위에 참여해 업무방해의 범행을 저지를 것을 알면서도 버스를 대절해 학생들이 시위 현장에 오도록 한 것이라면 업무방해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교육청 감사 결과 당시 H고등학교의 부정과 비리가 상당히 중대한 상태에 있어, A씨가 교장으로 재직할 당시에는 매년 전교생의 3분의 1 정도가 전학을 가는 등 학교운영 또한 상당히 파행적이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참작해 선고유예한다”고 덧붙였다.

사건은 대법원으로 올라갔고, 대법원 제2부(주심 김능환 대법관)는 11일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학부모 전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선고유예를 판결한 원심을 깨고, 무죄취지로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학부모와 학생들이 교육청 앞에서 시위를 한 것이 교장의 업무를 방해한 것으로 볼 수 없고, 또한 피고인이 자발적으로 시위에 참가하는 학생들의 안전을 고려해 교사가 시위 현장까지 학생들을 인솔해 주도록 요구하고, 자신이 버스를 대절해 학생들이 시위 현장으로 이동하는데 편의를 제공한 점만으로 학생들의 집단적인 수업거부행위를 도운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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