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위험에 처한 형사피의자에게 “판사들을 잘 알고 있으니 구속적부심에서 꼭 빼내주겠다”는 거짓말로 2000만원을 받아 챙겼던 변호사사무실 사무장에게 법원이 법정구속으로 엄단했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부산 연제구 거제동에 있는 한 법률사무소에서 사무장으로 근무하던 A(44)씨는 지난 2월19일 법률사무소에서 집행유예 기간 중 부산동부지청에서 무고와 사기죄 등으로 수사를 받고 구속될 상황에 처한 B씨를 만났다.
B씨는 2005년 6월 강간치상죄로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아 당시 집행유예기간 중이어서 구속을 면하기 위해 부산지검 앞에 있는 변호사사무실 몇 군데를 방문해 상담을 했으나 변호사로부터 구속을 면하기 어렵다는 등 자신의 원하는 대답을 듣지 못하자 A씨가 있는 곳까지 가게 됐다.
A씨는 B씨와의 상담 내용을 변호사에게 설명했다. 하지만 변호사는 B씨가 집행유예기간 중인데다 혐의사실의 죄질이 좋지 않아 구속을 면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사건을 수임하지 않겠다고 A씨에게 말했다.
실제로 B씨는 이 변호사사무실에 세 차례 방문했으나 A씨와 상담할 뿐 판사 출신이라는 변호사는 직접 만나 보지 못했다.
그럼에도 A씨는 B씨에게 “부산동부지원 영장실질심사를 담당하는 C판사가 내 친구인데, 전화해서 부탁해 보겠다. 설사 구속되더라도 구속적부심에서 빼 줄 것이고, 보석까지는 생각도 안 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A씨는 “우리 변호사님이 이번에 막 나온 따끈따끈한 분인데 부산지역 판사들을 잘 알고 있으니까 구속적부심에서는 반드시 풀어주겠다”고 안심시키며 “변호사 선임비용과 성공사례비로 2000만원을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A씨는 B씨가 있는 자리에서 자신의 휴대전화를 꺼내 C판사에게 전화를 하는 것처럼 행동하며 믿게 했다.
2월21일 구속된 B씨는 그 전에 아내에게 “내가 구속되면 A씨가 있는 변호사사무실과 이야기가 다 돼 있으니 일을 그곳에 맡기면 된다”며 말했고, B씨의 아내는 이를 믿고 2월25일 A씨에게 2000만원을 건넸다.
하지만 B씨는 석방되지 않은 채 2월29일 기소됐고, A씨는 구속적부심은 물론 보석청구도 하지 않았고, 심지어 이후 진행된 공판기일에는 사선변호인을 선임하지 않아 국선변호인이 변호를 맡아 B씨의 처로부터 강한 항의를 받았다.
그러자 A씨는 태연하게도 국선변호인은 자신이 직권으로 해 놓은 것이며 4월11일까지는 보석허가를 받아 석방해 준다고 하면서, 만약 그렇게 되지 않을 경우 자신이 받은 선임비용의 2배를 준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이루어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고, 결국 A씨는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에 대해 부산지법 제5형사부(재판장 고종주 부장판사)는 최근 A씨에게 징역 6월의 실형을 선고하며 법정구속한 것으로 4일 확인됐다. 또 추징금 2000만원도 명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은 B씨가 집행유예기간 중에 있어 구속을 면하거나 석방이 어렵다고 판단해 사건수임을 하지 않겠다는 변호사의 말이 있었음에도, 구속을 당할 위험에 처해 있는 피해자에게 변호사 모르게 그가 법원에서 사직하고 갓 개업한 전관변호사라 판사들을 잘 알고 있으며, 영장전담판사가 자신의 친구여서 판사에게 청탁하면 구속되지 않거나 되더라도 곧 석방될 수 있다고 하면서 2000만원을 수령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의 범행은 이 같이 처지가 궁박한 범죄자 내지 그의 가족의 상황을 교묘히 이용한 것이어서 그 행태가 극히 불량하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특히 “이런 범행은 사법불신을 조장하고 재판의 공정성을 훼손시키는 행위로써 비난가능성이 대단히 높다”며 “국가형벌권을 행사하고, 국민들 사이에 발생한 분쟁의 최종적 판단을 하는 사법권을 믿지 못하게 된다면 이는 곧 국민들에게 폐해가 돌아갈 것임은 분명하기 때문”이라고 질타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사정이 그러함에도 피고인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취지로 진술하는 등 전혀 반성의 기미를 찾을 수도 없어, 피고인은 이에 상응하는 벌을 받음이 마땅해 법정구속한다”고 판시했다.
석방 미끼로 2천만원 챙긴 변호사사무장 법정구속
부산지법 “징역 6월 실형…사법불신 조장과 재판 공정성 훼손해” 기사입력:2009-02-04 10:3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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