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위원장 최송화 서울대 명예교수)가 전국의 법관들에게 개인적인 의견 표명을 자제할 것을 권고했다. 만약 권고의견을 위반할 경우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이번 권고의견은 2007년 2월 당시 서울중앙지법에 재직하던 J부장판사가 20여회에 걸쳐 법원내부통신망과 외부 언론을 통해 대법원장의 고등법원 부장판사 보임인사에 대해 지적하고, 나아가 이용훈 대법원장의 자진사퇴뿐만 아니라 국회에 탄핵소추를 요구하며 논란을 가져온 사건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여, 사실상 법관의 ‘입단속’을 경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법원에 따르면 공직자윤리위원회는 지난 4일 회의를 열고 ‘구체적 사건에 관한 법관의 공개적 논평이나 의견 표명시 유의할 사항’이라는 제목의 권고의견을 의결했으며, 이 내용은 5일 전국 법원에 시달됐다.
윤리위는 권고의견에서 “법관은 법관윤리강령에 따라 의견을 표명할 때 품위를 유지하고, 공정성을 의심받을 행동을 하지 않도록 유의하며, 다른 법관의 재판에 영향을 미치는 행동을 삼가고,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며 “또한 법관은 교육이나 학술 또는 정확한 보도를 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구체적 사건에 관해 공개적으로 논평하거나 의견을 표명하지 않도록 유념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자유로운 의견 표명과 비판은 보편타당한 법 논리의 발전을 촉진할 수 있는 것이므로 법관이 이미 확정된 사건에 관한 비평이나 개인적 의견을 밝히는 것이 금지돼서는 안 되지만, 법관이라는 직책의 특별한 무게를 고려할 때 현재 진행 중이거나 곧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사건에 관해 법관이 법정 밖에서 공개적으로 의견을 표명하는 것은 재판의 공정성에 대한 오해와 논란을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윤리위는 법관 본인이 맡은 사건과 다른 법관이 맡은 사건, 그리고 곧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사건을 나눠 각각의 상황에 따른 유의 사항을 제시했다.
먼저 본인이 담당한 사건과 관련, “사법연수원 등에서 강의를 하거나 학술모임에서 발표를 하는 등 교육이나 학술 목적으로 그 내용을 언급하는 것은 허용되고, 정확한 언론보도를 위해 재판장으로서 기자의 취재에 응하는 것도 허용된다”고 말했다.
다만 “위와 같은 경우에도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사실관계와 판결의 기초가 된 법리적 판단에 관해 설명하는 정도를 넘어 자신이 담당한 재판의 정당성을 일방적으로 강조하는 듯한 인상을 주거나 변명으로 보이지 않도록 하고, 재판 내용에 대한 공연한 오해를 가져오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법관의 공개적 의견표명이 자칫 특정한 정치적 입장을 지지 또는 반대하는 것으로 오인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며 “법관의 직무상 중립성에 대한 신뢰가 훼손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자신이 속한 재판부가 내린 판단에 대한 법관 개인의 공개적 의견표명은 적절하지 않으며, 만약 그로 인해 합의의 내용이나 과정이 공개된다면 결코 허용될 수 없다”고 법원조직법 제65조를 근거로 들었다.
이와 함께 다른 법관이 담당한 사건과 관련, “사건에 대한 법관의 올바른 논평은 법정에서 직접 당사자 등의 주장을 듣고 기록을 면밀하게 파악한 이후에만 가능하다”며 “단편적인 언론보도 내용이나 관련자들로부터 전해들은 사실만을 토대로 당부를 언급하는 것은 재판 일반에 대한 신뢰를 해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다른 법관이 담당한 사건에 관한 공개적 의견표명은 다른 법관의 재판에 영향을 미치려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며 “표명한 의견과 실제 사건 결과가 다르게 나올 경우 재판의 공정성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불필요한 상소 유발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곧 진행될 사건과 관련, “법관이 공개적 논평이나 의견표명시 유의해야 할 대상에는 현재 진행 중인 사건뿐만 아니라, 진행될 것이 분명하게 예상되는 사건도 포함된다”며 “법원의 공식의견이라는 오해와 논란을 낳을 수 있고, 앞으로 진행될 재판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모든 법관은 진행 중인 구체적 사건에 관한 자신의 공개적인 의견표명이 재판의 공정성에 대한 오해와 논란을 가져와 궁극적으로 사법의 신뢰를 손상할 우려가 있음을 깊이 유념해, 항상 자신의 의견을 상대화시켜 객관적인 잣대로 교량한 다음 예의와 절제를 갖춘 의견표명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대법원은 “이번에 윤리위가 법원에 낸 권고의견은 강제성이 없다”면서도 “윤리위는 법관윤리강령에 관한 구체적 적용에 관한 의견제시 권한이 있으며, 이 권고의견은 법관윤리강령 구체화 작업의 일환이어서 권고의견을 위반할 경우 법관윤리강령 위반이 될 가능성이 있고, 이것이 법관 품위손상이나 법원 위신 실추에 이르렀을 경우 법관징계법 등에 따른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대법원 공직자 윤리위원회는 9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며, 이 중 외부위원은 위원장을 포함해 5명(언론계 2명, 변호사 1명, 학계 2명). 위원회는 분기별로 한 번씩 모임을 가지며, 주로 공직자 재산등록 심사, 법관윤리강령의 구체화 작업, 법원공무원 행동강령 개정안 심의 등 법관 및 법원공무원의 윤리적 문제에 관한 제반 사항을 심의하는 기구다.
전국 법관에 ‘입단속’ 권고…대법원 공직자윤리위
대법 “권고의견을 위반할 경우 법관징계법에 따라 불이익” 기사입력:2009-02-10 13:5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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